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사용자 아이디, ‘연이’였나 ‘연이아빠’였나

“崔 태블릿PC, 내가 사용” 신혜원 폭로에 의혹 재점화

오류 속출하는 핵심인물 김한수 행정관 증언… 그리고 또 다른 인물

태블릿PC 분석보고서 공개 이후 다시 보는 JTBC 보도

사용자 아이디 ‘연이아빠’, 정윤회 인가

최순실의 태블릿PC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주간한국)
한민철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그리고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의 시초가 된 ‘최순실 태블릿PC’를 둘러싼 의혹이 폭탄처럼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JTBC의 최초 보도로 이 태블릿PC의 주인이 최순실씨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난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이를 자신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검찰의 포렌식 분석보고서가 공개됐고, 이 기기의 개통자이자 태블릿PC 의혹을 둘러싼 핵심인물인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법정증언이 나왔다. 그런데 김한수 전 행정관의 증언 내용에 여러 모순이 포착됐고, 태블릿PC에 관한 JTBC의 기존 보도와 검찰의 분석보고서 및 김한수 전 행정관의 증언 내용 중 어긋나는 부분이 발견됐다. 물론 본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최순실씨 측이 해당 태블릿PC의 ‘사용자’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는 신혜원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씨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내 SNS 본부에서 활동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동시에 그는 당시 캠프에서 일하는 기간 중, 지난해 10월 24일 JTBC가 최초 보도한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자신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저는 2012년 10월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10월 말경 당시 김철균 SNS 본부장의 지시로 삼성에서 출시된 흰색 태블릿PC 한 대를 건네 받았다”라며 “이전에는 조진욱 전 청와대 행정관이 쓰던 것으로 알고 있었고, 캠프 내에서는 김한수 전 행정관이 개통한 것이라 알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태블릿PC는 당시 신씨와 같이 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의 SNS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김한수 전 청와대 뉴미디어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이 개통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태블릿PC의 개통 경위에 대해 상세히 증언을 해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일했다고 밝힌 신혜원씨가 지난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 PC를 자신이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 전 행정관은 지난 2012년 6월 22일 흰색의 삼성전자 갤럭시 탭 8.9LTE SHV-E140S 모델을 구입 및 개통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15년 동안 보좌했던 고(故) 이춘상 전 보좌관의 요청으로 이 기기를 구입했고, 이를 ‘선물’이자 ‘업무의 연속성’의 목적으로 이 전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행정관은 이 태블릿PC를 자신이 대표로 운영하고 있던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의 명의로 개통했다.

신혜원씨는 기자회견에서 김한수 전 행정관의 이런 법정증언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이춘상 전 보좌관과 조진욱 행정관, 김철균 본부장을 거쳐 해당 태블릿PC를 전달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이 태블릿PC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카카오톡 계정을 관리했고, 이를 문서 수정작업의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崔 태블릿PC 의혹 핵심인물, 김한수 전 행정관

<주간한국>의 지난 4일 ‘최순실 태블릿PC 의혹에 속 시원한 답변 못 내놓는 檢’ 제하의 기사 등에서 보도했듯이, 최순실 태블릿PC 의혹의 핵심인물은 김한수 전 행정관이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최순실씨의 조카이자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이 모씨의 소개로 이춘상 전 보좌관을 알게 됐고,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도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김 전 행정관이 지난달 28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 태블릿PC에 대한 증언한 내용 중에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수 있었다.

우선 그가 구입 및 개통해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선물’이자 ‘업무의 연속성’의 목적으로 전달한 이 태블릿PC의 요금은 김 전 행정관의 사비가 아닌, 명의자인 마레이컴퍼니의 법인계좌 납부로 설정돼 있었다.

실제로 마레이컴퍼니 계좌를 통해 이 태블릿PC의 분할대금 88만원과 월 사용요금 2만 3610원 이상의 금액이 2012년 6월 22일부터 2013년 1월 31일까지 인출됐다.

