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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재판 증인신문 마무리, ‘이재용 살리기’ 성공하나

승마지원 의혹 공소사실 ‘철저 반박’, 그러나 아직도 남는 의문

삼성 증인신문 종결, 승마지원 의혹 낱낱이 밝혀져

삼성 측, ‘강요에 의한 지원’ 기존 입장 변하지 않아

이재용, 2차 독대 전까지 승마지원 관심 없었다

독대 후 4명의 전직 임원들이 알게 된 최순실 영향력… “요구대로 들어주자” 방침 정해

삼성 측 “말 교환, 청산비용 요구 등 최순실 무리한 부탁으로 승마지원 변질”

“후환이 두려워 지원했다”… 재판부 받아들일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 증인신문이 마무리 됐다. (사진=연합)
지난 3일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이재용(50·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이 피고인들에 대한 신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31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를 시작으로 4일에 걸쳐 펼쳐진 재판에서 특검의 창과 삼성의 방패가 더욱 거세게 맞섰고, 결국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나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특검 측이 제기한 의혹 중 승마지원 관련 부분은 어느 정도 말끔히 해결 됐다는 점 그리고 재판 이후 상당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지만 나머지 불구속기소된 전직 임원들이 모든 것을 자신들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는 곧 ‘이재용 살리기’로 이어졌다는 것. 특히 특검 측의 공소사실 중 ‘지나치게 나아간’ 부분이 상당수 발견됐다는 점 등이다. <주간한국>은 이 분명해진 점들 중 첫 번째로 사실상 의혹이 해소된 것으로 보여지는 삼성의 승마지원 관련 부분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 사건 재판에서 삼성 측의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 의혹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때 “삼성 측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놓고 승마지원이 한화만도 못하다”라는 질책을 받았던 시기부터 시작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뒤, 삼성 측은 이 사건 재판의 피고인인 박상진(65)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전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를 통해 최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 승마 컨설팅 용역업체 코어스포츠와 지난 2015년 8월 26일 약 213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삼성전자가 여섯 명의 국내 승마대표 선수들을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보내는 계획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선수들에 대한 승마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삼성전자 소유 마필과 차량 등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만을 위해 제공되는 등 삼성이 최씨 측에 정씨를 단독으로 지원하기 위한 뇌물로써 용역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또 이후인 2016년 9월경 국내 언론에서 삼성 측의 최씨에 대한 승마지원 의혹이 거세게 일자 말 교환계약, 소위 ‘말 세탁’을 통해 이를 덮으려고 했다는 의혹도 특검 측의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사실 이 사건 재판에서 승마지원 의혹은 삼성 측에 가장 불리하게 작용돼 왔던 부분이었다. 삼성 재판에서 다뤄지는 많은 사건 등 중에서 최씨 및 정씨와 직접적으로 접촉했던 피고인이 있었던 유일한 사건이기도 했고, 다른 대기업들도 엮인 재단 자금출현건과는 달리 승마지원에는 삼성만이 관여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2015년 8월 26일 계약 과정에서 바로 전날 독일에 설립등기를 마친 코어스포츠와 별다른 이의제기도 없이 삼성이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점, 코어스포츠가 앞서 지급받은 분기별 용역대금의 사용 증빙내역을 삼성 측에 제출한 뒤 다음 분기 대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과정 없이 다음 분기 용역대금이 지출됐다는 점, 삼성이 최씨에 끌려 다니듯 승마지원을 해왔다는 사실 등은 충분히 뇌물제공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특히 최근 정씨가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소유의 마필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삼성이 말 세탁에 관여했다고 증언하는 등 삼성 측에 불리한 정황과 증언이 속출했다.

그러나 다섯 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재판 초기부터 주장해 왔던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승마지원, 관심 없었기에… “최순실·정유라도 알 수 없었다”

삼성 측 승마지원 의혹에 대한 특검의 공소장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검 측은 “피고인 이재용은 2015년 7월 23일 피고인 장충기를 통해 대통령과의 단독면담 일정을 통보 받은 직후 대통령이 단독 면담 시 정유라에 대한 지원 상황을 물어볼 것으로 예상하고, 피고인 이재용 주재로 급히 회의를 소집하고 피고인 최지성과 함께 피고인 박상진으로부터 정유라에 대한 지원현황을 보고받고, 그때까지 정유라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던 경위를 확인하는 등 대통령과의 뇌물수수 합의의 이행상황을 직접 챙겼다”라며 공소사실을 기재했다.

