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LH책임” Vs “조치 충분”

주민들 “아파트가 산과 너무 붙어 위험”

LH “책임있는 하자는 신속히 처리할 것”

강남구청 “LH가 처리해야 할 문제”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LH강남브리즈힐 아파트 주민들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브리즈힐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에 하자가 많고, 아파트가 대모산과 너무 붙어 있어 대모산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비가 오거나, 산사태나 산불이 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 우면산 사태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브리즈힐 아파트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LH공사 측은 충분히 보수를 했으며, LH의 책임이 있는 하자에 대해선 입주민과 협의해 최선을 다해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면산 산사태 재현될 수 있다”

브리즈힐 아파트는 2014년 10월에 준공됐고 402세대 규모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파트와 아파트 뒤편에 있는 대모산이 지나치게 붙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브리즈힐 아파트 407동과 408동의 경우 대모산과 바짝 밀착돼 있다.

정수찬 강남브리즈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파트가 대모산과 너무 인접해 있어 위험하다”며 “산사태 발생 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1년 7월 서울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우면산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산사태 때 흙더미가 인근 아파트 등을 덮치면서 16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아파트 주민들은 여름에는 물난리와 산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봄과 가을, 겨울에는 산불이 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파트 뒤편에 있는 대모산은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 만일 산불이 날 경우 대모산과 맞닿아 있는 아파트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5일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대모산에서 대량의 빗물이 아파트 단지로 유입돼 단지 일부가 침수되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LH공사와 강남구청이 근본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공사 측은 “단지 북측 대모산 인접구간은 사면이 안정화되도록 구배를 잡아 자연석 쌓기 및 녹지로 조성했다”며 “산불 발생에 대하여는 단지 내 소방차량출동로가 확보되어 있어 확인결과 산림청, 지자체 및 소방관서 등의 산불진화 활동이 상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침수에 대해선 “배수시설의 소통능력은 충분하나 맨홀유입부의 막힘 등으로 배수가 적절치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단지 내 유입수 차단을 위해 산마루측구를 확대하고 추가배수로 설치공사를 완료해 올해 우기 시에는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강남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아파트 뒤편 소방도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서 답을 드렸고 산을 깎아서 도로를 내달라는 것은 구청에 이야기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로 자체를 확장해야 하는 부분인데 LH공사에서 근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산사태 문제에 대해선 산사태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충분히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수해 발생 후 배수로 공사를 했으나 여전히 수해 대책이 미흡하다”며 “산불이 나면 바로 아파트 피해가 우려되므로 소방용 도로나 절개지 설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407동 대모산 경계부위 조경석 석축의 경우 우천 시 하단부에서 물이 새고 있어 옹벽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대모산 배수로 배관공사도 미흡해 배수로 공사를 다시 해야 하고, 배수로 주변에 치수를 위한 사방공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자 많은 브리즈힐 아파트

브리즈힐 아파트의 특징은 하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 공사 시행자는 LH공사이지만 실제로 아파트를 지은 회사는 ‘현대아산 외 1’로 나와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지적한 하자 중 특히 심각한 것은 균열 문제다.

주민들은 “각 동 및 지하주차장의 균열이 심화되어 있고, 특히 409동의 균열이 심각해 건물 안전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꼽은 주요 균열 장소가 74개소이다.

이에 대해 LH공사는 “각 동 및 지하주차장에서 발생된 균열부위에 대해 구조안전전문가 자문 시행 후 균열부위 보수를 완료했다”며 “409동 벽면균열에 대하여는 외부 안전진단 결과 균열보수 이후 추가 균열발생이 없어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 중에는 아파트 전기실 소음 문제도 있다.

주민들은 전기실 위에 주택들이 있어서 변압기 진동소음이 건물 상부와 벽을 통해 세대로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이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진재와 흡음재 설치를 요구했다.

주민들의 지적에 대해 LH공사는 “지난해 3월 현장조사 및 민원회신 완료한 건”이라며 “세대 내에서 소음 측정값이 30~33db(기준치 45db)로 법에서 정한 기준치 이내로 변압기 설치 시방서의 진동방지 시설도 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변했다.

또 “입주자의 불만해소를 위해 전기실 상부 PIT 부위에 소음차단벽을 설치했다”며 “전기실 천정 개구부 소음방지 덮개를 금주 중 설치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방음칸막이 설치 효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LH 하자보수 불만족”

주민들은 LH공사의 다른 하자보수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차차단기 인식불량, 배수위험경보기 미설치, 마감재 미장 및 벽면도장 하자, 소방도로 미비 등을 지적했다. 특히 주민들은 배수 위험 경보는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LH공사는 배수위험경보기 미설치 문제에 대해 “경비실에 설치된 지하저수조 물 넘침 경보기는 보수 완료해 정상 작동 중”이라며 “아파트 지하 집수정에는 배수용 수중모터펌프 2대를 설치하여 상시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차차단기 인식불량 문제의 경우 LH공사는 차량이 회전하며 차단기를 지날 때 카메라의 인식각도에서 벗어나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량진입 유도봉을 설치하고 차선을 재도색해 인식 오류를 개선할 예정이다.

마감재미장 및 벽면도장 하자 문제에 대해서는 LH공사 측은 “보수 완료”라고 말했다. 반면 주민들은 보수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또 LH공사는 “소방차량출동로가 상시 확보돼 있다”고 말했지만 주민들은 소방도로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주민-LH 갈등 지속될 듯

LH공사는 “입주민들의 주요 불편사항에 대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입주민 면담, 현장조사 및 외부 전문가 자문을 진행해 조치 중”이라며 “LH의 책임이 있는 하자에 대해선 입주민과 협의해 최선을 다해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H공사의 보수에 대해 아파트 주민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서 주민과 LH공사 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강남구청은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산사태 발생 시 아파트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민들은 대모산 산사태 예방 대책 등 각종 민원을 서울시에 직접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곽호성 기자

사진 설명 : 대모산과 너무 바짝 붙어 있는 강남브리즈힐아파트 408동.(사진=강남브리즈힐아파트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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