본지가 수차례 강조했듯이 여기에는 마레이컴퍼니에 대한 업무상 횡령 소지가 있었다. 아무리 대표나 사장이라고 할지라도, 마레이컴퍼니 운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의 업무를 위해 회사 공금을 사용해 물품을 구매하고 사용요금을 매월 납부했다면 당연히 횡령에 속한다.

설사 이춘상 전 보좌관에 대한 선물의 목적으로 태블릿PC를 구매했다고 할지라도, 어차피 공금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횡령의 소지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김한수 전 행정관은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더욱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인 2013년 1월경, 최순실씨로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동시에 최씨로부터 “그런데 태블릿은 네가 만들어 줬다면서”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춘상 전 보좌관에 전달한 태블릿PC를 최씨가 사용한다고 판단해, 기기의 사용요금 납부명의를 2013년 2월부터 마레이컴퍼니 계좌에서 자신의 개인명의 신용카드로 변경했다.

당시 김 전 행정관은 최씨의 이름도 모른 채 단지 친구의 셋째 이모로만 알고 있었고, 직접 만난 것도 2012년 9월경 잠깐 뿐이었다. 물론 최씨와 친구 이모 이상의 관계도 아니었고,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라고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지나 최씨로의 명의 변경이 아닌, 이 태블릿PC의 사용요금을 최씨를 위해 자신의 개인카드로 계속 납부했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경우였다.

무엇보다 그는 당시 이 태블릿PC를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전달한 이후, 누가 어디에서 사용하는지 그리고 기기의 전화번호조차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한수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당시 결제자를 변경할 때 (대리점에) 직접 가서 했는가, 아니면 전화로 했는가”라고 질문하자, “유선 상으로 했다”라고 말했다.

본지가 3사 통신사 고객센터 및 관계자들에 취재한 결과, 이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최씨가 자신이 개통한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해지를 하지 않고, 사용요금 납부 명의를 자신의 개인카드로 바꿨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
기기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지 못하면, 유선 상으로 요금 납부계좌를 변경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김 전 행정관이 아무리 회사 대표라고 주장한다 할지라도, 마레이컴퍼니 명의로 된 태블릿PC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 역시 각 통신사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알려줄 수 없는 것이 원칙이었다.

때문에 당사자가 직접 대리점이나 고객센터 등을 방문해 마레이컴퍼니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 및 기존 요금납부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하는 절차가 있어야, 납부계좌 명의 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김 전 행정관이 태블릿PC를 사용하면서 그 기기로 직접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이 태블릿PC의 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유선 상 납부계좌 명의 변경이 가능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신혜원씨의 기자회견 내용과도 일부 다른 증언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증인(김한수)이 태블릿PC을 개통하고, 이춘상 보좌관에게 전달한 후 이 태블릿PC를 사용한 사실이 전혀 없고, 어떻게 사용됐는지 실제로 증인이 본 바가 없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법정증언했다.

김 전 행정관은 선거캠프나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에도 해당 태블릿PC가 사용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신혜원씨는 당시 김한수 전 행정관과 같은 SNS 본부에서 이 기기를 분명히 사용했었고, 앞서 언급했듯이 캠프 내에서 이를 김한수 전 행정관이 개통한 것이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혜원씨 다음으로 崔 태블릿PC 넘겨받은 인물이 범한 ‘오류’

김한수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 당시 선거캠프 내에 두 대의 태블릿PC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언론에서 김 전 행정관의 증언 후, 문제의 태블릿PC 외에 두 대의 태블릿PC가 ‘더’ 있다, 즉 총 세 대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김한수 전 행정관의 정확한 워딩(Wording)은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것(최순실 태블릿PC) 다음 모델로 출시된 미니로 사이즈가 좀 작은 게 하나 있었다”라며 “그것까지 해서 두 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는 말이었다.

이에 신혜원씨는 기자회견에서 “대선캠프 SNS 본부 내에서 다른 태블릿PC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물론 김 전 행정관은 ‘선거캠프 내’에서, 반면 신씨는 ‘SNS 본부 내’에서로 범위가 달랐기 때문에, 신씨가 캠프 내 다른 부서에서 사용하고 있던 태블릿PC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신씨는 이런 김 전 행정관의 증언에 대해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선거캠프 동료와의 대화 내용을 밝혀줬다.

