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이메일 이름 ‘유연’이라 崔의 것이라니… 곧바로 삭제됐던 유연

최순실 태블릿PC, 접속·생성된 이메일 계정 3개, 표시이름 4개

檢이 태블릿PC가 최순실 것이라 확신한 표시이름 ‘유연’, 삭제되고 가연으로 대체

태블릿PC 주 사용 이메일 계정, 朴 전 대통령 대선캠프 인원 사용했을 가능성 상당히 높아

국과수의 최순실 태블릿PC 감정보고서 내에서는 기기가 최씨뿐만 아니라 다수가 사용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이메일 계정이 담겨 있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는 방아쇠 역할을 했던 태블릿PC 의혹을 둘러싸고 여전히 잡음이 끊이고 있지 않다. 특히 국과수의 최순실 태블릿PC 감정보고서가 공개, 보고서에 기재된 기기 내 이메일 계정에 관한 정보에는 현재 검찰 측 주장 및 논리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근거가 담겨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으로부터 회신한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최종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 기기가 최씨 소유가 맞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 측이 이렇게 확신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태블릿PC에 등록된 이메일 계정 중에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으로 표시이름(Display name)이 설정된 것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분명 문제의 태블릿PC를 최순실씨의 소유로 아예 단정 짓고 바라본다면, 일부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다. 반대로 다른 가능성도 열어 놓는다면, 이런 검찰 측의 논리가 선뜻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씨가 태블릿PC에 등록한 이메일 계정 표시이름을 유연이라고 설정한 이유가 자신의 딸이기 때문이었다면, 당시 최씨의 전 남편이었던 정윤회씨 역시 딸 이름인 유연으로 표시이름을 설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또 검찰 측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확장해석 해본다면, 보통 이메일 계정 표시이름에 사용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닉네임(NickName)이나 실명으로 해놓는 경우가 더욱 합리적이었다.

때문에 정유라씨가 당시 이 태블릿PC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는 우스개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태블릿PC를 최순실씨의 것으로 못을 박아 놓은 상태로 이런 해석 역시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단지 이 태블릿PC 내 이메일 계정 표시이름이 유연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기기의 소유자가 최씨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해당 표시이름이 꾸준히 사용되거나 바뀌더라도 최씨와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무언가로 설정이 돼있어야 했다.

국과수의 최순실 태블릿PC 감정보고서는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국과수가 분석한 이 태블릿PC에서 등록·접속한 것으로 판단되는 구글 이메일(지메일) 계정은 총 3개로 발견된 표시이름은 4개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태블릿PC에서 등록됐거나 이 기기를 통해 로그인한 것으로 밝혀진 이메일 계정은 그리고 , 이었다.

우선 계정의 표시이름에는 ‘유연’, 이어 ‘가연’이라는 이름이 설정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는 ‘연이’ 그리고 에는 ‘송파랑’이라는 표시이름이 설정돼 있었다.

여기서 계정은 ‘이성미’라는 사용자 이름이 언급된 부분이 있었다. 송파랑으로 설정된 은 지난 2014년 3월 27일부터 2014년 4월 1일까지,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만 메일에 접속한 흔적이 확인됐다.

그런데 국과수 측은 이 유연이라는 표시이름에 대해 주목할 만한 분석 결과는 명시해줬다. 바로 이 유연이라는 이름이 삭제됐다는 설명이었다. 때문에 재설정된 이메일의 표시이름이 가연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국과수 측은 라는 이메일이 태블릿PC 내 브라우저와 이메일, 웹메일, 연락처, 안드로이드 등과 연동되는 전반적 구글 계정까지 범위가 미쳤다고 밝혔다. 이 기기 소유자가 우선적으로 사용하던 이메일 계정이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계정은 이 태블릿PC가 계통된 지난 2012년 6월 22일로부터 3일이 지난 6월 25일 ‘테스트메일입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수신·발신한 이후, 2013년 11월까지 이 기기를 통해 접속된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면서 국과수 감정보고서에서는 이 이메일 계정의 구글 가입 이름이 ‘chul’이라면서, 이 이메일 주소로 ‘chul soo’, ‘zixi9876’, ‘가은’ 등의 표시이름으로 송수신한 메일이 다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태블릿PC에서 생성 또는 접속된 이메일 계정들. (사진=국과수 감정보고서 캡처)
국과수 측은 보고서에 “표시이름이 다수인 것으로 봤을 때 계정이 다수의 기기에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정리해보자면 최순실 태블릿PC에서 기기 내 브라우저와 이메일, 안드로이드 등 주요 장치들과 연동할 주 이메일 계정은 이었고, 이 이메일 계정에는 최순실 태블릿PC뿐만 아니라 다른 기기, 즉 다수의 사용자들이 접속해 사용했다는 분석이었다.

