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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용비리 연루자가 기관장 대행으로?

항공안전기술원장 해임 빌미 채용비리 연루자, 직무 대행 가능성 논란

원장직, 이사회 의장·인사위원장 권한 가져…의혹 당사자가 직원 해임·징계할 수도

국토부 “절차상 문제 있어 기술원에서 비대위 꾸릴 것으로 알고 있어”

기술원 “내부 문제 언급하는 것은 곤란”

징계 경감 위해 긴급 인사규정 변경 시도 의혹도 제기돼


  • 2014년 12월 항공안전기술원 출범식 당시 모습. (사진=항공안전기술원 홈페이지)
지난 1월 29일, 기재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현직 기관장 8명을 수사의뢰하는 동시에 즉각 해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8명의 현직 기관장 가운데는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안전기술원(이하 기술원)의 기관장도 포함됐다. 기재부는 정연석 원장이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석하는 등 채용 절차에 개입해 지인을 채용했다’는 사유를 들어 해임 추진을 결정했다. 기재부는 원장 해임과 함께 서류전형 과정에서 업무 부적정을 근거로 기술원 직원 3명에 대한 징계도 결정했다.

본지 취재 결과, 원장 해임으로 궐석 상태에서 기술원을 이끌어 가야할 인사가 원장 해임의 빌미가 된 채용과정을 통해 들어온 A 직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직무 대행을 수행할 직제 순위 상위자들이 이번 특별점검 결과 징계 대상자에 오른 탓이다.

또한 기술원 측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 발표 이후 서둘러 인사규칙 시행세칙을 바꾸려는 시도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규칙 시행세칙 개정안에 담긴 내용들은 징계 경감에 관한 사안들이라 처벌을 회피하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용 비리 연루자가 원장 대행?

본지 취재 결과, 정원석 원장이 채용절차에 개입해 기술원에 들어온 A 직원에 대한 후속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채용비리 점검결과를 발표하며 ▲부정합격자는 검찰 수사결과 본인이 기소될 경우 채용비리 연루자와 동일하게 기소 즉시 퇴출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자가 기소될 경우 즉시 업무배제 후 일정한 절차를 거쳐 퇴출한다는 조치만을 내렸다. 또한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항공안전기술원에 보낸 처분요구서에도 A 직원은 징계 대상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과정에 관여할 위치가 아닌 응시자였기 때문이다. 원장이 해임을 요구 받은 상황에서 당시 채용 당사자는 계속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A 직원이 업무에서 배제된 정 원장의 직무를 대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술원 직제규정 제11조에 따르면 원장이 궐위 또는 사로로 인해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직제순위에 따른 상위자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직제 순위에 명시된 직함에 해당하는 인물들은 징계 대상자에 속해 지난 1월 29일부로 업무에서 배제돼야 하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직제 순서상 징계 대상자가 아닌 A 직원이 원장 대행직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사회 의장도 인사위원장도 맡을 수 있어

기재부가 수사 의뢰된 원장의 즉각적인 해임을 통보했지만 정 원장은 정관상 해임 절차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기술원 정관 제4장 제27조에 따르면 원장 해임은 이사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사회 의장은 원장이 맡는다. A 직원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 자신의 채용과정에 개입해 입사시킨 원장을 해임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술원은 원장 해임뿐만 아니라 징계 처분이 내려진 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기술원 인사규정 제8장 제60조에 따라 인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3명 이상 6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인사위원장은 원장이 맡는다. 원장 직무 대행을 맡은 A 직원이 징계 대상자 3명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의 위원장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기술원의 인사위원회는 원장을 포함해 내부 인사 6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인사위원회가 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로부터 하달된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해임이 통보된 원장과 함께 인사위원 3명이 징계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인사규정 제8장 제60조에는 ‘인사위원회의 위원이 상벌, 직권면직, 직위해제 또는 징계대상자일 경우는 인사위원회의 구성에서 제외한다’고 나와 있다. 인사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인사위원 구성에서 빠지게 되는 상황이다. 주로 임원급에서 인사위원이 선정된다고 봤을 때 기술원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원 “언급 곤란”…내부에선 “어떤 움직임도 없어”

채용비리 연루자가 원장 직무 대행을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 원장 궐석을 대비해 기술원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조직위를 운영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체 인사 조직을 개편해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로 각 본부장 직무 대리 인사 조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A직원이 아무런 후속 조치를 받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원장 해임과 관련된 전반적 사안에 대해 감사원에서 사실 조사를 진행했고 인천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경찰청에서 조사할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서 더 이상 언급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해당 기관인 기술원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술원 관계자는 “진행되고 있는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내부 규정과 절차를 검토해 합당하게 처리하고 있다. 자세한 얘기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궐위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주무부처는 해명했지만 실제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기술원 내부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1월 29일부터 처분이 내려진 직원들에 대해 업무 배제 등 후속조치를 내렸지만 현장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대위를 조직하는 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징계 대상자에 속하지 않는 실장급 직원들에게 어떠한 연락도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징계 대상자들이 주축이 돼 비대위를 꾸리려고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지경”이라고 내부 상황을 알렸다.

