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까지 최순실 몰랐다는 김한수… “이미 최순실 알고 있었다”

최순실 조카이자 김한수 절친 이병헌, 김한수와 어긋난 기억 되살려

이병헌이 말 한 적도 없다는 ‘유치원’, ‘셋째 이모’… 최순실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던 김한수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반대신문 한 마디도 안 한 검찰

최순실 태블릿PC 의혹을 둘러싼 인물들의 어긋난 증언이 나왔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잡음이 끊이지 않는 ‘최순실 태블릿PC’ 의혹을 둘러싸고, 그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 사이의 어긋난 증언이 나왔다. 그 어긋난 증언에 대해 검찰 측은 한 마디 반박조차 하지 않으며 의혹만 키우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에 대한 99차 공판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조카 이병헌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병헌씨는 지난 2014년 3월경 이모 최순실씨의 요구로 전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의 대표직 인사를 추천한 바 있다. 당시 이씨는 자신의 지인이자 광고·홍보 전문가였던 김영수씨를 최씨에 소개했고, 그는 바로 포레카의 낙하산 대표로 임명됐다.

또 이씨는 역시 최씨의 요구로 김영수 전 대표를 통해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그리고 미르재단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추천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인물 중 한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까지 이병헌씨를 향한 국정농단 사태 의혹 대부분은 해소된 상태다. 단지 여전히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한 가지가 남아있다. 바로 국정농단 사태 및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던 ‘최순실 태블릿PC’ 의혹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검찰수사 및 법정증언 등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최순실 태블릿PC의 구매자 및 개통자는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미디어팀장으로,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실 뉴미디어정책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이병헌씨는 김한수 전 행정관과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사이로, 지난 2003년경 김 전 행정관을 고(故) 이춘상 보좌관에게 처음으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춘상 보좌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15년 간 보좌해 왔던 인물로 지난 2012년 12월, 박 전 대통령의 강원도 선거유세 지원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활동 당시 태블릿PC를 구입 및 개통해 이춘상 보좌관에게 선물했고, 이 기기는 향후 최순실 태블릿PC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물론 최순실 태블릿PC의 실소유자 및 각종 관련 의혹들은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그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핵심인물 중 한 명이다.

정리해 보자면, 이병헌씨는 검찰 조사결과 태블릿PC의 실소유자인 최씨의 조카이자, 기기의 최초 구매자인 김한수 전 행정관의 오랜 친구다. 또 이를 넘겨받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춘상 보좌관에게 김 전 행정관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태블릿PC 내 저장된 최순실씨의 셀프카메라가 찍힌 당일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여러 인물사진 중에 이병헌씨의 사진도 담겨있다. 때문에 이씨 역시 최순실 태블릿PC 의혹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로 비춰지고 있다.

최순실 태블릿PC 속에 저장된 이병헌씨의 사진. (사진=국과수 감정보고서 캡처)
당연히 지난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증인으로 나온 이병헌씨에게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각종 신문을 이어나갔다.

본지는 이날 이병헌씨의 법정증언 그리고 지난 9월 29일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한수 전 행정관의 증언을 비교·분석해 보며, 석연치 않은 부분을 몇 가지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이병헌이 말한 적 없다는 ‘유치원’, ‘셋째이모’… 최순실을 자세히 기억하는 김한수

김한수 전 행정관의 이 사건 법정증언 내용에 따르면, 그가 최순실씨와 대면 또는 전화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은 총 세 번이었다.

우선 2012년 9월경, 김한수 전 행정관은 이춘상 보좌관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중식당에 가게 됐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최씨를 만났다.

당시 김 전 행정관은 최씨에게 자신을 ‘병헌이 친구’라고만 소개했고, 그 역시 최씨로부터 ‘병헌이 이모’라는 사실만 알게 됐을 뿐, 최씨의 이름에 대해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첫 대면 자리에서 김 전 행정관은 최씨가 가방에 흰색 태블릿PC를 넣는 것을 보게 됐고, 그 기기가 자신이 이춘상 보좌관에게 건넨 태블릿PC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이후 이춘상 보좌관이 선거 유세 중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2012년 12월 2일, 김 전 행정관은 모르는 번호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한 여성이 펑펑 울면서 김한수 전 행정관에게 “이춘상 보좌관이 어떻게 된 것이냐”라고 물었고, 이에 김 전 행정관이 “누구시냐”고 되물으니, 그 여성은 “병헌이 이모야”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인 2013년 1월, 김 전 행정관은 다시 최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시 최씨로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할 수 있겠느냐”라는 제안을 받았고, “고민해보겠다”는 답변에 최씨는 “뭘 고민해, 우선 일 해보고 계속 할지는 나중에 결정해”라고 설득했다.