정리해 보자면, 이재용 부회장이 소위 ‘2차 독대’로 불리는 2015년 7월 25일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물어볼 것을 미리 파악한 채’ 회의를 소집했다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이전부터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 불구속된 전직 삼성 임원들은 최순실 측에 대한 승마지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모르는 사이에 자신들 선에서 결정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왼쪽부터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사진=연합)
물론 이 사건 재판에서 전직 삼성 임원들은 자신들이 겪은 승마지원 과정 전말을 밝히며, 이 부분에 대한 특검 측 공소사실이 ‘소설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2015년 3월 삼성 측은 박상진 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당선되고 자동적으로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게 됐지만, 박 전 사장이 승마지원 등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진 전 사장은 자신을 포함해 이재용 부회장 등이 올림픽 승마지원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하거나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가 같은 해 7월 23일 이후부터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7월 22일부터 2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렸던 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 참석을 위해 아내와 함께 제주도 출장 중이었다.

그런데 박 전 사장은 22일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최지성(66)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으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에 승마협회 운영 현황과 올림픽 준비 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날 저녁 혼자 서울로 올라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사장은 다음날인 23일 오전 10시에 이재용 부회장의 사무실에서 이 부회장 및 최 전 실장,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과 모여 올림픽 승마계획 현안과 당시 자신이 추진 중이던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 출마 계획 그리고 승마계 파벌 문제에 대해 밝혔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언짢은 기색을 하며 박 전 사장에게 “파벌이야 어디에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굳이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에 출마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는 앞서 언급한 특검 측 공소사실에 나타난 이재용 부회장이 주재했다는 그 회의였다. 실제로 장충기 전 사장의 증언에 따르면, 앞선 7월 21일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통보 받았고, 지난 2014년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때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하며 요구했던 ‘올림픽 준비를 위해 승마협회를 맡아 달라’라는 부분을 7월 25일 독대 당일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예행연습 차원의 회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검 측이 이날 회의를 통해 이 부회장이 최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을 숙지하려고 했다는 주장과는 다르게, 삼성 측은 이날 회의에서도 승마협회 회장을 맡은 박상진 전 사장뿐만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도 올림픽 승마지원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사장은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 출마를 반대한다는 이 부회장의 말을 듣고 당일 오전 자신의 비서에게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 관련 해외 미팅을 취소하는 내용의 요청문을 이메일로 보낼 것을 지시했다.

또 곧바로 자신의 지인들과 7월 28일 골프와 저녁식사 모임 약속을 잡기 위한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보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회의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제주도로 내려갔다고 증언했고, 해당 증언 관련 내용을 담은 이메일 및 카카오톡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됐다.

만약 특검 측 공소사실대로 이재용 부회장이 최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을 주도하기로 기존부터 마음을 먹기로 했다면, 대통령 독대를 이틀 남겨두고 올림픽 승마지원 현황에 대해 벼락치기 학습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최씨가 승마협회 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파벌을 옹호하고, 박 전 사장의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 출마에 반기를 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상진 전 사장은 “만약 그날 회의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올림픽 승마지원 준비 관련 질책이 있었다면, 제주도로 다시 내려가지 않고 그 일부터 처리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박 전 사장은 자신의 말대로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별 다른 지시 등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골프 약속을 잡는 등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주도로 다시 내려가 남은 공식일정을 소화하려 했다.

그런데 박 전 사장은 이틀 후인 2015년 7월 25일 다시 최 전 실장으로 연락이 와 ‘곧바로 귀경해 오늘 4시 회의에 참석하라’라는 내용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연합)
이에 박 전 사장은 부랴부랴 서울로 도착해 그날 오후 4시 30분경 최 전 실장과 장 전 사장과 회의에 참석했다. 박 전 사장은 “회의에 참석하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증언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이재용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단독 면담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앞서 언급한 승마지원에 대한 질책을 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승마협회 부회장과 총무이사를 각각 맡고 있던 삼성전자 이영국 상무와 권오택 부장이 문제가 많아 교체를 지시했다고 말하면서, 박 전 사장에게 “왜 대통령에게 야단을 맞게 하느냐, 승마지원 좀 잘 해달라”라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진 전 사장은 곧바로 이영국 상무의 승마협회 부회장을 황성수 전 전무에게 넘기면서 교체가 완료됐다.