검찰 측 논리대로 이 이메일 계정의 표시이름이 ‘한동안’만 유연으로 설정됐다는 이유로 태블릿PC의 소유주를 최씨로 단정 짓는다면, 이후 바뀐 표시이름인 가연과 관계된 누군가 또는 chul soo 및 가은과 연관된 사람 역시 태블릿PC의 소유주가 될 수 있었다.

국과수 측이 태블릿PC 내 주 이메일 계정에 다른 기기에서 다수의 사용자가 접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검찰 측도 이를 인정하고 기기를 소유자를 최씨라고 확정 지은 것을 유보한 채, 다른 소유자가 있었을 가능성 역시 열어놓고 재조사에 들어가야 마땅했다는 지적이다.

chul soo는 최순실 아닌, 朴 대선캠프 직원 가능성↑

최순실 태블릿PC의 주 이메일 계정으로 알려진 과 자주 언급되는 이름은 앞서 언급한 ‘chul soo(또는 chul)’였다.

실제로 국과수 감정보고서가 분석한 이메일 송수신 사항에 따르면, 표시이름이 chul soo로 설정된 계정에서 상당수의 이메일을 송수한 흔적이 나와 있었다.

본지가 기존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보도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 표시이름의 정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관계자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국과수 태블릿PC 감정보고서를 통해, 태블릿PC 내 저장돼 있던 한글문서 중 ‘홍보 SNS 본부 운영안’이라는 제목의 파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캠프에서 홍보 인력으로 근무했던 이들의 명단과 직책이 자세히 제시돼 있었다.

국과수의 태블릿PC 감정보고서에서도 자주 언급된 chul soo. 이 태블릿PC가 사용됐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활동 인원 중, 김철수라는 이름의 소속원이 있었다. (사진=국과수 감정보고서 캡처)
해당 문서파일 내 명시된 선거기간 SNS파트의 페이스북·트위터 관리 인력에는 얼마 전 국회에서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던 신혜원씨의 이름이 나타나 있었다.

또 인력구성원 중 SNS파트에 최순실 태블릿PC의 최초 개통자로 알려진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고, 그의 이름 바로 옆에는 ‘김철수’라는 이름이 적시돼 있었다.

김철수씨는 김한수 전 행정관과 같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내 SNS파트를 맡은 인물이었다.

태블릿PC 내 저장된 대부분의 내용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나 대통령 인수위 시기 활동과 관련된 자료였고 기기 내 주 이메일 계정의 표시이름이 chul soo였다.

그렇다면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선거캠프의 SNS파트에서 활동했던 김철수씨의 이 태블릿PC 사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최순실씨의 소유라고 단정 짓는 것은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결여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순실 태블릿PC가 선거캠프 인원들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명백한 근거는 이번 국과수 감정보고서를 통해 또 나온다.

이는 기기 내 저장된 계정의 활동 내역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계정은 지난 2014년 3월 27일부터 2014년 4월 1일 사이에 사용됐다.

이 이메일 계정의 용도도 비교적 단순하고 추정하기 쉬웠다. 바로 지난 2014년 3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일 국빈방문 중 평화통일에 대해 선언한 ‘드레스덴 연설문’과 관련된 계정이었다.

실제로 국과수 감정보고서 웹메일 부분 분석 내용에 따르면, 2014년 3월 27일 19시 20분부터 27분까지 태블릿PC에는 ‘_.hwp’, ‘_-1.hwp’, ‘_-2.hwp’에서 ‘_-6.hwp’까지 총 7개의 한글문서 파일이 저장됐다.

이 파일들은 모두 드레스덴 연설문들로, 당시 최순실 태블릿PC에서 웹메일 계정에 접속해 이 메일 내에 첨부된 해당 드레스덴 문서파일을 다운로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검찰 수사결과 및 다수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추정된 바에 따르면, 최씨가 태블릿PC 내 자신의 이메일에 접속해 드레스덴 연설문을 다운받았고 이 중 일부분을 수정해 다시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계정이 최순실 태블릿PC를 통해 접속해 열어본 웹메일 흔적에는 누군가에게 독일 순방 사항에 대해 보고하는 취지의 내용들이 다수 담겨 있었다.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았다고도 말 할 수 없는 정황들

2014년 3월 30일 오전 7시 16분경 태블릿PC 사용자는 이메일 계정으로 접속해 자신에게 온 웹메일 중 ‘기행문 관련해서는 한 팀장이 작업해서 정 과장님에게 보냈다고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내용의 메일을 열어봤다.

