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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AI서 만든 민간용 수리온, 인증 인력 40%가 KAI 출신

수리온 제작 과정 참여한 KAI 출신이 수리온 인증도

국토부 “KAI 출신 부서장, 검사관 위촉 안해”…꼼수 해명 비판

검사관 교체 이후에도 여전히 KAI 출신이 인증 진행 중

정연석 원장, 전 정부 낙하산 의혹…핵심 임원 측근 배치?


  • 2014년 12월 항공안전기술원 출범식 당시 모습. (사진=항공안전기술원 홈페이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든 수리온 헬기 제작에 참여했던 KAI 출신이 항공안전기술원에서 수리온 인증 업무를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기술원에서 수리온 인증을 담당하는 검사관 중 40%는 KAI 출신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기술원과 국토교통부는 부랴부랴 KAI 출신 수리온 인증 검사관을 교체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밝혀졌다.

앞서 지난 7월 26일 <한국일보>는 “항공안전기술원에서 2016년 10월 채용한 인증담당 부서장이 KAI 출신이며, 수리온의 성능 테스트를 KAI 출신이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토부는 “수리온 헬기의 민간 사용에 대한 안전성을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항공안전기술원 소속 인증 전문가를 검사관으로 위촉했으며, KAI 출신 부서장을 위촉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수리온 인증을 맡은 기술원 소속 10명의 위촉 검사관 중 4명이 KAI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1명은 KAI에서 수리온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AI 출신 부서장을 검사관으로 위촉한 바 없다’는 국토부의 설명은 꼼수해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국일보> 기사 보도 2일 후, 기술원 측은 국토부에 KAI 출신 위촉 검사관 변경을 신청했고 3일 후 국토부는 이를 승인했다. 논란을 의식해 서둘러 검사관 구성을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검사관 변경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1명의 KAI 출신 검사관은 수리온 인증 업무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의혹도 있다. 국토부의 설명대로 KAI 출신 부서장이 검사관으로 위촉되지는 않았지만 기술원 내 인증을 담당하는 본부장은 KAI 출신이다. 보고 라인에 KAI 출신이 있다는 점에서 업무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연석 항공안전기술원장이 KAI 출신이라는 점과 맞물려 기술원의 핵심인 인증 업무 라인을 KAI 출신이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AI 출신이 대거 인증 업무 참여해…국토부 “출신 고려하지 않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지방항공청은 수리온 헬기(HL9632, HL9633)에 대해 특별감항증명 관련 기술기준 적합 여부 검사를 요청했다. 보통 민간용 항공기는 기술원으로부터 항공기 기술기준에 적합하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고 인증받는 표준감항증명을 받아야 항공기를 띄울 수 있다. 다만 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 헬기는 원칙적으로 민간사용은 불가하나, 산불진화 등 특수목적의 민간사용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지방항공청의 특별감항증명을 받아야 한다.

이에 기술원은 항공법 시행령 제13조(항공기 등의 검사 등)에 의거해 국토부에 10명의 검사관 위촉을 건의했다. 본지가 기술원이 건의한 위촉 검사관 대상자 10명을 분석한 결과, 10명의 대상자 가운데 4명이 KAI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5년 가깝게 일한 검사관도 있었다. 이 가운데 한 검사관은 KAI 재직 시절 수리온의 체계 안정성 평가를 비롯해 체계 종합 및 양산지원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국토부는 ‘KAI 출신 부서장을 검사관으로 위촉한 바 없다’는 반 쪽짜리 해명을 한 것이다.

이후 지난 7월 28일 기술원은 국토부 측에 위촉 검사관 변경 대상을 정해 통보했고, 변경 대상에 속한 대다수 검사관은 KAI 출신이었다. 논란을 의식해 이들을 특별감항증명 업무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그러나 변경된 검사관 명단에는 여전히 KAI 출신 1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 2015년 의무후송항공대 창설 당시 수리온 헬기를 이용한 환자 수송훈련모습.(사진=연합뉴스)
급하게 검사관 교체를 진행한 정황도 포착됐다. 변경된 검사관 명단의 담당분야를 처음 제출한 것과 비교했을 때 누락된 담당분야(안전성 평가)가 발견된 것이다. 누락 담당분야는 KAI출신 검사관이 맡고 있었다.

