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징역형 선고…19년 집권 종지부

김 회장 사기 혐의 등에 대해 대법원 상고 기각, 징역 1년형 확정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직 유지 어려워…고미술계 개혁 목소리 높아져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69)이 고미술품 관련 범죄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22일 김종춘 회장에 대해 고미술품 거래와 관련한 사기혐의와 도굴문화재 거래 및 허위감정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고미술품 검증기관인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직을 19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간 고미술품 검증 및 거래, 투자 등과 관련해 크고 작은 잡음이 잇따라 고미술협회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법원은 김 회장이 도굴한 문화재를 사들이고 고미술품의 시가를 부풀려 감정하게 한 혐의 외에 고미술품 거래를 명목으로 피해자를 속여 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를 인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1년 종로구의 한 고미술품 전시관 사무실에서 김모(83)씨가 도굴꾼으로부터 850만원을 주고 구입한 ‘청자음각목단문태항아리’를 3000만원에 사들이는 등 해당 문화재들이 도굴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차례 구입했다.

그는 2009년 4월 같은 장소에서 감정위원들에게 자신이 소유한 ‘금동반가사유상’의 시가를 부풀린 감정증서를 발급하도록 지시하고 이 증서를 한 스님에게 준 혐의를 받았다.

2015년 2월 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 7단독 이문세 판사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해 “협회장의 지위를 이용해 허위 감정서를 발급하게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바로 항소했다. 김 회장 측은 “40억원의 감정증서를 받은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해서는 김 회장을 빙자한 사기꾼들의 소행”이라며 “김 회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회장은 항소 재판 무렵 고미술품 거래를 명목으로 피해자를 속여 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8년 8월 초 자신이 운영하는 종로구 D갤러리에서 피해자 홍모씨를 만나 “중국에서 ‘청자 진사체 연봉 주전자’가 매물로 나왔는데 3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 3개월 내에 되팔아 수익금 2억원을 주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홍씨에게 4억여원을 받아챙겼다.

서울중앙지검은 홍씨에 대한 사기 혐의와 앞서 항소 사건을 병합 심리해 김 회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든 혐의를 인정해 2015년 7월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김 회장의 혐의를 인정하고, 공탁금을 냈다는 이유 등으로 본래 구형보다 대폭 줄어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회장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10시, 김 회장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이로써 김 회장은 구속이 불가피하게 됐고, 한국고미술협회장 직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그간 김 회장은 여러 사건에 연루돼 수차례 검ㆍ경의 조사를 받았지만 고미술협회장 직을 유지했다. 협회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정관에 유죄가 확정돼야 징계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신설해 회장직을 유지해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한국고미술협회 정관 제17조에 따르면 협회장이 개인비리로 사법기관에 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을 경우 면직될 수 있다. 이 정관대로라면 김 회장이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어도 최종 선고가 나기 전까지는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김 회장에 대한 징역 1년형이 확정되면서 김 회장의 장기집권은 막을 내릴 전망이다.

고미술 관계자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고미술계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간 고미술계가 발전하지 못한 데는 한국고미술협회의 파행적 운영으로 신뢰를 잃은 게 크게 작용했다며, 이 부분에 김 회장이 적잖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대학의 한 고미술 교수는 “고미술은 한국 전통 예술의 뿌리이며, 우리 문화의 자존인데 그간 불법과 부조리가 만연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아왔다”며 “이제라도 고미술계를 정화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미술계 관계자들은 “고미술이 전통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옥션 등을 통해 거래되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인데 그동안 고미술계 스스로 신뢰를 잃는 행동을 해왔다”며 “이번 재판을 계기로 고미술계가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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