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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피해 그 후①] 한성무역 금융사기피해 탈북민의 눈물 어린 호소

‘나 몰라라’ 대한민국 정부… “이제는 책임져야 할 때”

공공기관·지자체가 방관한 금융사기

실형 선고받고 복역 중인 주범 한필수, 현재 파산상태로 보상금 회수도 불투명

한성무역 사기피해자들 “통일부·경찰·금융당국, 이번 사건에 책임져야” 주장
  • 한성무역 금융사기피해 탈북민들의 피해구제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통일부 앞에서 열린 한성무역 금융사기피해에 대한 집회 현장.
‘탈북민판 조희팔 사건’이라고 불리는 한성무역 금융사기피해 탈북민들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약 400여명의 피해자 그리고 160억원의 피해액을 낳은 이 사건은 주범이 현재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임에도 피해자들의 구제방안이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 특히 그 피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관련 기관이 이를 방관하고 있어, 탈북민들의 우리 정부에 대한 울분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래도 이들 탈북민들은 기회의 땅이자 자유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이곳 대한민국에 목숨을 걸고 내려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들의 고통을 국민들과 정부에서 귀 기울이며 해결책을 모색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한국>은 한성무역 사기-탈북민 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최미란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지난해 여름에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규탄 집회를 열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 정확히 작년 6월 초순이다. 당시 한성무역 사기 탈북민 피해 대책위원회 인원들, 약탈경제반대행동 관계자 등이 모여 통일부를 향해 한성무역 사기피해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검찰과 경찰 앞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를 열었고, 통일부에는 또 목이 터져라 우리의 호소를 들어주길 외쳤다. 그러나 그 어느 정부기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렇게 해가 넘겨 2017년 9월이 됐음에도 피해 회복은커녕 피해자들 모두가 고통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 한성무역 금융사기피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거론된 적이 있지만, 이에 대해 모르는 독자들이 더 많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 정착한 뒤 신문보도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조희팔’이라는 사람에 대해 뒤늦게 접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범이라면서 그에게 사기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이성을 잃은 듯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고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고 안타까웠지만 당시까지 우리 탈북민들 대부분은 그런 대규모 피해를 당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조희팔의 사례와 똑같은 사기 피해를 겪은 당사자가 되다 보니, 이것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해 정착한 대한민국 땅에서 나는 힘들더라도 같이 건너온 나의 자식들만큼은 탈북민이 아닌 대한국민으로 제대로 살도록 하기 위해 아끼고 고생하고 악착같이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을 잃었고, 점점 지쳐가고 있다. 무엇보다 조희팔이 그의 피해자들에게 그랬듯이, 우리도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큰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더욱 깊었다. 우리 탈북민들에게는 조희팔 사례와 같은 큰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이 바로 한성무역 사기피해다. 그런데 소수의 언론만이 규탄 집회가 있을 때 잠시 주목해줬고, 이번 사건의 사실상 ‘공범’으로 볼 수 있는 정부기관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막상 피해 당사자가 된 입장에서 호소할 곳도 없고, 제대로 우리 탈북민의 피해에 대해 눈 여겨 봐주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다.”

- 한성무역 금융사기피해에 대한 자세한 경과를 이야기해 보고 싶다. 원래 한성무역은 금융사기피해로 번질 정도로 문제가 있는 회사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성무역 사기피해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 회사의 대표였던 한필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한필수는 1996년에 탈북을 한 번 했다가 다시 북으로 강제송환됐고, 2002년에 다시 탈북해서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한필수는 원래 중국에서 액세서리 장사를 했었는데,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에 한성무역을 세웠다. 한성무역은 국내 생필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업을 했는데 중국 상인들에 대한 장사 수완이 좋았나 회사가 점점 커졌다. 나중에는 국내 대기업들을 주 거래처로 비누와 샴푸, 치약 등을 중국에 수출해 많은 이득을 남겼고, 자체 브랜드도 만들어 수백억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한필수는 한성무역에 우리 탈북민들의 취업에도 힘써주며 직원 대부분을 탈북민으로 채용하는 등 그렇게 10년 만에 ‘성공한 탈북 기업인’으로 불리게 됐다. 물론 말씀하셨듯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사기를 저지를 회사의 대표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런데 조희팔이 피해자들에게 그랬듯이 한필수도 이 모든 과정을 나중에 사기를 저지르기 위한 밑그림으로 이용했을 뿐이었다.”

