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핵심인물’ 김한수 행정관… 납득할 수 없는 증언에 의혹만 증폭

김한수 전 행정관, 선거캠프 업무 목적으로 이춘상 보좌관에 태블릿PC 전달해

요금 납부명의는 김한수 전 행정관이 운영하던 법인계좌로… 횡령 소지도 있어

검찰조사 당시 진술과 법정증언 오락가락했던 김한수 전 행정관

태블릿PC 둘러싼 朴 전 대통령 측 의혹 제기에 일일이 반박하지 않는 檢… 의혹만↑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못하며 의혹만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진=주간한국)
한민철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에 대한 진실공방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JTBC가 최초로 보도한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최근 검찰이 발표했지만, 일부 언론과 대한애국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 이에 수긍할 수 없다며 특검법 발의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태블릿PC 보고서가 지난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처음으로 공개됐고, 관련 증인들이 법정증언에 나서며 태블릿PC를 둘러싼 숱한 의혹에 대해 증언해줬다. 그러나 증인들의 오락가락한 증언 그리고 그 증언을 통해 나온 상당히 이례적인 부분들이 의혹 제기에 불을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검찰 측은 태블릿PC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주장에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며, 태블릿PC가 세상에 밝혀진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혹만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공판에서는 김한수 전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 선임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JTBC가 지난해 10월 24일 최초로 보도했던 ‘1차 최순실 태블릿PC’를 개통한 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11일 이 사건 재판에서 검찰 측이 발표한 태블릿PC 분석보고서가 공개됐고, 이후 태블릿PC가 주요 쟁점으로 대두되며 보다 치열한 법정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그만큼 이 태블릿PC의 구입과 개통 경위 그리고 이 기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최씨의 소유가 됐는지에 대해 알고 있을 김 전 행정관은 태블릿PC 의혹을 풀어줄 핵심증인임이 분명했다.

기존 언론보도에서도 어느 정도 다뤄진 내용이지만 이날 재판에서 김 전 행정관의 증언과 기존 검찰 진술조서 내용 등에 따르면, 이 태블릿PC에 대한 구체적 내막은 기기를 구입하고 개통한 2012년 6월이 아닌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3년 한나라당의 디지털 정당화 이슈가 한창이던 시기, 김한수 전 행정관은 자신의 고교 동창이자 최순실씨의 조카인 이 모씨의 소개로 고(故) 이춘상 전 보좌관을 처음 만났다.

이춘상 전 보좌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15년간 보좌했고, 지난 2012년 12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강원도 유세를 수행하던 중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당시 이춘상 전 보좌관으로부터 디지털 한나라당의 취지와 걸맞게 청년들의 생각을 듣고 소통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김 전 행정관은 싸이월드를 통한 젊은층과의 소통 등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매체를 활용한 정책 홍보 등에 대한 조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2년 12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이춘상 보좌관의 빈소를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
특히 이 시기 김 전 행정관은 이 모씨로부터 “유치원을 하는 셋째 이모가 있는데 박근혜 의원님과도 잘 아는 사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접점으로 당시 이춘상 전 보좌관을 자연스럽게 소개받았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이후 4년여가 지난 2007년경 김한수 전 행정관은 평소 연락이 없었던 이춘상 전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이때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춘상 전 보좌관으로부터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경선을 도와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게 된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은 이 시기 ‘마레이컴퍼니’라는 소규모 문구 납품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대표로서 회사 일에 더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이 전 보좌관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후 또 4년여가 지난 2012년 2월경, 김 전 행정관은 또 다시 오랜만에 이춘상 전 보좌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의 선거캠프 일을 도와달라”라는 제안을 받았다. 김 전 행정관은 이때는 이춘상 전 보좌관의 제안을 수락했고, 박 전 대통령의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캠프에서 미디어본부 내 미디어팀장으로 활동했다.

여기서부터 이 문제의 태블릿PC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당시 이춘상 전 보좌관과 이동 중 보다 큰 화면으로 이메일도 체크하고 업무도 볼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이런 이 전 보좌관의 ‘요청에 따라’ 태블릿PC를 사주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한수 전 행정관은 지난 2012년 6월 SK텔레콤 대리점에 들러 자신이 대표로 있는 ‘마레이컴퍼니의 명의로’ 흰색의 삼성전자 갤럭시 탭 8.9LTE SHV-E140S 모델을 구입해 개통했다.