동시에 장충기(63) 전 사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전화해 올림픽 승마지원 방법에 대해 문의했고,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종(56·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알아보면 된다는 지시를 받고 이를 박상진 전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측의 올림픽 승마지원은 이렇게 대통령의 질책에서 부회장의 질책으로 이어지며, 갑작스러운 과제로부터 시작됐다. 특히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 전까지 승마지원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만큼, 당시 최씨 모녀가 원하는 바나 이들의 정체조차 알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朴 독대 후에도 “李는 최순실·정유라 몰랐다”

삼성 측은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최씨와 정씨의 존재를 미리 알고 이들에게 승마지원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생각이 있었다면,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듣기 전 실행에 옮겼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올림픽 승마지원에 대한 질책을 들은 것이 사실이었고, 굳이 장충기 전 사장이 승마지원 방법을 몰라 안 전 수석을 통해 김종 전 차관들을 접촉할 필요 없이 최씨에게 직접 연락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모양새였다.
  •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과 독대하지 않았다면, 현재 믿기지 않는 자신의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연합)
특검 측이 이번 사건의 혐의 입증을 위해 강조하는 ‘정황상’으로 본다면, 이때까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네 명의 전직 임원들은 최씨 모녀의 존재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비슷한 시기 이들 전직 임원들은 최씨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됐다. 장충기 전 사장의 특검 진술내용에 따르면, 박상진 전 사장은 장 전 사장의 지시대로 김종 전 차관과 김종찬 전 전무를 만나 승마협회 문제와 올림픽 승마지원에 대해 상의했고 이들로부터 “박원오라는 사람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최씨의 승마계 측근으로 당시 최씨 및 정씨와 함께 독일로 건너가 정씨의 승마훈련을 돕고 있었다. 그는 이후인 2015년 8월 26일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간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도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박 전 사장은 독일에 가서 박원오 전 전무를 접촉했고, 귀국 후 8월 3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대책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박상진 전 사장은 독일에서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나 최순실씨의 존재와 그와 박근혜 전 대통령珦?관계 그리고 그의 영향력에 대해 확인했다.

특히 박상진 전 사장은 8월 3일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대통령과 관계에 있는 최서원(최순실)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 때문에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질책하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황성수 전 전무는 법정에서 “박상진 사장으로부터 박원오 뒤에 최순실이라는 실세가 있다, 최순실과 대통령과 굉장히 가깝고 조심해야 할 인물”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장충기 전 사장도 “최순실이 (삼성에 대한) 험담을 해서 대통령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라며 “최순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어떤 사태가 닥칠지 모르니 최지성 실장이 전체적으로 상황을 들으시고, 최순실의 요구를 안 들어줬을 경우의 리스크와 여러 가지 비용 부담을 판단하셨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장 전 사장은 “그때 최지성 피고인이 ‘이 요구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최서원의 요구대로 추진하라는 최종결정을 했는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최씨의 요구’는 삼성이 박 전 대통령의 올림픽 승마지원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박원오 전 전무가 제시한 한국승마중장기로드맵에 따라 우수선수를 선발해 독일에 승마훈련을 보내고, 이중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 전 사장은 이날 대책회의에 이재용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그가 회의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에게 알리거나 보고할 것은 최지성 실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증언했다.

“모든 비극의 원인은 崔”라는 삼성

결국 삼성 측은 최씨의 코어스포츠와 2015년 8월 26일 승마 컨설팅 용역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실체가 불분명했던 이 회사와 ‘끌려 다니듯’ 거액에 용역계약을 맺은 사실에 대해 황 전 전무는 “최순실의 배경에 끌려간 부분이 있다”라며 “더 나쁜 일이 회사에 생길 수 있겠다는 염려가 있어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은 들어주려 했다”라고 증언했다.

앞서 언급했던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해 최씨의 영향력으로 인해 ‘후환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라는 입장을 인정했다.

그러나 삼성 측 임원들은 해당 용역계약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수한 승마선수 여섯 명을 뽑아 올림픽 메달수상을 목표로 독일 전지훈련에 지원을 마다하지 않고, 이중에 정씨만 포함시킨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입장이었다.
  • 삼성 측은 최순실(오른쪽) 측의 이기심과 변덕으로 애초 공익적 목적의 승마지원이 변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
특히 정씨가 지난달 12일 이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측이 6명의 선수를 선발해 이중 4명을 올림픽 단체전에 출전시킬 계획으로 “그 중(6명)에 한 명이 저라고는 안 했지만, 한 명이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때문에 정씨도 삼성 측이 무조건 정씨를 선발 확정 명단에 포함시켜 놨던 것을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2015년 말경부터 최씨가 다른 선수선발을 방해했고,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 대한 선발 및 훈련이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장충기 전 사장도 “박상진 사장이 선수를 선발해서 초청하려고 하면, 최순실이 이 선수는 안 된다 등의 핑계를 대면서 방해했다고 했다”라며 “그래서 선수선발도 늦어지고, 결국 정유라 혼자 연습을 하는 경우가 초래됐다고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박원오 전 전무도 지난 5월 31일 이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의 반대로 다른 선수들의 선발이 늦어졌다고 증언한 바 있다.