- 문제의 발단은 무엇이었나.

“피해자들마다 피해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주로 2012년경부터 지인들의 소개로 한성무역 영업사원이라는 사람들로부터 투자권유가 들어왔다. 한성무역이라는 회사에 돈을 투자하면, 약정된 이자를 매월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탈북자들이 그랬듯이 사기의 위험이 두려워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신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적금이나 펀드나 주식 등은 고사하고 금융기관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불려나갈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매월 고정된 이자를 지급해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 그럼 곧바로 한성무역 투자에 나선 것이었나.

“그건 아니었다. 아무리 돈을 불려준다고 하지만, 역시 거액의 돈을 남에게 준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각종 공공기관에서 ‘한필수에게 돈을 투자해도 된다’라는 믿음을 심어주면서 하나 둘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그 공공기관이라는 곳은 어디였나.

“우선 서울 노원경찰서였다. 2012년 6월경 한필수는 노원경찰서 강당에서 탈북자 400명을 불러 모아 안보강연을 했다. 우리 탈북민들은 거주지 경찰서에서 경찰관 감시 하에 정기적으로 정착교육 및 안보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안보교육은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주최를 하며 해당 강연은 주로 탈북민이 하게 되는데, 강연자는 통일부와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에서 인정하고 맡긴 사람이니 당연히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그 강연자가 바로 한필수였다. 물론 한필수가 노원경찰서에서 안보강연을 한 주요 목적은 따로 있었다. 강연이 끝난 뒤 그는 한성무역에 대해 소개하면서, 자신의 회사가 탈북민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는데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성무역에 투자하면 매월 1.5%, 연 18%의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민국 경찰서라는 공공기관이 제공한 곳에서 안보강연을 하고, 거기에서 소개된 한성무역이라는 회사의 장점과 투자로부터 생길 수 있는 이익 그리고 무엇보다 한필수라는 인물의 ‘위대함’에 대해 듣게 되니 대부분이 투자를 하는데 마음이 가게 됐다.”

- 강연의 목적과 맞지 않은 일종의 ‘투자장사’를 한 것인데, 그때 노원경찰서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경찰관 감시 하에 해당 강연과 투자소개가 있었음에도 그 어떤 제지도 하지 않았다. 특히 당시 한필수의 투자소개를 들어보면,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다수에게 장래에 투자원금을 보장하고 약정된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만 간단하게 검색해보면 나오는 현행법상 엄격히 금지된 ‘유사수신행위’였다. 우리 탈북민들이 당시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제지해야 하는 경찰서에서 버젓이 범죄행위가 벌어졌고, 이를 경찰들이 뻔히 보면서 방조한 꼴이었다. 나중에 소송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당시 한필수는 이미 유사수신행위로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과가 있었다.”
  • 지난해 7월 한성무역 사기-탈북민 피해 대책위원회 및 약탈경제반대행동 등 단체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성무역 금융피해사기 구제에 대한 정부 측의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또 다른 공공기관이나 인물들이 사실상 한필수에 대한 믿음을 줬던 사례가 있나.

“정부기관과 지자체, 언론·방송사, 정부인사들 등 수도 없이 많다. 파주시가 한성무역에서 주최한 ‘통일아가씨 선발대회’를 후원하거나, 청주시에서 한필수의 자원봉사단 특강을 도왔고, EBS교육 방송과 KBS라디오에서도 한성무역에 대한 긍정적 방송이 나갔었다. 중소기업청에서는 두 차례나 한성무역을 ‘경영혁신형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하면서 잘 나가는 회사로 만들어 줬다. 특히 투자과정에서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전 국무총리, 탈북자 출신 전 국회의원이 한성무역에 방문해 사진도 찍고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소개도 해줬다. 한필수는 당연히 이를 이용했고,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을 늘려갔다.”

