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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은행 부당해고 논란…두차례 노동위 판정 불복 소송 간다

“노동위 부당해고 인정 못해” 행정소송 가는 산업은행

계약직 A씨 “재계약 거절 근거 없어” VS 산은 “계약 종료 정당”

노동위 “갱신 기대권 인정…계약 갱신 거절 합리적 사유 없어”

산은 “법률적 이견 있어…법원 판단 구하겠다”


  •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올 초 기간제 근로자 A씨는 지난해 말 산업은행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노동위는 지난 5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8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부당해고가 맞다며 A씨를 복직시키라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법령에 따라 지노위 판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중노위 재심판정에도 이의가 있는 경우 법원에 재심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판정에 수긍할 수 없다면 소송을 통해 법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이 국가기관의 두 차례 동일한 판정에도 소송까지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보라는 지적이 있다.

A씨, 2012년 입사 후 4차례 계약 갱신하며 업무 수행

산업은행은 지난 2012년 4월 ‘신규점포 개설업무 관련 업무량이 급증해 가용인력이 부족하다’는 관련 부서 요청에 따라 해당 분야를 포함한 9개 분야의 전문계약직 채용 공고를 냈다. 계약기간은 2년 이내로 ‘재계약 가능’으로 명시했다. 이에 채용 공고에 지원한 A씨는 같은 해 7월 산업은행에 채용됐다. 당시 직무분담표에 따르면 A씨의 담당업무는 ‘점포 신설, 이전 및 리모델링 등’이었다. A씨는 이후 4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해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다 지난해 2016년 11월 A씨 담당 부서장은 “당분간 점포개설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A씨의 점포개설관리에 대한 임무는 역할을 다 했다. 또한 다수의 직원과 의견 충돌하는 등 부서 내에서 업무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계약 여부에 대해 사측에 ‘거절’ 의견을 제시했다.

며칠 후 담당 부서장은 A씨와 면담하며 “앞으로 신규 점포 개설이 없을 뿐 아니라 기존 점포도 축소하고 있는 중이므로 2016년 말로 고용계약이 종료된다”고 통지했다. 이후 A씨는 2016년 12월 31일을 끝으로 퇴사했고, 이듬해 1월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A씨 “재계약 거절 근거 없어” VS 산은 “계약 종료 정당”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A씨와 산은 측이 주로 대립했던 쟁점은 ▲A씨의 업무가 현저히 감소했는가 ▲계약 갱신 거절 사유가 정당한가 등 2가지였다.

A씨는 “채용될 당시나 이후에도 업무는 지점 신설에 국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2년 7월 말 채용 당시에는 이미 점포 신설 업무가 소멸되는 단계여서 실제로 신설에 참여한 것은 지점 하나 정도”였다며 “2013년도와 2014년도에는 주로 점포 리모델링, 2015년도에는 이전 및 리모델링과 일시적으로 IT센터 관련 업무, 2016년도에는 점포 환경개선 둥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에 남아있는 70여 점포와 본사 건물에 대한 관리 부분에 있어 전문적인 업무가 계속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씨 본인이 담당한 업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이라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반면 산은 측은 “2012년 채용 당시에 점포 신설 업무가 소멸되는 단계였다는 A씨의 주장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점 신설 업무 둥은 기존 공채 직원들이 할 수 없는 전문적인 업무이고, 2016년부터는 점포의 폐쇄까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A씨를 채용하였던 목적의 직무 자체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산은 측은 그러면서 “A씨 직무가 현저히 감소했고, 점포 개·폐쇄 상황이나 인력 수요에 따라 재계약이 거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A씨도 예상할 수 있었다”며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계약 갱신 거절 사유에 대해서 A씨는 “2013년도에도 은행에 지점 신설 업무가 없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전혀 재계약 문제가 얘기되지 않았다”며 신규 점포 개설 업무가 없다는 이유로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산은 측은 “A씨의 주된 업무는 점포 신설이고, 부대업무로서 시설개보수 둥 관리를 근로계약에 정한 것”이라며 “당초 채용목적인 점포개설 업무의 소멸이 계약 갱신 거절의 사유”라고 A씨의 주 업무가 사라졌음을 강조했다. 산은 측은 또 “A씨의 독선적인 태도로 인해 팀에서 직원들과, 그리고 공사 업체와 갈둥을 발생시킨 것도 거절 사유”라고 덧붙였다. 재계약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어 근로계약 종료 통보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노동위 “갱신 기대권 인정…계약 갱신 거절 합리적 사유 없어”

노동위(지노위, 중노위)는 양측 주장에 대해 ▲A씨의 주된 업무는 ‘점포 이전 및 리모델링’(갱신 기대권 인정) ▲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사유 없음 등으로 판단했다.