그가 당시 이 태블릿PC를 개통했다는 사실은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된 SK텔레콤 신규 계약서에도 명시돼 있었다.

김 전 행정관의 기억은 불분명했지만, 계약서 내에는 그의 필체로 기재한 서명이 있었고, 기기 출고가 88만원에 월 납부금액 2만 3610원이 적혀 있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아주 이례적으로 이 태블릿PC를 대리점에서 직접 가지고 가지 않았고, 대하빌딩 선거캠프에 퀵서비스로 보내 캠프 내에서 이 기기를 수령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당시 캠프에 있던 다른 동료들의 기억과도 일치했다.

이후 김 전 행정관은 이 태블릿PC를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전달했고, 이를 이 전 보좌관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증언했다.

태블릿PC의 사용자는 이춘상 전 보좌관이었지만, 김 전 행정관은 매월 2만 3610원과 24개월 분납의 기기 약정 금액을 더한 요금을 ‘마레이컴퍼니 법인명의 계좌’로 납부하도록 설정했다.

최순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본 흰색 태블릿PC

2012년 9월경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춘상 전 보좌관을 수행하는 중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중식당에서 이 전 보좌관을 통해 최씨를 처음 만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이춘상 전 보좌관은 최씨에 대해 김 전 행정관의 고교 동창 이 모씨의 이모라고 소개했고, 이에 김 전 행정관은 최씨에게 이씨의 친구라고 인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식사가 끝날 때 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최씨가 가방에 자신이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전달한 흰색 태블릿PC를 넣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에 김한수 전 행정관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이춘상 전 보좌관이 자신이 개통해준 태블릿PC를 최씨에게 전달해, 최씨가 이 기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춘상 전 보좌관이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후 2013년 1월경 김한수 전 행정관은 최씨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당시 이름도 모르고 자신의 친구의 이모로만 소개받은 최순실씨가 흰색 태블릿PC를 가방에 넣는 것을 보고 자신이 개통한 것이라고 추론했다고 진술했다. (사진=연합)
당시 김 전 행정관은 최씨로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김 전 행정관은 최씨에게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고, 최씨는 “뭘 고민해. 우선 일 해보고 계속 할지는 나중에 결정해”라고 재촉했다.

김 전 행정관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당시 최씨는 김 전 행정관에 인수위에서 일을 하려면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어 “그런데 태블릿은 네가 만들어 줬다면서”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자신이 태블릿PC를 개통한 사실을 최씨가 알고 있고 그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곧바로 이춘상 전 보좌관에 전달한 태블릿PC의 사용요금 납부 명의를 마레이컴퍼니 계좌에서 자신의 개인명의 신용카드로 변경했다.

그는 재판에서 “청와대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마레이컴퍼니 대표이사 사임과 주식 관련 부분도 정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회사를 인수인계를 하면서 저와 관련된 부분들을 체크하다 보니 태블릿 이슈가 있었고, 제가 개인납부 형식으로 변경한 사실이 있다”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이후 2016년 10월 이 태블릿PC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도화선이 돼 세상에 밝혀졌다.

업무를 위해 태블릿PC를 사줬다(?)… ‘업무상 횡령’ 소지 있는 이유

사실 이날 재판에서 김한수 전 행정관의 검찰 진술조서와 검찰 측 주신문에 대한 증언 내용은 변호인 반대신문 과정에서 여러 번 번복됐다.

특히 태블릿PC를 둘러싼 위와 같은 과거 일들 중에는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부분들이 존재했고, 의문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었다.

