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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문재인 정부 ‘군 의문사’ 해결 청신호 켜나

文정부, 군 의문사 해결 의지… 국방 장관 등 적극 행보 ‘청신호’

“진상규명 통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과 인권증진에 적극 노력”

국방부 장ㆍ차관 군 의문사 유가족 잇단 면담…문제 해결과 순직처리에 공감

文정부 군 인권 보호, 국방개혁 등의 시금석… 김훈 중위 사건 등 아직 답보 상태

김훈 유족 “군 의문사는 군인과 가족, 국민의 문제…국민신뢰가 강군의 기본”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 각 분야에 개혁 바람이 불면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인 군(軍)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부장관 등 최고위층이 군 적폐청산에 앞장서며 강한 국방,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을 만드는데 전력하면서 군에 근본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군 관련 국정 목표로 ‘강한 안보와 책임 국방’을 표방하며 인력ㆍ구조 등 군 전반에 걸친 국방개혁, 장병들의 복무여건 개선 등을 통해 미래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능하고 강한 군 구현을 약속했다.

이를 위한 국정과제로 △국방개혁 및 국방 문민화의 강력한 추진 △장병 인권 보장 및 복무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핵심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 내 ‘군인권보호관’을 신설하고 군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제도 개선을 실행하기로 한 것은 역대 정부에서 최초이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의 국방 및 군 개혁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군 인권 보호와 군 의문사 진상 규명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 초대 송영무 국방장관이 지난 6월과 7월 군 의문사 관련 유가족을 면담한데 이어 서주석 차관이 6일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국방부 수뇌부가 군 의문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로써 군 의문사의 대표적 사건이자 군 인권의 상징인 김훈 중위 사망사건을 비롯해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들의 사인(死因) 규명과 명예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곳곳에 있다. 군 인권과 군 의문사를 등한시해온 국방부와 군의 구태가 하루아침에 바뀌기가 쉽지 않고, 군 의문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훈 중위 사건만 하더라도 군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군 의문사에 획기적 개선 의지

‘국민의 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군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군 의문사를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부의 국정과제로 국방개혁을 표방하고 장병들의 인권보호를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안에 ‘군인권보호관’을 신설하고 군 의문사진상 규명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5월 26일 군 의문사 장병들 어머니들의 사연을 다룬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한 병사가 선임병의 상습 구타와 가혹 행위로 사망하지만 군이 자살로 은폐하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여사는 연극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져 군 의문사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후보자 신분이던 6월 26일 군의문사 유가족과의 면담한데 이어 7월 20일 국방컨벤션에서 ‘군 의문사 관련 유가족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오랜 기간 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군 의문사를 포함해 군 복무 중 사망 장병의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군 의문사 실태를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견수렴의 자리로 마련됐다.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군 의문사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과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송 장관은 “저의 눈물과 유가족 여러분의 눈물은 같다”면서 “군 복무 중 사망사건과 관련한 여러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법제정 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지난 6일 연극 '이등병의 엄마'에 출연 중인 군 복무 중 사망 장병의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경기도 벽제 군봉안소에서 열린 간담회는 서 차관이 군 복무 중 사망 장병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군 의문사 조기해결을 위한 국방부의 노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 차관은 이 자리에서 “군 의문사를 적폐로 인식하고 있으며, 송영무 국방부장관 간담회의 후속조치로 진행된 이번 유가족과의 간담회 논의결과를 반영해 군 의문사 문제의 조기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와 달리 군 의문사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는데 반해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존 국방부와 군의 ‘보이지 않는 반발’이 여전히 남아있어 군 의문사 해결이 더디게 진행되고, 군 수뇌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않을 경우 지지부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의 당사자인 고 허원근 일병이 사망한 지 33년 만에 순직을 인정하는 등 국방부가 발빠른 행보를 보였지만, 김훈 중위 사건(1998년 2월 사망), 박도진 중위 사건(1998년 4월 사망) 등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진상규명 불명자로 분류한 40여명에 대한 순직처리는 아직 답보 상태에 있다.

특히 군 의문사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김훈 중위 사망사건에 국방부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그러한 데는 김훈 중위 사건에 군 의문사와 관련된 군의 문제가 거의 함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군 의문사의 상징 김훈 중위 사건 ‘군 문제’ 함축돼 있어

김훈 중위(당시 25세, 육사52기)는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241GP)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제15대 대통령(김대중) 취임식 하루 전인 그해 2월 24일이었다.