그 동료는 대선이 끝난 후인 2012년 12월 말, 신씨가 대선캠프를 떠나면서 그 동안 사용해 왔던 문제의 태블릿PC를 넘겨받은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신씨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김휘종 행정관과 통화를 해보니 신혜원씨가 준 태블릿PC는 폐기했고, JTBC가 보도한 것은 다른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라며 “JTBC는 물론, 검찰과 특검에서도 김한수 행정관이 최소 두 대 이상의 태블릿PC를 개통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신씨의 말은 정확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자신이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전달한 태블릿PC 외에는 개통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특히 김휘종 전 행정관이라는 인물이 신씨에게 말한 대로 해당 태블릿PC를 폐기한 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발표한 태블릿PC 포렌식 분석보고서 내에 담겨있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뉴스와 관련 홍보 문건 열람기록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또 폐기라는 말 그대로 ‘버렸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 태블릿PC가 버려져 구동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당시 요금 납부자였던 김한수 전 행정관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계속해서 요금은 빠져나갈 수는 있었다.

그런데 이 태블릿PC는 ‘분명히’ 2013년 1월 이후에도 구동됐고, 사용됐다. 이는 검찰이 확보한 이 태블릿PC의 요금 납부명세서를 통해 증명할 수 있었다.

본지는 김한수 전 행정관이 개인카드로 납부한 이후 이 태블릿PC의 납부요금 변화 추이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요금이 2013년 8월에서 9월 시기 갑자기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 언론보도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지만, 김휘종 전 행정관은 최순실씨와 알고 있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 “최서원(최순실) 피고인이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을 알고 있는가”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질문에, “예, 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여려 명이 공유했던 기기’임을 보여준 검찰의 태블릿PC 분석보고서

사실 검찰 측이 최근 발표한 최순실 태블릿PC의 포렌식 분석보고서 내용에는 과연 이 기기가 60대 아줌마의 개인 소지품이 맞는지 상당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담겨있다.

태블릿PC 내에 최씨의 흔적을 명확하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은 JTBC의 보도로 잘 알려진 최씨의 사진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초기 이 사진을 통해 6월 23일이 최씨의 생일로, 전날인 2012년 6월 22일 개통해 최씨에게 이 태블릿PC를 생일선물로 준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현재까지 해당 사진은 최씨의 생일 이틀 후인 2012년 6월 25일 오후 17시경 가족 모임 차 한 중식당에서 찍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본지가 파악한 해당 태블릿PC 분석보고서 내 최순실씨의 당시 중식당에서의 사진은 2012년 6월 25일이 아닌 6월 22일 18시경, 즉 개통 직후 최초로 찍힌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PC 분석보고서 79번부터 82번까지 사진에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이어 84번 사진에 당시 최씨의 해당 사진이 있었고, 85번에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오빠 장승호씨 그리고 88번에는 최씨의 조카이자 김한수 전 행정관의 친구인 이 모씨의 사진이 있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친구 이 모씨의 소개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를 20대 중반 시절 잠깐 알고 지냈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
79번부터 82번까지 찍힌 어린 아이는 장승호씨의 자녀로,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 모씨의 소개로 장승호씨 그리고 장시호씨와도 서로 알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한수 전 행정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평소 최씨와 알고 지냈던 이춘상 전 보좌관도 당시 최씨 가족들의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나아가 검찰과 JTBC의 입장대로 이 태블릿PC의 소유주가 정말 최씨라면 이 자리에서 이춘상 전 보좌관이 최씨에게 선물로 전달했을 가능성도 ‘아주 희박하지만’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태블릿PC 내 저장된 사진 중 최씨의 사진은 단 두 장뿐이었다. 나머지는 웹서핑 등을 통해 1900여개의 이미지가 자동으로 저장됐는데, 여기에는 유아용품 사이트에 접속해 저장된 사진도 50컷 이상 있었고 연예 및 스포츠 기사 검색으로 생성된 이미지 파일도 존재했다. 때문에 최씨를 소유주이자 사용자로 추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태블릿PC 분석보고서 내 연락처 중에는 과 , 등의 이메일 주소가 담겨 있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내에서 이 이메일을 사용하던 직원들이 있었다. 의 경우 캠프 내 활동하던 김 모씨로 역시 분석 보고서 내 사진이 여러 장 저장돼 있었다.