기술원, 지난 연말 국토부 감사에서도 채용 과정 지적 당해

기술원 채용과정에 대한 지적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 감사 결과, 기술원은 총 11차례의 채용과정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기술원은 ‘채용시험 공고기간 미준수’의 가벼운 사안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근로자를 기간제로 채용한 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다시 채용공고를 내 같은 사람을 뽑는 등 인사규정을 위반했다.

또한 채용공고와는 다르게 채용인원을 늘려 뽑고 한 지원자의 경우 서류전형 합격기준에 포함됐음에도 면접에서 많은 불합격자로 인해 발생 가능한 응시자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대기시간의 최소화 및 비용절약을 위한다는 기술원 측의 이유로 면접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토부는 기술원에 2건의 징계, 11건의 경고 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했다. 국토부 감사로 징계 조치를 받은 B 직원은 이번 채용비리 특별점검에서 부적절한 채용시험 평가위원 선정 등의 이유로 징계 대상자에 오른 상태다.

기술원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채용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계약직이었던 직원이 정규직 공고가 나서 지원했을 당시 자신의 상사가 면접장에 들어왔다는 얘기가 있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을 연구원으로 입사시켜 수습기간 3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행정직으로 바꾸는데 도움을 줬다는 소문도 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술원 인사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응시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사실을 인지한 경우 회피 또는 제척돼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할 채용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부끄럽다. 특별조사에서 걸린 것은 일부분”이라며 “일부 징계 대상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씁쓸하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징계 수위 낮추려 인사세칙 변경 시도 의혹도

이 상황에서 기술원 측이 임원들의 징계 경감을 목적으로 인사규정 시행세칙을 변경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재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발표한 며칠 후 사측에서는 노조 측에 ‘인사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보내 일부 내용을 변경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취업규칙인 ‘인사규정 시행세칙’을 변경하려면 사측은 과반수 노조 측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사측은 사안이 ‘긴급’하다는 점을 들어 직원들에게 개정안 내용을 사전에 알리려는 절차를 생략하려 했다.

사측이 제시한 개정안에는 인사위원회 구성 시 외부위원을 지명하고 징계 감경 사유 및 징계 의결방법 등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징계 의결방법을 명확하게 하자며 ‘징계에 대한 의결 시 의견이 나뉘어 과반수에 달하는 의견이 없는 경우에는 과반수가 될 때까지 징계혐의자에게 가장 불리한 의견부터 시작하여 과반이 되는 의견에서 합의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징계혐의자에게 불리한 의견이 과반이 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조치를 내릴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없다. 과반이 되지 않는 의견은 혐의로 인정하지 않을 여지가 있는 셈이다.

개정안에는 징계 감경 기준도 새롭게 추가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장, 원장 등이 수여하는 개인포상이 있을 경우 최초 인정된 징계에서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감경할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징계대상자가 포상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분히 의도가 깔린 인사세칙 개정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노무법인 해결의 이후록 대표노무사는 “개정안 내용을 볼 때 인사규정 시행세칙 변경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변경이라고 볼 수 없어 ‘동의’까지 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노무사는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인사규정 시행세칙을 변경하고자 할 때 근로자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다면 노동조합 위원장의,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절차를 위반해 개정된 취업규칙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위반으로 법률적으로 무효다”라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그러면서 “취업규칙을 변경하면 반드시 공포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노무사에 따르면 법원(대법원 2004.2.12. 선고, 2001다63599 판결)은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정하는 기업 내의 규범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신설 또는 변경하기 위한 조항을 정하였다고 하여도 그로 인하여 바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신설 또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생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법령의 공포에 준하는 절차로서 그것이 새로운 기업 내 규범인 것을 널리 종업원 일반으로 하여금 알게 하는 절차 즉, 어떠한 방법이든지 적당한 방법에 의한 주지가 필요하다고도 밝히고 있다. 변경된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에게 알리는 절차를 거쳐야 법률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것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사전 예고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서둘러 개정안을 처리하려 한 모습은 후안무치한 태도”라며 “원장과 함께 기술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등 공동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반성하기는커녕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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