그런데 한국군과 미군 수사관이 수사를 하기도 전에 ‘자살’로 결론지어졌고, 곧바로 보도됐다. 당시 김훈 중위는 12시 20분 경 소속 부대 박모 일병에 의해 발견됐고, 미군수사관(CID)은 오후 3시 30분에 사건현장에 도착했다. 한국군 수사관은 그보다 늦게 오후 4시 40분쯤 부대에 당도했다. 국방부는 김 중위 사인에 대한 수사도 하기 전에 출입기자들에게 ‘자살’로 브리핑했다.

미군 또한 김훈 중위 사건을 왜곡하는데 동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사고 당일 ‘상황보고’ 및 ‘JSA 경비 소대장 사망 관련 상황조치’ 문건에 따르면 미군 역시 군수사관(CID)이 도착하기도 전에 ‘자살’로 상황보고를 했다. 미군이 자살로 보고를 한 때는 오후 2시20분으로, 미군 수사관은 그보다 1시간 뒤인 오후 3시3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은 군의 입장은 최초 발표부터 현재까지 완고하다. 국방부는 육군이 미군 범죄수사대(CID)와 합동으로 진행한 1차 수사(1998년 2월 24일-4월 29일)는 물론, 육군본부 검찰부의 2차 수사(1998년 6월 1일∼11월 29일), 국방부장관의 지시로 설치된 특별합동조사단의 3차 수사(1998년 12월 9일∼1999년 4월 14일), 그리고 2012년 3월 22일 총기 격발실험 등에서 김훈 중위가 자신의 권총을 이용해 자살한 것으로 일관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국방부와는 달리 입법부(국회 국방위원회), 사법부(대법원), 행정부(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대 국가기관과 국가권익위원회는 자살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1999년 국회 국방위원회에 설치되었던 ‘김훈 중위 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는 그해 5월 31일 부실 수사에 대한 의문 15가지를 제기하며 ‘김훈 중위가 타살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정 활동 보고서를 펴냈다. 대법원도 2006년 12월 김훈 중위 사건 관련 판결을 통해 “초동수사가 잘못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판시했다. 3년간 사건을 조사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권익위도 국방부와 합의해 2012년 3월22일 총기 격발실험 등 쟁점 사안들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 후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김훈 중위 부친 김척(72ㆍ육사21기) 예비역 중장 등 유족은 군의 초동수사가 잘못된데다 진실을 밝힐 증거를 조작하고, 국가기관의 판단에 거짓말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군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사건을 은폐ㆍ조작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악의적으로 활용했다는 게 유족 측의 입장이다.

반면 국방부는 객관적 검증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자살’로 결론지었다고 반박한다. 4대 국가기관이 내린 ‘결론’도 국방부는 무시했다.

김훈 중위 유족 측과 국방부(군)가 사인(死因)을 놓고 팽팽히 맞선 가운데 진실 규명을위한 절차는 여러차례 있었다. 결과는 4대 국가기관과 유족 측이 주장하는 ‘자살’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 군이 증거를 조작하고, 김훈 중위 사인을 왜곡하고, 대법원 판결을 오용한 사실이 밝혀져 유족은 물론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훈 중위 사인과 관련해 자ㆍ타살의 진실을 밝혀 줄 핵심 증거는 총을 발사할 때 반드시 분출되는 화약이다. 그런데 김훈 중위가 총을 쐈다는 오른손에서 뇌관화약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방부는 화약 검출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자살’로 결론지었다. 이런 과정에 국방부가 서류를 조작했다고 유족 측은 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가 2011년 10월 17일 당시 민주당 서종표원에게 김훈 중위의 자살 판단 근거 자료로 제출한 뇌관화약감정서(손에 대한 뇌관화약 검출여부 확인) 사본 일체,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화약감정결과(99년 2월 6일) 및 미국 군수사연구소 증적(證跡)과 보고(98년 3월 25일)는 자살 결론과는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방부는 김훈 중위의 자살 근거로 미국 군 수사연구소 증적 자료(98년 3월 25일)에 나타난 왼손 손바닥의 화약 잔재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 군수사연구소 보고서는 ‘왼손 손바닥에 화약 잔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자살자로 귀결되어져서는 안된다는 사항에 유의할 것’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또한 미 군수사연구소는 김 중위의 왼손손바닥에만 뇌관화약이 검출된 것에 대해 “근접사이며, 스스로 쏘지 않았다”고 감정했다.