A씨의 주된 업무를 ‘점포 이전 및 리모델링’으로 판단한 이유는 ▲A씨가 실제 점포 개설 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2012년 하반기뿐 ▲2013년부터는 사측이 신규로 점포를 개설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A씨와 2016년까지 총 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한 사실 ▲해당 근로기간 동안 A씨가 업무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음 ▲A씨에 대한 업무성과 평가 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점포 이전 및 리모델링’ 업무를 A씨 퇴사 이후에도 다른 직원들이 수행하고 있어 A씨 업무가 상시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을 바라는 정당한 기대권, 갱신 기대권이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계약 갱신 거절의 합리적 사유에 대해서는 노동위에서 산은의 규정과 근로계약서에 나온 계약 해지 조건을 기준으로 삼았다. 특히 중노위는 첫 번째 계약 해지 조건인 ‘2년 연속 성과평가 점수 70점 미만인 경우’에 대해 “A씨에 대한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성과평가 결과 점수가 70점 미만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 조건인 ‘부서장 의견 상 재계약 거절인 경우’는 중노위는 “성과평가 기준이 충족됐음에도 부서장의 ‘거절’ 의견만으로 해고한 것과 같은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노위는 부서장이 ‘거절’ 의견의 근거로 내세운 ‘업무 소멸’에 대해 “A씨의 주된 업무는 '점포이전 및 리모델링'이므로 재계약 거절 사유로서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서장이 밝힌 ‘업무 비협조’에 대해서는 “사측이 제출한 동료직원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비협조의 정도를 알 수 없고 사실로서 인정하기 어려운데다, 비협조 사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비협조의 정도라는 추상적인 근거 하나로 재계약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계약 심의위원회에서 계약 해지를 결정한 경우’에 대해서는 “재계약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재심(중노위) 조사과정에서 제출했으나 부서장의 거절 의견에 대항할 수 있는 어떠한 소명기회도 A씨에게 부여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재계약 심의위원회가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 대해 충분히 심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의록의 ‘거절인 1명(A씨)에 대해 소속 부문장의 확인을 거쳐 계약해지 확정함’이라는 문구만으로는 부문장의 확인 절차가 취지대로 신중하게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근거를 들어 노동위는 “A씨의 성과평가 결과가 재계약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는 부서장의 의견만으로 재계약을 거절한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인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문가 “사측, 합리적 이유 제시 못해…명백한 부당해고”

노동전문가도 부당해고 판정이 정당하다는 의견이다. 노동법률사무소 해결의 이후록 노무사는 “산업은행 측은 객관적인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밝혔다.

이 노무사는 “통상적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 기대권을 둘러싼 부당해고 사건에서 사용자 인 회사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계약갱신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며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부정하려고 한다”며 “대법원은 통상의 근로자보다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일 위험이 높은 기간제 근로자들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민법에 존재하지 않는 ‘기대권’ 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법리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 기대권’ 이라는 개념은 2005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5. 7. 8. 선고, 2002두8640 판결)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이래, 법원은 지속적으로 ‘갱신 기대권’ 법리를 확장해 왔다. 특히 최근 판례(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현재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대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근로자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면 사용자가 막연히 해당 업무량이 감소하였다거나, 업무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노무사는 “이 사안의 경우, 취업규칙에 기간제 근로자의 재계약에 관한 근거가 마련돼 있고, 취업규칙에 열거되어 있는 재계약 거절 사유에도 A씨가 해당되지 않는다”며 “과거 네 차례나 근로계약이 갱신됐기에 대법원 법리에 따라 명백히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근로자와의 계약을 종료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회사는 아무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어 명백한 부당해고”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산은 “법률적 이견 있어…법원 판단 구하겠다”

지노위와 중노위 등 노동위원회의 두 차례 부당해고 판정에 산업은행 측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측은 “A씨는 23개 점포를 신설하던 시기에 점포 신설 관련 전문직으로 채용됐으나 2016년 산업은행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점포 축소 계획이 확정되고 실제로 5개 점포가 폐쇄되는 등 실질적으로 점포신설 업무가 소멸된 상황”이라며 “기존점포 이전, 리모델링 등의 업무는 지속될 수 있으나 A씨와 같은 전문직이 아닌 일반직도 수행이 가능한 직무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 측은 이어 “계약 연장 거절의 합리적 사유에 대해 법률적 이견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중노위 결정 불복에 부담을 갖고 있으나 신중한 판단을 위해 법률적 이견에 대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국책금융기관으로 조정·중재의 건에 대해서도 배임 가능성 등 감사 부담이 있어 법원의 결정문에 근거해 종결 처리하는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중노위 판정, 법원에서 뒤집히는 비율 낮아

하지만 소송을 준비 중인 산업은행의 행보가 무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중노위 판정이 행정소송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중노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행정소송이 제기된 중노위 판정이 패소하지 않고 유지된 비율은 84%였다. 최근 4년간으로 넓혀 봐도 2013년 87.9%, 2014년 84.5%, 2015년 84.4% 등 행정소송에서의 중노위 판정 유지율은 85% 안팎이다. 노동위의 판정이 법원에서도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다. 이후록 노무사는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의 경우 행정소송에서 뒤집힐 확률은 10% 내외”라며 “이는 지노위, 중노위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라고 덧붙였다.

또한 산업은행이 법적인 수단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다. 보통 노동위에서는 화해 등 근로자와 회사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중노위 통계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를 통해 제기되는 분쟁사건의 96% 정도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종결되고 있다. 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계약 종료 이후는 물론 분쟁과정에서 단 한번도 A씨에게 연락을 취해 이해를 구하거나 입장을 설명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노동위원들의 합의 요구에도 거절 의사를 일관적으로 유지했다. 애초부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A씨는 "회사는 재계약 거절 당시부터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재계약 불가 방침만 통보받았을 뿐"이라며 "노동위 심문을 통해서 일련의 과정을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두 차례 노동위의 부당해고 인정 판정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산업은행 측의 태도에 대해 A씨는 "연락 한 번 없는 회사의 태도에 한 번 놀랐고, 국가기관의 판정도 무시하는 회사의 태도에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금전적, 심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A씨는 "소송까지 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지쳐 포기하게 하려는 전략"이라며 산업은행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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