위촉 검사관에 KAI출신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위촉 검사관으로서 자격 여부만 판단했다”며 “KAI 출신인지 아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사관 교체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KAI 출신 부서장이 검사관으로 위촉됐다는 기사가 나오자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KAI 출신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기술원과 상의했다”고 해명했다.

여전히 KAI 출신인 검사관이 인증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인증 분야 인력 풀(Pool)이 외국과는 달리 좁다”며 “기술원 내에 해당 연구원의 담당 업무를 대체할 인원이 없어 교체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사관들이 독자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연구원들의 지시 아래 인증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방청과 기술원이 정기적으로 검토 회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원 내 인증 본부장이 KAI 출신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항공안전기술원은 특별감항증명을 발행하지 않는다. 검사만 진행할 뿐”이라며 해당 본부장 영향력 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술원 측은 수차례 입장 표명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에 이원욱 의원실은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 전체 검사관 중 30~40%에 해당하는 인력을 바꿨다”며 “사실상 셀프 검증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기타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명맥 끊긴 항공인증업계…예견된 결과

수리온 특별감항증명에 KAI 출신이 포진하게 된 이유가 구조적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항공안전기술원의 전신인 항공안전기술센터는 지난 2013년, 기획재정부의 항공인증 통합 권고에 따라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출연금 200억 원에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탄생했다. 이듬해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에 의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사업 및 정부출연 등을 규정한 ‘항공안전기술원법’이 시행되면서 법정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으로 전환됐다.

한국항공인증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항공우주연구원에는 20년 가까이 항공인증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들이 10~20명 존재했다. 그런데 국토부에서 기술원을 만들고 인증업무를 이관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전문 인력들이 대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기술원으로 옮겨오지 않았다. 단 1명만이 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교롭게 기술원 출범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국토부 해당부서 인력이 물갈이되면서 업무 연속성이 끊기게 됐다. 이처럼 전환과정에서 잡음이 생기자 서둘러 항공기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KAI 출신 연구원을 기술원으로 대거 영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기술원 출범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항공기 인증체계가 리셋(reset)이 돼 버렸다”며 “국가에서 키워 온 인증 인력들이 사라지면서 항공인증안전체계가 부실해졌다”고 꼬집었다. 명맥이 끊겨버린 항공인증산업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업무 전문성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로 기술원 표류”

기술원 내부 사정에 능통한 업계 관계자는 “적재적소에 인력 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연석 원장이 취임하면서 기술원은 표류하고 있다”며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의 부임 이후 권한만 강조할 뿐 책임은 회피하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정 원장은 항공기 인증 업무와는 무관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정 원장은 KAI 수출본부 상무를 거쳐 KAI-EC㈜ 대표이사를 지냈다. KAI-EC㈜의 경우 KAI와 유로콥터가 함께 설립한 수리온의 해외수출 전담회사다. KAI가 51%, EC가 49%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KAI는 지난 2007년 EC와 JVC(Joint Venture Company)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2012년 2월 공식 법인을 설립했다. 주로 수리온과 같은 항공기를 파는 입장에 있던 인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원장과 A 임원은 입장이 반대인 사람들이다. 20~30년 항공기를 개발해서 파는 쪽에서 하루아침에 제대로 잘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입장이 됐다”며 “현대차를 현대차 출신 직원이 인증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공기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세계관이 다르다”며 “인증 분야에 대해 정확히 모르니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 원장은 어떻게 항공안전기술원의 수장으로 오게 된 것일까. 취재 결과, 정 원장의 고교 동문은 친박 핵심 중진 의원이고, 또 다른 동문은 박근혜 정부 최고위 공직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술원 수장이 된 정 원장이 자신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 원장 취임 이후 채용된 A 임원은 KAI 출신으로 정 원장의 대학 후배다. 이 임원의 경우 보직을 3개나 겸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인력을 무리하게 보직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B 임원 역시 정 원장의 대학 후배로 정 원장 취임 이후 입사했다. 인사권을 무리하게 행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무조정실에서 기술원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술원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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