만일 ‘자살’이라면 발사한 오른손에 100 % 뇌관 화약성분이 검출돼야 하지만 미 증적보고서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다. 즉 김훈 중위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자 국방부는 발사자의 38%만이 뇌관화약이 검출된다는 논문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자살’ 결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8% 논문 통계를 적용하려면 권총의 종류, 화약량, 발사 장소와 위치(실내, 실외), 기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일반적인 통계로 자살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괸련 유족 측은 “38% 통계는 김훈 중위의 ‘타살’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오른쪽 손에 화약이 없는 것을 의도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해 자료를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족 측은 국방부가 지문감정서(1998년 3월 27일)에 ‘권총에 지문이 없다”는 내용을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1998년 10월 2일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시험결과도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은 1999년4월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 중위의 야전 잠바 좌ㆍ우측 어깨에서 화약성분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김 중위가 사격 하였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1998년 10월 2일)는 “변사자(김훈 중위) 어깨 위에서 검출된 화약 성분만으로 발사자가 변사자 자신인지 논단할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국방부의 ‘자살’ 결론에 이의가 잇따르자 김훈 중위 사건 재조사를 벌여온 국방부 조사본부는 국회, 권익위, 유족 측의 요구에 따라 직접 ‘진실’을 밝히기 위해 2012년 3월 22일 서울 강서구 소재 특전사 공수여단 실내사격장에서 김훈 중위가 사망하던 당시 판문점 241GP의 제반 조건을 그대로 재현한 가운데 총기실험을 실시했다. 오른손잡이인 김훈 중위가 스스로 피스톨 권총(M9 베레타)을 격발했다면 그의 오른손에 뇌관화약 잔재물이 남아 있어야만 자살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실험은 4개 그룹으로 구분해 정상적인 권총 자살 자세(오른손 검지손가락 격발)를 취한 5명과 비정상적인 자세(오른손 엄지손가락 격발)로 행한 5명에게서 각각 격발 4시간 후 시료를 채취했고 정상자세, 비정상 자세로 실험한 각 1명에게서는 격발 후 즉시 시료를 채취했다. 또 김훈 중위 사망 초기 미군 군의관 등이 현장을 오고 간 주변 정황을 재현하기 위해 발사자가 4시간 동안 김 중위의 발견 당시와 유사한 자세로 대기하도록 했다. 각 실험자의 왼손 손등 및 손바닥, 오른손 손등 및 손바닥에서 채취한 시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졌다. 그리고 실험자 전원의 오른손 및 왼손 손등과 손바닥에서 뇌관화약 잔사인 납, 바륨 및 안티몬이 검출됐다.

그런데 김훈 중위의 오른손에서는 뇌관화약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 3월 22일 실험결과에 의하면 그동안 김훈 중위 자살론자들이 법의학적 자살 근거로 내세웠던 “김훈 중위가 왼손으로 총열을 잡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겨서 격발(비정상적인 자세)했기 때문에 오른손에서 뇌관화약 잔재가 검출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라는 논거도 무너졌다. 다시말해 김훈 중위는 스스로 M9 베레타 권총을 격발(자살)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유족 측은 무엇보다 국방부가 대법원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짓고 이를 대외적으로 강변하고 알리는 데 활용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대법원(김영란 전 대법관 주심, 김황식 전 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배석)은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한 판결문(2006년 12월 7일)에서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태영 국방장관과 조정환 육군참모차장(2010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김흥석 법무실장(2010년 11월 9일 육사총동창회), 승장래 전 국방부조사본부장(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등 군 수뇌부 인사는 한결같이 “대법원은 ‘자살’로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2010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서종표 의원의 김훈 중위 사건 질문에 “대법원 판결 모두에서 자살로 인정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서 의원이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며 재차 질문하자 김 전 장관은 “판결문을 읽어 보지 못했다. 보고만 받았을 뿐이다”며 말을 바꿨다.

동일 국정감사에서 당시 조정환 육군참모차장은 “김훈 중위 사망에 대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자살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을 뿐 고등법원은 ‘자살’로 인정했고, 대법원도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지만 고등법원과 마찬가지로 ‘자살’로 판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2004년 2월 17일)에서 현장조사의 미흡 및 현장보존의 소홀, 수사 초기의 형식적인 알리바이 조사, 사인에 대한 예단 정황에 관한 사정을 인정한 후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한마디로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게 고등법원의 판단이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조정환 전 차장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김흥석 법무실장은 2010년 11월9일 육사총동창회에서 “국방부 합조단에서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 자살이라고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라고 말했다. 국방부 합조단에서 내린 ‘자살’결론에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라고 거짓 보고한 것이다.