특히 김 전 행정관은 당시 최씨가 자신에게 “인수위에서 일을 하려면 네가 운영하던 회사를 정리해야 한다”라며 “그런데 태블릿은 네가 만들어 줬다면서”라고 말했다고 검찰진술 및 법정증언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최씨와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를 했던 2013년 1월 당시까지 최씨의 이름을 알지 못한 채 단지 ‘병헌이 이모’로만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 병헌이 이모라는 사람이 최순실이라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김 전 행정관은 “정확하게 제 친구 이모의 이름이 최순실이라고 알게 된 것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나면서 매칭(Matching·일치)됐던 부분이 있다”라고 증언했다.

물론 이전에 2014년 말 정윤회 문건사건이 터지며 정윤회 그리고 최순실이라는 이름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자신과 만난 적이 있고, 전화통화를 했던 병헌이 이모였다는 사실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인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김한수 전 행정관의 친구인 이병헌씨는 그의 증언 중 다른 부분 몇 가지에 대해 말해줬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최씨를 2012년 9월경 이춘상 보좌관과 압구정 중식당을 찾은 자리에서 최씨를 처음으로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병헌씨는 대학교 시절 자신이 김 전 행정관을 최씨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행정관의 검찰 진술 내용에 따르면, 이병헌씨로부터 이춘상 보좌관을 소개받을 무렵인 2003년경 “유치원을 하는 셋째 이모가 있는데 박근혜 의원님과도 잘 아는 사이다”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다. 단지 그 셋째 이모가 최순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최씨의 얼굴을 처음으로 본 것은 2012년 9월 압구정 중식당이라는 설명이었다.

반면 이병헌씨는 김한수 전 행정관을 최씨에게 소개해준 것은 자신이며, 대학시절 친구들이 모인 식사자리에 최씨가 합류해 소개를 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김 전 행정관에게 당시 일이 오랜 전이고, 여럿이 함께 한 자리에서 최씨가 잠시 인사만 하고 갔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김 전 행정관은 이병헌씨가 자신에게 한 적도 없는 말을 떠올리며 최씨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김한수 전 행정관과 이병헌씨의 증언은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다. (사진=주간한국)
이날 재판에서 이병헌씨는 자신이 김 전 행정관에게 “유치원을 하는 셋째 이모가 있는데 박근혜 의원님과도 잘 아는 사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변호인 측 질문에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단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자신의 이모와 이모부(정윤회)가 도와주고 있다는 취지로 김 전 행정관에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유치원을 운영하거나 셋째 이모라는 등 최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는 의미였다.

침묵하는 檢, 꺼지지 않는 의혹

김한수 전 행정관과 이병헌씨 사이의 최순실씨에 대한 어긋난 기억의 조각은 또 있었다.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이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터졌던 2016년 10월 이후에야 자신이 알고 있던 병헌이 이모가 최순실이라고 알게 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병헌씨의 증언은 김 전 행정관의 기억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최씨의 이름을 김 전 행정관에게 말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변호인 측 질문에 “최서원이라고 한 적은 없고, 최순실이라고 말한 적은 있다”고 증언했다.

그 시기에 대해 2016년 전에 이야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병헌씨 자신이 애써 최씨의 이름을 김 전 행정관에 알려주려고 했던 것이 아닌, 김 전 행정관이 먼저 최씨를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당시 김 전 행정관과 만나 그로부터 캠프 내에서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가라고 먼저 물어보자 자신의 이모라고 이야기 했다고 증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병헌씨에게 “(김한수 전 행정관에) 최순실이 이모라고 이야기한 것 맞는가”라고 묻자, 이씨는 “맞다”라고 답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그런데 김한수는 당시 최순실의 이름을 몰랐다고 한다”라고 되물으며, 김 전 행정관이 2013년 초순까지도 최씨의 이름을 몰랐다고 법정증언한 녹취서를 제시하자, 이병헌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씨는 “저도 잘 모르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병헌씨는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 시종 일관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기기를 김한수 전 행정관 또는 최씨가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태블릿PC 내 저장된 자신의 사진에 대해서는 그 사진 속 인물이 본인이라는 것을 인지했지만, 당시 사진이 찍혔던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병헌씨와 김한수 전 행정관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JTBC가 최초로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한 직후, 이에 대해 서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당시 김 전 행정관에게 태블릿PC를 도대체 누가 사용했는가라고 물었고, 김 전 행정관으로부터 이춘상 보좌관에게 만들어 준 것이 확실하며 최순실이 사용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국과수 감정보고서를 통해 기기의 소유자가 최순실씨라고 확신하고 있다. (사진=연합)
물론 두 사람이 당시 더 나눈 이야기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날 이병헌씨의 증언은 기존의 김한수 전 행정관의 증언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했다. 때문에 김 전 행정관의 태블릿PC에 대한 증언을 상당수 신뢰하는 검찰 측은 이날 이씨의 증언을 반박하는 신문을 펼쳐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검찰 측은 태블릿PC와 관련된 변호인 측의 주신문 내용에 대해 한 마디 반대신문도 하지 않은 채 재판을 마무리 했다.

이미 검찰은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형을 구형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중형구형이 예상되고 있지만,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며 향후 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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