우선 김한수 전 행정관은 자신의 고교 동창인 이 모씨로부터 “유치원을 하는 셋째 이모가 있는데 박근혜 의원님과도 잘 아는 사이다”라는 말을 들은 시점에 대해 말을 바꿨다. 그는 검찰조사에서 이 말을 이춘상 전 보좌관을 처음 소개받았던 시기에 이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은 이날 재판에서 그 정확한 시점을 묻는 변호사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정확히 드리기 어렵다”라며 “제 고교 동창인 이씨와는 17살 때부터 현재까지 친구로 지냈는데, 그 이야기를 어느 시점에서 했다고는 전혀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부분은 있다”라고 말했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더 있었다. 우선 김한수 전 행정관은 당시 이춘상 전 보좌관이 ‘이동 중 보다 큰 화면으로 이메일도 체크하고 업무도 볼 수 있는 기기’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 태블릿PC를 개통해 이 전 보좌관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하빌딩 선거캠프 내에는 이 기기를 포함해 두 대의 태블릿PC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선거캠프에는 SHV-E140S 다음 모델로 출시됐던 작은 사이즈의 태블릿PC도 선거비용으로 구입해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춘상 전 보좌관은 김 전 행정관에게 생일선물 등 개인적 의도로 태블릿PC를 원한 것도 아니었고, 지극히 업무용으로 사용할 기기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 뿐이었다.

김 전 행정관도 태블릿PC를 이 전 보좌관에게 전달하면서 업무의 연속성으로 사용하길 기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김 전 행정관은 이 ‘업무용 태블릿PC’를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자금이 아닌 선거캠프 내 비용으로 구입해 이 전 보좌관에 전달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당연했다.

특히 한두 푼도 아닌 출고가 88만원에 월 납부금액 2만 3610원의 기기를 선거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자신의 회사 공금으로 요금을 납부하면서 선거캠프 업무용으로 사용하게 했다는 사실은 자칫하면 마레이컴퍼니에 대한 ‘업무상 횡령’의 소지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표라도 회사 공금을 이용해 회사 운영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당연히 업무상 횡령 혐의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자신의 당시 행동이 횡령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몰랐다고 한다면 더욱 말이 안 된다.

결국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날 재판에서 단순한 전달이 아닌 기프트(Gift), 즉 선물의 개념으로도 줬다고 증언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이 태블릿PC를 자신이 사용할 목적이 아닌 타인의 업무용 선물로 사 준 것이라면, 개인 돈으로 이를 구매하고 요금을 내줬어야지 법인 명의로 했다는 것은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최순실이 가방에 넣은 흰색 태블릿PC에 대해 결국 번복된 진술

석연치 않은 부분은 또 있었다. 2012년 9월경 이춘상 전 보좌관의 소개로 최순실씨를 처음 만났을 때, 최씨가 자신의 가방에 흰색 태블릿PC를 넣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전 진술과 오락가락한 증언을 했다.

우선 김 전 행정관은 검찰에서는 “최순실씨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그 자리로 갔는데, 그때 제가 개통해 이춘상 보좌관에게 전달한 흰색 태블릿PC를 최순실씨가 가방에 넣는 것을 보았다”라고 진술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의 신문에 검찰 진술과 오락가락한 증언을 했다. (사진=연합)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이 이 전 보좌관에게 전달한 흰색 태블릿PC가 아닌, 정확히 “흰색 태블릿PC를 본 사실은 있다”고만 증언했다.

결국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 김 전 행정관은 최씨가 가방에 넣었던 태블릿PC가 자신이 개통한 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 시기가 당시가 아닌,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 검찰조사 과정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추론하게 됐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김한수 전 행정관은 최씨의 이름도 모른 채 단지 친구 이 모씨의 이모라고만 알고 있었고, 최씨와 이춘상 전 보좌관이 무슨 사이인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이 개통한 태블릿PC를 최씨가 사용하고 있어야만 했을 이유도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면서, 단지 흰색 태블릿PC를 최씨가 가방에 넣는 것을 봤다는 것 때문에 이 기기를 자신이 개통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점은 김 전 행정관의 증언 그대로 추론이었다.

더구나 김 전 행정관은 최씨가 가방에 넣은 이 흰색 태블릿PC가 삼성 SHV-E140S 모델인지도 알 수 없었고, 기기 정면에 새겨진 삼성 로고도 보지 못했으며, SHV-E140S 모델과 같은 크기의 기기였는지도 확인을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김 전 행정관이 당시 목격한 흰색 태블릿PC가 자신이 개통한 기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당시 대한민국에서 판매된 수많은 흰색 태블릿PC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의미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이를 태블릿PC가 최씨의 소유라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취지로 바라보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날 최씨와 김 전 행정관과의 첫 대면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또 있었다. 당시 김한수 전 행정관은 자신이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태블릿PC를 전달한 뒤, 그가 이 기기를 가지고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최씨가 가방에 넣는 흰색 태블릿PC를 김 전 행정관 자신이 개통한 기기로 판단했었다면, 식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아까 그 태블릿PC, 제가 전달해준 태블릿PC 아닙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지극히 상식선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월 사용요금과 분할납부 금액을 내고 선물의 의미를 담아 이춘상 전 보좌관 업무용으로 전달한 태블릿PC였고, 그것이 이 전 보좌관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태블릿PC의 행방에 대해 이 전 보좌관에 물어보는 일은 당연히 필요했다.