국과수가 복원해 낸 이 웹메일 전체 내용에 따르면, ‘기행문 관련해서는 한 팀장이 작업해서 정 과장님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규제 개혁 신문고 관련해서 말씀드립니다. 다음과 같이 제작해 놨고, 순방 다녀오신 후 VIP님의 컨펌이 되면 바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VIP님 말씀대로 첫 화면에서 잘 보이고 쉽게… 누구나 쉽게 작성할 수 있게… 처리현황도 볼 수 있게… 4장의 이미지입니다’라고 담겨 있었다.

또 이 웹메일을 받은 지 약 2시간 후에는 ‘김팀과 한팀장이 순방 수행기를 보내 왔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문장의 또 다른 웹메일을 수신했다.

최순실 태블릿PC에서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확인했던 웹메일 내용들. (사진=국과수 감정보고서 캡처)
역시 국과수가 복원한 이 웹메일 전체 내용에는 ‘김팀과 한팀장이 순방 수행기를 보내왔습니다. 보니까 조금 수정했으면 좋을 것 같아, 수정해서 넣을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보았습니다. 김팀에게는 선생님 컨펌 받고, 넘기겠습니다’라고 나타나 있었다.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9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바에 따르면, 드레스덴 연설이 있었던 박 전 대통령의 독일 순방 당시 김 전 행정관도 독일에 따라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내용 웹메일 내용 중 한팀장은 김한수 전 행정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김팀(장)’의 경우 역시 독일 순방에 따라갔던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태블릿PC 내 저장된 연락처에는 김한수라는 이름의 별명이 ‘한팀장’이라고 나와 있었고, 김한수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 태블릿PC 연락처에 기재된 ‘김팀장’이 김휘종 전 행정관이 맞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휘종 전 행정관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김한수 전 행정관 및 신혜원씨와 활동하던 인물로 당시 홍보파트를 담당했었고, 박 전 대통령의 당선 뒤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기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김휘종 전 행정관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이메일 아이디 중 ‘pa’가 있는 계정을 자신의 업무용 이메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통해 살펴봤을 때 을 김휘종 전 행정관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 이메일 계정이 수신한 ‘김팀에게는 선생님 컨펌 받고, 넘기겠습니다’라는 웹메일 내용처럼 다른 인물도 이 이메일 계정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었다.

여기서 ‘선생님’은 최순실 태블릿PC의 카카오톡 사용자 정보에 나와 있는 아이디이자, 별명으로 태블릿PC 소유주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이 웹메일을 보내온 이와 받은 이에 대해 추정은 해 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김한수 전 행정관과 김휘종 전 행정관 역시 선거캠프에서 불리던 ‘팀장’이 아닌, 청와대에 들어가 ‘행정관’으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그렇다면 웹메일을 주고받았던 이들에게 두 사람은 행정관이 아닌 팀장으로 더 편하게 기억되는 인물들로서 선거캠프 때부터 이들을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검찰 측은 그 두 사람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최순실씨라고 보고 있다. 그럴 가능성도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법정 등에서 공개된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의 통화내용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이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또 과거 정씨가 최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선생님, VIP께서 선생님 컨펌 받았는지 물어보셔서 아직 못 받았다 말씀드리자 빨리 컨펌 받으라고 확인 하십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던 만큼 앞서 언급한 웹메일 역시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이 주고받았던 것일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미궁에 빠진 상태인 최순실 태블릿PC 의혹. (사진=주간한국)
다만 검찰 측이 발표한 대로라면 최씨는 정호성 전 비서관으로부터 드레스덴 연설문을 받아 수정해 다시 보냈어야 했지만 연설문을 다운로드받은 흔적만 있을 뿐, 웹메일에는 김한수 전 행정관과 김휘종 전 행정관이 작성한 독일 순방관련 수행기에 대한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연설문 관련 내용이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태블릿PC를 최씨가 한때 사용했다고 볼 수 있을지라도, 검찰 측 주장처럼 최씨가 기기의 전적인 소유자라고 확신하기에는 여전히 논란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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