또 의 사용자는 태블릿PC 분석보고서 내 ‘Chulsoo’라고 적혀 있었고, 당시 선거캠프에서 실제로 철수라는 이름의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6월 22일 최씨의 사진이 찍힌 뒤, 이 태블릿PC는 명백히 선거캠프에서 업무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이춘상 전 보좌관이 이날 중식당 식사자리에 만약 참여했었을 지라도, 자신이 김한수 전 행정관으로부터 선물받은 태블릿PC를 당일 최씨에게 줬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물론 검찰이 이 문제의 태블릿PC가 최씨의 소유라고 확신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기기 내에 저장돼 있는 국제전화 로밍문자 날짜와 최씨의 출입국 기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블릿PC 내 저장돼 있는 외교부 영사 콜센터의 안내 문자에는 지난 2012년 7월 15일과 2013년 7월 29일, 독일 입국을 알리는 국제전화 로밍 내용이 담겨있었다.

검찰 측이 파악한 최씨의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최씨는 이 안내 문자가 각각 저장되기 하루 전에 한국에서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로밍 시 해당 기간의 사용요금이 보통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대로 김한수 전 행정관이 납부하던 이 태블릿PC의 2013년 8월에서 9월 시기의 요금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태블릿PC의 2012년 8월 15일에는 제주도 서귀포시 인근에서 아이피가 잡혔고, 최씨도 이로부터 하루 전날인 2012년 8월 14일 제주도로 떠나 8월 16일 다시 서울로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앞서 언급한 김휘종 전 행정관의 ‘태블릿PC 폐기’ 주장을 일축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신혜원씨의 주장대로 이 기기가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선거캠프 내에서 업무용으로 사용됐다면, 최씨가 이 태블릿PC의 사용자라고는 할 수 있지만 검찰이 밝힌 대로 그가 기기의 ‘소유주’라고 단정 지을 수 없게 된다.

최씨가 단지 이 태블릿PC를 실제 소유하고 있던 측근과 같이 독일을 두 번 그리고 제주도를 갔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최씨가 정말 자신의 주장대로 이 문제의 태블릿PC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고 태블릿PC를 사용할 줄도 모른다면, 후자의 경우처럼 “당시 독일과 제주도에 같이 간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태블릿PC를 사용했다”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검찰 측이 당시 동행했던 이의 출입국 기록을 확보하라고 요청하면 억울함이 간단하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씨가 입을 열기 곤란해 하는 이유에 대해, 그 ‘동행자’가 과연 누구인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었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12년 7월 최씨는 당시까지 자신의 남편이었던 정윤회씨와 독일에 같이 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2012년 8월경 제주도 역시 최씨가 정씨와 같이 갔을 확률은 대단히 높았다.

잘 알려진 대로 정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로 일했고, 김한수 전 행정관이 태블릿PC를 넘겨줬다고 주장하는 이춘상 전 보좌관과도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의문만 남긴’ JTBC의 태블릿PC 보도

최순실 태블릿PC를 둘러싼 의혹에서 JTBC 보도도 그 중심에 서 있다. 이는 JTBC가 해당 태블릿PC를 입수한 뒤 수사기관보다 먼저 이 기기의 소유주 명의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검찰 측이 이 태블릿PC를 입수해 SK텔레콤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낸 뒤 소유주 명의가 마레이컴퍼니였다는 사실을 알아내 주임검사에 보고한 시기는 10월 27일이었다.