그러나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런 상식적인 의문도 가지지 않았고, 이춘상 전 보좌관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여전히 마레이컴퍼니 명의로 태블릿PC의 요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특히 최씨로부터 2013년 1월경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련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런데 태블릿은 네가 만들어 줬다면서”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한수 전 행정관 자신이 태블릿PC를 개통한 사실을 최씨가 알고 있고 그 기기를 최씨가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당연히 최씨에게 자신이 통신요금을 납부하고 있었으니 이제부터 최씨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말을 했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은 최씨에게 이제부터 요금을 납부하라는 요청을 한 것이 아닌, 납부 명의자를 마레이컴퍼니에서 자신 개인 명의로 변경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검찰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춘상 보좌관이 최순실씨에게 제가 개통해준 태블릿PC를 사용하게 했다면, 제가 매월 얼마 되지 않는 요금 정도는 매월 납부해도 될 것 같아서 제 이름으로 결제자를 변경했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이라는 이름도 모르고, 그가 이춘상 전 보좌관과 어떤 관계였는지도 잘 모르고, 단지 고교동창의 셋째 이모로만 알고 있는 사람을 위해, 매월 대신 요금을 납부해주고 있는 꼴이었다.

당연히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 대목에서 김 전 행정관은 당시 태블릿PC나 납부요금에 대해 생각할 경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법정에서 “다수의 언론이나 단체에서 그런(요금납부) 관련 부분을 유사하게 의혹 제기를 하고 저도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다”라며 “당시에는 제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대선이라는 큰 것을 치룬 뒤 회사정리를 하면서 인생 관련 부분에 있어서 태블릿PC가 제 기억 속에서 어떻게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檢, 의혹에 일일이 반박하지 않은 채 조작설 등 일축

생각보다 이 태블릿PC는 다양한 의혹을 포함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 측이 공개한 태블릿 분석 보고서에서 명시된 기기 내 카카오톡 메시지는 전부 기계어로 처리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다른 국정농단 재판에서는 소송 관계인들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정확히 복구돼 증거로 채택된 반면, 유독 이 태블릿PC 내 카카오톡만 기계어로 제출됐다는 점은 역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반드시 이에 대한 추가 감정신청이 필요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이 기기의 소유주 명의를 검찰보다 JTBC가 먼저 파악한 경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이미 일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로 지난해 검찰 측이 이 태블릿PC를 입수해 SK텔레콤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낸 뒤 소유주 명의가 마레이컴퍼니였다는 사실을 알아내 주임검사에 보고한 시기는 10월 27일이었다.

그런데 JTBC는 하루 전인 10월 26일 ‘[단독] 최순실 태블릿 PC…새로 등장한 김한수 행정관’ 제하의 기사에서 “태블릿PC의 소유주 명의를 확인한 결과, 최씨가 아닌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이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세상에 드러난지 약 1년여가 돼가는 시점에도 이 기기를 둘러싼 의혹은 아직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사진=연합)
수사기관이 파악하기 전 언론기관이 SK텔레콤에 직접 기기의 명의자가 누군지 문의해 알아내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또 당시 독일에 있었던 최씨에게 물어보거나 고인이 된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태블릿PC의 최초 소유주가 마레이컴퍼니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사실상 김한수 전 행정관이 유일했다.

이에 김 전 행정관은 “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JTBC와 관련된 언론인과 인터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 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태블릿PC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이런 의혹제기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조작설 등을 일축하며 검찰이 제출한 태블릿PC 분석보고서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검찰 측은 “김한수 증인의 증언을 통해 최서원(최순실)이 태블릿PC의 존재를 알고 사용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인들이 최서원이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문을 가지고 계속해서 태블릿PC의 감정신청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말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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