- 투자자가 더욱 모이게 된 다른 이유는 무엇이며, 최초로 피해를 알게 된 것은 언제였나.

“첫 투자가 2013년 9월경에 이뤄졌는데,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실제 이자가 제대로 지급됐고, 한성무역에서 일부 탈북자들을 추가 채용하면서 한필수가 강연에서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인 줄로만 알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탈북 이후 받은 정착금과 그동안 일하면서 벌어둔 돈, 심지어 아파트 보증금까지 빼내 투자하면서 일인당 투자금이 억대에 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받게 되는 이자도 상당했다. 잠시나마 입이 함박만 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 이자가 지급되면서 추가로 투자를 하고, 다른 탈북자에게 소개를 하면서 투자자가 더욱 많이 몰렸다. 그런데 2014년 3월경, 한필수가 잠적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다들 우리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 한필수의 잠적 이후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다들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처가 없었다. 한필수가 중국 선양으로 출장을 간다고 하면서 장기간 연락을 끊었고, 그가 투자금 160억원을 전부 가지고 갔다는 이야기가 투자자들에게 전해지면서 난리가 났었다. 한 순간 투자자에서 피해자들로 변한 우리들은 피해대책위를 결성해 경찰에 한필수를 고소했고, 공장 청산과 부동산 매각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한필수가 금융권에서 진 수백억원의 채무를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한다면서 그 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피해자들이 400여명에 달했고, 추산되는 피해금액만 160억원 이상이었다. 결국 한필수는 2015년 4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한국으로 송환돼 구속기소 됐다. 법원이 한필수에게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현재 그는 복역 중이다.”

- 이후 피해구제 방안을 모색됐는가.

“백방 시위를 열고, 공공기관에 청원을 하더라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한필수는 1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들여 유명 변호사를 고용해 선고 받은 7년형을 복역하고 나오면 다시 잘 살 수 있다. 한필수가 파산신청을 한 상태로 우리 피해자들이 그에게 직접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 보상금이 없음에도, 그의 친인척들은 어떤 연유인지 갑자기 재산이 늘어나 현재 잘 먹고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피해자들은 돈 없고 한국 사회에 대해 무지한 탈북민이다. 그 중에는 무려 28억원을 사기당한 귀한국군용사회 인원들 그리고 한성무역 사기피해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명의 탈북민도 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지난해 중순경 옥살이를 하고 있는 한필수가 피해자 중 230명에게 일인당 30만원의 피해 보상금을 제시하면서 형량을 줄이려는 목적의 형사합의를 시도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 파렴치한 속내를 교도소 담장 밖에서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심정이,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정말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
  • 최미란 한성무역 사기-탈북민 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 정부 측에 피해보상에 대한 주장은 계속해 나갈 생각인가.

“물론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피해자들에게 ‘너희가 바보라서 사기를 당해 놓고 왜 국가에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가’라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우리가 한필수로부터 사기피해를 당한 그 동안의 과정에 대해 잘 모르셨던 분들께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더 사람답게 살 수 있고, 법과 원칙이 제대로 세워진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탈북민들은 180도 다른 사회인 이곳 대한민국에 정착해 살아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금융사기예방 교육이라는 것도 받지 못했고, 유사수신행위라는 것도 무엇인지 몰랐다. 어느 누구도 가르쳐 준 적도, 배울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은 유사수신사기 전과가 있던 사람에게 탈북민 안보강연의 기회를 꾸준히 줬고, 경찰서는 그의 유사수신행위를 방관했다. 또 여러 지자체와 방송사 및 언론, 전현직 공직자들이 대한민국 젊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인 ‘이미지 메이커’를 자처했다. 특히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담보가치가 적었던 한필수의 공장과 토지에 210억원이라는 거액을 제1금융권과 보험사, 공기업에서 대출해줬다. 당연히 금융당국의 방조와 묵인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 없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뒤따른다. 부디 현명한 국민 여러분들과 정치권에서 우리 탈북민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들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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