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수사에서 확인했어야 할 내용들 생략되거나 제3자 개입 가능성 차단돼
빨간 타올, 증거물 감식 결과에서 사라져
진선미 의원 “성역없이 수사해야 유족과 국민들의 의혹 해소될 수 있을 것” 주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지간인 박용수와 박용철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박용수에 대해 단독 범행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초동수사부터 두사람만의 타살과 자살로 단정한 졸속 수사라는 비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 갑·안전행정위원회)은 10월 31일 국정감사장에서 지난 2011년 9월 6일 발생한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에서는 박용수 혼자 박용철을 살해하고 자살했다고 했으나, 박용수가 범인이 아닐 수 있고, 박용수도 타살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박용철은 단독범행이 아닌 복수의 범인들에게 피살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검내용과 법의학자 의견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5촌 살인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사건 발생 초기 박용철을 살해한 범인을 박용수로 추정하면서 초동수사 과정에서 확인했어야 할 내용들이 생략되거나 제3자 개입 가능성이 완전 차단됐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2011년 9월 6일 새벽 5시 30분 북한산 수유탐방센터 앞에서 피살된 박용철을 발견해 경찰에서 신원확인과 살해 원인을 파악하던 중 4시간 뒤 북한산 용암문 인근 아침 9시 30분경 변사사건이 신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형사들이 박용수 사망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박용철 살해 용의자 박용수 지목하는 무전을 들었다고 전해졌다. 이에 사건 초기부터 박용수로 범인을 특정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에서는 박용수의 경우 박용철의 사촌 형으로, 살해당하기 전 마지막까지 박용철과 함께 있었다는 점, 손끝, 장갑, 옷, 신발, 가방 등에 박용철의 혈흔이 발견됐다는 점을 들어 북한산 수유탐방센터에서 박용철을 죽이고 3km 떨어진 북한산 용암문 인근에서 스스로 목을 메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자살현장의 박용수 가방에 횟칼이 들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용수 사망은 보통 목멤 자살 사건과는 다른 점들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하면서 어깨에는 커다란 목욕용 빨간 타올을 목 멘 밧줄 위로 두른 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서는 비교문자가 없어서 박용수가 쓴 것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또 박용철 살해 때 사용된 망치와 칼, 그리고 가방에 있던 사용하지 않은 횟칼에서는 박용수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박용수가 목 멘 밧줄 위로 걸쳐져 있던 목욕용 빨간 타올은 박용수의 땀이나 박용철의 혈흔 등을 입증하는데 중요한 증거목록임에도 증거물 감식 결과에서 사라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종결 후 경찰도 타올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증거물에서 사라진 원인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타올은 박용철 차 안에 있던 소지품도 아니고, 박용수 가방 안에 들어갈 수도 없는 사이즈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용수가 자살이 아닌 타살로 의심되는 단서로 사망 후 발생되는 시반이 지적됐다. 진선미 의원실에서는 지난 2012년 10월과 올해 10월 두 번에 걸쳐 전문 법의학자에게 부검 결과지와 부검 사진, 현장 사진을 보낸 바 있다. 법의학적 의견을 받아본 결과 진 의원은 “박용수의 시신에 나타난 시반은 매달려 있을 때 발생되는 하지부 전·후면, 상지부의 손등·손목 부위가 아닌 오히려 누워있을 때 발생되는 목덜미 뒤쪽(항부), 요추부에 현저히 나타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첫째, 죽어서 시반이 형성되고 시반이 고정될 때까지 시간이 지난 후 누가 나무에 매달았거나 둘째, 나무에 목매어 죽은 시신의 시반이 고정되기 전(서너시간 이내) 누군가 지면으로 눕혀 놓았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법의학자는 박용수 부검에 대해 추가로 “목을 매어 죽었다는 박용수의 가슴부위, 사지부위 처처에 나타난 생활반응을 동반한 좌상, 표피박탈 상처들은 본인이 자살을 시도할 때 (목을 매어 죽을 때)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라기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된 상처로 추정되는 바 그 외상을 받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용수 표피 박탈과 상처들은 박용철 살해 과정에서 발생하거나, 자살 실패 흔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박용철 부검을 통해 살펴볼 때 단독범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졸피뎀과 디아제팜을 술과 섞어 먹여 기절상태인 피해자를 한 명이 망치와 칼 등으로 사망하게 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법의학자는 “범행 장소는 승용차 안과 밖에서 연속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사료되며 피해자에게 나타난 상처들로 보아 흉기는 망치, 칼, 주먹, 지면(땅)에 의한 상처들의 집합으로 보이는 바, 범인이 이와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한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살인 때에 쓰이는 흉기는 한 가지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나 본건의 경우 한 사람이 두 가지(망치와 칼) 흉기를 사용하였다는 수사내용은 무리한 수사”라고 지적했다.
박용수 부검을 통해 자창을 살펴볼때 망치, 과도칼, 큰 칼 3가지의 범행도구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어 단독범행이 아니라 최소 2명에서 3명까지 공범을 추적했어야 했다고 문제를 제기되며 경찰이 박용수 혼자서 망치를 쓰다가 다시 칼을 써 사망케 한 단독 범행으로 종결지은 점이 지적됐다.
또, 박용수는 비협연자였고, 박용철이 피던 담배 외에 살해현장에 유전자 감식 결과 DNA가 특정되지 않은 담배 꽁초가 있어서 제3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 역시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용철과 박용수 사건은 평소 변사 사건 처리 규칙, 실종 사건 등 모든 수사사건에서 가장 기본 확인 절차인 피해자와 용의자의 동선 파악이 일체 수사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언제 누구랑 어디로 움직였는지 시간대를 증거로 특정할 수 있는 CCTV에 대해서 경찰이 찾고자 했다면 박용수 여관방 입구에도 있었고, 4.19 수유 사거리 인근과 도선사 진입로, 1차와 2차 술집 인근 등에 대해 CCTV 탐문을 해야 했지만, 일체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용수 사망 바위 위와 주변의 족적 역시 정밀분석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진선미 의원은 “많은 변사 및 자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일방적 수사 결정에 납득하지 않는 유족들이 많다”며 “갈수록 복잡하고 지능적인 강력 기획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경찰 과학수사 기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 누군가의 의도적 개입인지 판단 미비인지 경찰의 섣부른 단정으로 진범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 의원은 “최근 몇 년간 부실 수사 사건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5촌 사망사건으로 땅에 묻지 말고 화장하라는 이상한 유서를 비롯 살해 동기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제3자 개입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가족들과 국민들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며 “기존 수사를 답습하지 말고 전면 백지에서 성역 없이 수사해야 유족과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살인사건 관련 진선미 의원과 전 정청래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협회 회장, 시사인 주진우 기자, SBS 배정훈 피디, 김용민 변호사 등이 지난 2014년 두바이에 제보자를 만나러 간 내용이 11월 4일과 5일 연속 방송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김소현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