특히 최씨는 정씨의 승마선수 생활을 접겠다고 말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등 변덕을 자주 부렸고, 이에 삼성 측은 애초 공익적 목적이 변질돼 갔다.

이어 장충기 전 사장은 “7월부터 국내 언론에서 삼성이 정유라의 승마지원 관련 취재가 시작됐고, 프로그램도 당초 저희들이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방향이 다르게 가니 지원 중단을 검토했다”라며 “일단 말을 회수하고 단계적으로 최순실과 끝내는데 잡음을 없애도록 논의했다”라고 증언했다.

우선 삼성 측은 2016년 8월 22일 최씨에게 삼성 소유의 마필 살시도와 비타나V 그리고 라우싱1233을 안드레아스에게 매각하겠다고 통지했고, 9월 23일 일간지에서 정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박 전 사장은 독일로 출국해 9월 28일 최씨와 직접 만나 용역계약 해지와 승마지원 중단에 관해 협의했다.

9월 28일 협의에서 최씨는 박 전 사장 측에 ‘말을 대체해 달라’, ‘청산비용을 달라’, ‘정보유출과 보안에 신경 써달라’라는 등의 요구를 했지만, 삼성 측은 말 교환과 청산비용 등 최씨의 부탁 일체를 들어주지 않기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11일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황성수 전 전무가 최씨와 만나 계약 해지를 강조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언론으로부터 크게 다뤄지기 시작했던 10월 19일에는 박상진 전 사장이 황성수 전 전무와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찾아가 최씨에게 용역계약 해지 및 지원 중단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황성수 전 전무가 10월 20일 박 전 사장에게 보낸 10월 19일 미팅 내용을 정리한 이메일에도 분명히 나타나 있었고, 이후 황성수 전 전무는 최씨로부터 계속 연락이 와서 시달렸다는 증거로 10월 22일 박상진 전 사장에게 ‘독일에서 전화 걸라고 난리입니다’라고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나타나 있었다. 물론 이는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상태다.

또 삼성 측은 특검 측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말 세탁 부분과 관련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말 세탁 관련 특검 측 공소사실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살시도, 비나타V 라우싱1233을 269만 100유로에 헬그스트란드 드레사지에 매도한다는 내용의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정유라로 하여금 위 말 3마리를 계속 보유하도록 하였다가 2016년 9월 23일 언론에서 비타나V라는 말 이름을 명시한 구체적 내용의 추가의혹이 보도되자 피고인 박상진, 황성수는 피고인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의 지시에 따라 2016년 9월 28일 최서원과 만나 말 교환에 합의했고, 이후 비타나V와 살시도를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했다”라고 명시돼 있다.

물론 삼성 측은 말 교환을 최씨가 자신들도 모르게 함부로 진행했다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정씨는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이 말 교환 사실을 모를리 없다”라면서 지난해 10월 20일경 덴마크 오덴제에서 열릴 마장마술 대회를 앞두고 말 교환 계약에 관여했던 안드레아스가 자신에게 “Samsung needs to pay me(삼성이 나에게 돈을 줘야 한다)”라며 삼성이 자신에게 줄 돈을 주지 않는다며 짜증을 냈다고 증언했다. 그는 안드레아스의 말에 대해 말 교환 대금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덧붙였다.
  •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이후 최순실(왼쪽), 정유라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이 결정됐을 때도 이들의 정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진=연합)
이에 삼성 측 황성수 전 전무는 2016년 10월 1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최씨와 안드레아스와 만나, 최씨로부터 “내가 비타나와 살시도를 다른 말로 바꿨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황 전 전무는 귀국 후 이를 박상진 전 사장에게 보고했고, 박 전 사장은 “누구 허락을 받고 말을 바꿨는가. 그랑프리 말은 어떤 이유에서든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우리 방침 아니었는가”라며 “당장 원상회복 하도록 하라”고 격노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황성수 전 전무는 이후 말 교환 계약관련 안드레아스에게 “삼성전자의 동의 없이 교환계약 인정할 수 없다”라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실제로 이후 안드레아스로부터 사과를 받고 말 교환 계약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드레아스의 “Samsung needs to pay me” 발언은 최씨가 삼성전자가 2016년 8월 22일 안드레아스에게 매각한 세 마리 말의 권리를 마치 자기가 넘겨받은 것처럼 행세했고, 최씨 자신이 그에게 안드레아스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삼성이 마치 이를 다 내줄 것으로 오해해서 생긴 말이라는 입장이었다.