승장래 전 국방부조사본부장은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에서 최종 자살에 대한 판결까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법원 판결은 자살로 인정한 적 없다”고 묻자 승 전 본부장은 “군이 과학적인 수사를 했기 때문에 자살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방부가 대법원 판결을 ‘자살’로 해석하고 이를 오용하는 것에 대해 유족 측이 강력하게 항의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2014년 3월 31일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JSA 김훈 중위, 오른손의 미스터리’편을 방송하면서 대법원에 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나타냈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한 군수사기관의 수사상 직무소홀 행위가 유가렝?사인에 대한 알권리나 명예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 사안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원심을 수긍하였기에 대법원의 입장은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중립(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의 ‘자살’이라는 자의적 해석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김척씨는 “군이 진실을 왜곡하는 것은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증거조작단’”이라며 “이런 군에 누가 충성하겠나. 상관에 대한 신뢰, 전우애가 없다 보니 군 폭력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국방부는 국민권익위의 시정권고를 무시하고 김훈 중위 사인을 정신질환 자살자로 몰아가 논란이 일었다.

승장래 국방부 조사본부장(현 예비역 육군 소장)은 2011년 “김훈 중위는 정신질환자라서 자살했다”라고 주장하며 정신질환 감정의뢰까지 실시했으나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는 감정 결과가 나오자 묵살했다.

이와 관련해 2012년 10월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현 청와대 정무기획 비서관)은 국방부의 수사와 이후 처리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국방부는 권익위의 시정권고를 받아들여 고 김훈 중위의 명예를 회복시켜, 부실 수사에 책임 있는 조사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김훈 중위와 유족들의 명예를 더럽히는 꼼수 재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군 의문사 군 인권과 국방개혁 시금석…강군의 기본은 국민신뢰

김훈 중위 유족은 7월 25일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김훈 중위 사망사건의 진상구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유족 측은 “군 적폐청산 차원에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면서 “조작 관련자들을 처벌해야만 정의로운 군대, 국민의 군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7월 20일 가진 ‘군 의문사 관련 유가족 간담회’에서 군 의문사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과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서주석 국방차관은 지난 6일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 유가족과 가진 간담회에서 “군 의문사를 적폐로 인식하고 있다”며 “군 의문사 문제의 조기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김훈 중위 사망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군 적폐청산과 군 인권 보장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훈 중위 사건을 잘 알고 있다”며 “유족의 뜻을 존중하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관련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군 의문사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군대내 ‘자살’에도 군이 책임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순직 처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윤원중 위원장은 2009년 12월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말할 것 없이 군대 내에서 사망한 경우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망한 경우에는 단 한 나라의 예외도 없이 모두 국립묘지 또는 군인묘지에 안장해주고 있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라 뿐이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군대 내 사망, 자살은 물론 군 의문사에 대해 우리나라는 순직처리에 소극적이다.

김훈 중위 부친 김척씨는 김훈 중위 순직 처리와 관련해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며 “이는 김훈 중위 개인 문제가 아니고 아직 진상 규명되지 않은 사망 군인들, 현재 군에 복무하고 앞으로 입대할 대한민국 젊은이와 부모들 모두가 관련된 것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척씨는 ‘정의가 없는 국가는 강도떼와 같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로마가 정의로운 국가였을 때 번성했던 것처럼, 정의가 사라지면 국가도 무너진다”면서 “정의롭지 못한 군대는 강도떼나 다름없는데 그런 군대에 누가 충성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가가, 군이 정의로울 때 충성을 하고 신뢰한다”면서 “국력, 강군의 진정한 힘은 국민의 믿음에 있는 만큼 군 의문사 진성규명은 신뢰받는 군으로 가는 기초”라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kr

*사진 설명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7월 20일 가진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 유가족 간담회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6월 6일 현충일 고 김훈 중위 부친인 김척 예비역 육군 중장과 모친이 김훈 중위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벽제 군 영현실에서 영령을 위로하고 있다.

-김훈 중위 부친 김척(72ㆍ육사21기) 예비역 중장은 국방부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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