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시범산업 한 달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755명 작성

환자가 의사표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연명의료 중단 가능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행 시범사업에 강원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전국 10개 의료기관 참여

복지부, 이달 말 연명의료 시범사업 중간 결과 발표예정

보건복지부는 내년 2월부터 시행 예정인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법률)을 앞두고, 지난달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3개월 간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소현 기자

지난달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 시행 이례로 무의미한 연명의료 받기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선택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내년 2월부터 시행 예정인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법률)을 앞두고, 지난달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3개월 간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등록’,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 등 2개 분야로 나눠 시행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 의료기관들에 입원한 환자들 중 임종과정에 접어들어 연명의료를 중단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은 환자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계획 작성 인원은 현재 복지부의 방침에 따라 비공개 상태지만, 지난 21일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인원은 1755명에 달한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다고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는 해당 환자의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판단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비공개' 방침을 유지해 정확한 통계는 알려줄 수 없지만, 시범사업 후 지금까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등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사망한 임종과정 환자 케이스가 3건에서 4건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나 영양분·물·산소 공급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할 수 없다.

연명의료 중단의사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결정된다.

우선, 환자의 의사 능력이 있을 때에는 임종과정 환자 본인이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POLST)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 서류는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확인을 받아 작성한다.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과 담당의사의 확인을 통해 가능하다.

다음으로, 환자의 의사 능력이 없을 때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가족 2인 이상이 평소 환자의 의사라는 일치하는 진술과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해 가능하다.

여기서 환자가족은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이며, 만약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없다면 형제자매가 진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의사표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미성년자의 경우, 친권자인 법정대리인의 결정과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해 가능하고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해서도 진행될 수 있다.

시범사업 기간 중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의 서식은 작성자의 동의 하에 내년 2월 개시되는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시스템에 정식 등재되고, 법적으로 유효한 서류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 기간 중 해당 기관을 통해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를 통해 환자의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은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기 전인 점을 고려하여, 이번 시범사업에서 제외된다.

현재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행 시범사업 기관에는 강원대병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영남대의료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가나다순) 등 전국 10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등록 시범사업 기관은 각당복지재단, 대한웰다잉협회,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이 선정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원하는 19세 이상의 성인은 위 기관을 방문하여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앞서 복지부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현장 이해도와 수용성을 높여 ‘연명의료결정법’의 원활한 시행을 지원하고, 삶의 마지막 단계에 대한 돌봄 문화가 형성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오는 28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연명의료 시범사업 중간 결과를 분석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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