삼성 승마지원,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혹

소송 당사자들이 직접 증언에 나서며, 특검 측 공소사실이 ‘지나치게 나아갔다’라는 지적과 함께 승마지원 의혹은 삼성 측 주장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짚고 넘어갈 문제들은 몇 가지 있다. 우선 독대 이후 2015년 8월 3일 대책회의에서 과연 이재용 부회장에게 회의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장충기 전 사장은 “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알리거나 보고할 것은 최지성 실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이날 대책회의의 발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질책을 받은 뒤 그 질책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때문에 회의 후 이재용 부회장이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법정에서 “제가 아버님께 야단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여자분한테 그렇게 싫은 소리 들은 게 처음이었다”라고 증언할 정도로 2차 독대 당시 자신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게 충격적이었고 실제로 박상진 전 사장과 장충기 전 사장 등에 이 질책에 따른 사후조치를 지시했음에도, 그 조치 결과를 보고받지 못 했다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 지난해 12월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 당시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
만약 이 부회장이 최씨와 정씨의 존재와 관련된 해당 대책회의 내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면, 그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최씨의 존재를 인식한 시점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라며, 지난해 2월경 정도 알게 됐다고 한 증언 역시 위증이 된다.

또 이 부회장의 최씨 모녀에 대한 인지시점이 이 사건에 있어 큰 쟁점이 되고 있는 만큼 재판부의 판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삼성의 승마지원 관련 풀리지 않는 의혹은 또 있다.

삼성 측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통적으로 2015년 7월 25일 단독 면담에서 정유라씨의 단독 지원 그리고 최씨의 회사와 승마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라는 등의 말은 오고 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큰 의문점이 두 가지 생기게 된다. 삼성 측 전직 임원들이 승마지원에 발 빠르게 움직인 이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질책하며 요구한 ‘올림픽 승마지원’이었다면, 사실 이 요구는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본래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한 올림픽 승마지원이라고 하면, 여섯 명의 승마 우수선수를 선발해 독일에 전지훈련을 보내고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이들의 훈련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재차 질책이 두렵지 않았나 본지, 독대 후 1년여가 지나도록 여섯 명의 선수를 선발하지 않은 채 정씨에게만 지원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특검 측도 박 전 대통령이 독대 때 이재용 부회장에게 ‘올림픽 승마지원’이 아닌 ‘정유라에 대한 단독 지원’을 요구했고, 이런 정황을 최씨 측에 대한 뇌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어 큰 의문점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왜 삼성 측이 독일 승마훈련 지원을 위해 계약을 체결한 회사가 다른 독일 현지 내 다수의 회사 중 하필 코어스포츠였냐는 점이었다.

장충기 전 사장은 지난 3일 이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장충기)은 이 용역계약 당시에 코어스포츠가 최서원(최순실)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없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박상진 전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계약 당시 최씨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코어스포츠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말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굳이 독일 내 다른 승마 컨설팅 용역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많이 있을 텐데 계약 전날 설립등기가 완료됐고 실체가 불분명했던 회사와 무려 213억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만약 이들이 코어스포츠가 최씨가 실제로 설립한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영향력으로 인해 후환이 두려워 계약을 했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코어스포츠와 최씨와의 관계도 모른 채 굳이 이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말은 의문에 남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들 전직 임원들의 증언 중에는 서로 말이 안 맞는 부분도 발견됐다.

박상진 전 사장은 지난 3일 이 사건 재판에서 지난해 10월까지도 삼성 소유의 마필 비타나V의 건강상태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며, 황성수 전 전무로부터도 이에 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정유라씨의 이 사건 법정증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독일 하겐에서 개최된 승마대회에 비타나V를 타고 출전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정씨는 비타나V가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서 워킹테스트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런 이유로 삼성 측에서 비타나V를 매각하려는 의사를 보였고, 이후 말 교환계약에서 비타나V가 교환 목록에 포함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반면 박상진 전 사장은 당시 비타나V의 건강상태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고 하면서 정씨 측 주장과 반대되는 입장이었다.
  •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사진=연합)
그런데 장충기 전 사장은 법정에서 박상진 전 사장과는 또 다른 입장의 증언을 했다. 장 전 사장은 마필 세 마리의 매각 문제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에 대해 답변하는 중, 변호인이 “금액을 감액하는 변경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유가 비타나V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아마 말 자체 상태가 안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독일 현지 승마지원 부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있었어야 할 박상진 전 사장조차 말 매각 당시 비타나V의 건강상태에 대해 모르고 있던 반면, 관련 보고만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장 전 사장이 같은 시기 비타나V의 상태가 안 좋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은 역시 증언의 신빙성에 있어서 문제시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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