그런데 JTBC는 하루 전인 10월 26일 ‘최순실 태블릿 PC…새로 등장한 김한수 행정관’ 제하의 기사에서 “태블릿PC의 소유주 명의를 확인한 결과, 최씨가 아닌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이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JTBC는 최씨를 이 태블릿PC의 단순 사용자가 아닌 ‘소유주’로 꾸준히 보도하면서, 전국민들에게 이 태블릿PC가 최순실의 태블릿PC라는 인식을 새긴 것도 분명했다.

그런데 현재 공개된 검찰의 태블릿PC 분석보고서 그리고 김한수 전 행정관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2016년 10월 당시 JTBC의 보도에는 보다 더 많은 의문이 생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26일 JTBC의 ‘최순실 셀카 공개…판도라의 상자 태블릿PC에 주목한 이유’ 제하의 방송 보도 내용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이 보도에서도 JTBC 측은 해당 태블릿PC가 최순실씨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을 반박, 김한수 전 행정관을 소개하며 이를 김 전 행정관이 최씨에게 전달해 최씨가 소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JTBC 기자는 해당 태블릿PC의 사용자 아이디가 ‘연이’라면서, 이는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개명 전 이름인 정유연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것이 최씨가 이 태블릿PC를 직접 사용했다는 근거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태블릿PC 분석보고서 내에 저장된 내역 중에는 ‘연이’가 아닌, ‘연이 아빠’라는 아이디가 생성돼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연이 아빠’는 2012년 6월 22일 중식당에서 사진이 찍힌 최씨의 조카이자 김한수 전 행정관의 오랜 친구인 이 모씨일 가능성도 있었다. 이씨의 자녀 이름이 ‘연’으로 그는 평소에 ‘연이 아빠’로 불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태블릿PC 내 연락처 목록에는 이씨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었다. 그는 선거캠프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이 태블릿PC와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태블릿PC 내 사용자 아이디 '연이아빠'는 정윤회씨일 가능성이 높았다. (사진=연합)
그러나 더 큰 가능성은 정유라씨의 부친인 정윤회씨가 ‘연이 아빠’로서 아이디를 생성했을 경우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기기의 아이피가 잡힌 독일과 제주도에 정씨가 최씨와 동행했을 가능성이 높았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선거와 관련해서 비서로 일했던 한 사람으로서 캠프 업무에 도움을 주거나 문서를 주고받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어색한 흐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JTBC는 당시 보도에서 연락처 목록에 주목했다. 이 기기 내 저장된 연락처에는 ‘김팀장’, ‘춘차장’, ‘김한수’ 그리고 이씨의 이름과 국민행복캠프가 저장돼 있었다. 여기서 춘차장은 이춘상 전 보좌관을 의미했다.

그런데, JTBC는 이 보도에서 연락처 내 김팀장에 대한 견해를 밝혔는데, “김한수 행정관이 스스로를 김팀장이라고 했을 리는 없고, 김팀장이라고 불렀을만한 인물이 바로 최순실씨 밖에 없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라고 말했다.

최씨가 김한수 전 행정관을 김팀장으로 불렀기 때문에 ‘최순실의 태블릿PC’가 더욱 명백하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여기서 김팀장은 김한수 전 행정관이 아닌, 앞서 언급했던 김휘종 전 행정관이었다.

이는 절대 헷갈릴 수 없는 부분이었다. 분석보고서 내 연락처에는 김팀장 그리고 김한수의 목록이 따로 있었고 번호도 달랐다. 김한수 전 행정관을 김팀장과 같은 인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었다.

또 당시 JTBC 측은 최씨와 김한수 전 행정관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 최씨가 김 전 행정관에 ‘하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가 각별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김한수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 자신이 이름도 몰랐던 최씨와 카카오톡 대화를 나눈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JTBC 보도에 나왔던 최씨와 자신이 나눈 카톡 대화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검찰 측이 공개한 태블릿PC 분석보고서에서 명시된 기기 내 카카오톡 메시지는 전부 기계어로 처리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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