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감찰에 따른 좌천성 인사조치였나(?), 정당한 감찰에 따른 대통령 지시였나

위클리공감 문제로 특감반원 동원(?)했던 우병우

문체부 감사담당관실 감찰 결과 문제 발견되지 않자… 찍어내기 인사조치 했나

禹 “비위행위 발견해 대통령에 보고, 보고 뒤 인사조치 지시 전달한 것일 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한민철 기자

[우병우 재판 바로보기①]에 이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은 우병우(51·구속기소)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감사담당관에 대한 표적감찰 및 좌천성 인사조치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의 검찰 조사 결과와 법정증언 내용 등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15년 10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병우 전 수석은 평소 알고 지냈던 한 대형 언론사의 편집장 A씨로부터 한 가지 민원을 받았다.

당시 A씨의 민원 취지는 문체부에서 발행·배포하는 정부 정책홍보잡지인 ‘위클리공감’의 대행 제작을 2015년부터 자사 계열사에서 맡게 됐음에도, 이 잡지의 발행을 담당하던 문체부 국민소통실 사무관 S씨와 주무관 L씨가 기존 위탁업체 기자와 온라인 홍보 업체의 계약을 승계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편집장 A씨의 민원을 접한 우 전 수석은 곧바로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 사무관 S씨와 주무관 L씨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곧바로 특감반원들은 당시 문체부 감사담당관이었던 B씨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위치한 특감반 사무실에 불러, ‘윗분의 지시’라는 말과 함께 S씨와 L씨에 대한 철저한 감찰과 함께 ‘무조건 중징계’할 것으로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감사담당관 B씨는 약 2주에 걸쳐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그 어떠한 비위 혐의를 찾을 수 없었고 2015년 11월 말, 특감반 측에 중징계가 곤란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당시 B씨는 두 사람에 대해 통상적 업무 조정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판단했고, 주의나 단순 경고 조치 정도로 징계 수위를 정했다.

물론 민정수석실 측은 문체부 감사담당관실에 거듭된 재감찰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B씨 측이 생각보다 가벼운 징계를 내리자 이를 ‘부실감찰’로 규정, 특감반을 통해 사실상 찍어내기 표적감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결과 승인 후 50여일이 지난 2016년 1월 26일, 특감반원들은 문체부 감사관실에 들이닥쳤다. 곧바로 B씨 등의 컴퓨터와 서류 등을 압수수색했고, 휴대전화 통화내역까지 확보했다.

사흘 뒤인 1월 29일, B씨는 또 다시 창성동 별관 특감반 사무실에 불려가 특감반 조사관들로부터 신체 수색을 당했다.

조사관들은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거쳤고, 복원된 자료들을 통해 B씨의 부실감찰과 기타 비위에 대해 10시간 넘게 강압적 조사를 벌였다. 당시에는 B씨뿐만 아니라 감찰에 나섰던 다른 감사관실 인원들도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약 일주일 후인 2016년 2월 3일, B씨는 직무대행 해제됐고, 같은 달 11일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문화과장으로 좌천성 전보조치를 당했다.

앞서 2016년 2월 1일 민정수석실 소속 윤장석 전 민정비서관은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직접 박민권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연락해, B씨가 감사업무를 담당하기 부적절한 사람이라며 감사담당관에서 경질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정수석실에서는 B씨와 같이 당시 감찰을 맡았던 감사담당관실 사무관도 함께 인사조치할 것을 요구했고, 그는 결국 소속기관인 국립세종도서관으로 전보 처리됐다.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민권 전 차관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민정수석실 측이 해당 사안에 대해 매우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에 다른 장차관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좋지 않은 사연이 많았던 문화체육관광부.
박민권 전 차관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당시 일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강하게 전화가 오면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들었고, 저를 포함해 모든 공무원들은 민정수석실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였다”라며 “사실 저는 B씨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도 몰랐고 저희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휩쓸려 그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라고 진술했다.

심지어 특감반 측은 B씨의 경질 이후인 2016년 4월 19일경, 새롭게 문체부 감사담당관으로 부임한 이에게 곧바로 S씨와 L씨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윤장석 전 민정비서관이 정 전 차관에게 두 사람에 대한 감찰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檢 “명백한 표적감찰·찍어내리기 인사조치” 주장

이 사건은 당사자들의 입장이 매우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결심공판까지도 어느 정도의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 측은 당시 우병우 전 수석이 접했던 위클리공감에 대한 민원 내용은 허위·과장됐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B씨는 당시 민정수석실의 요청대로 S씨와 L씨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저한 감찰을 위해 특별반과 함께 별도의 감사장부를 만들고 감사 기간까지 늘렸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문체부 감사담당 관계자 A씨는 그 당시 문체부 감사관실은 증거를 은폐하거나 결론을 왜곡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무엇보다 A씨는 수집된 증거와 확인서를 특감반 측의 요구에 따라 모두 보내줬고, 그 결과를 반영한 보고서 역시 작성해 특감반 측에 최종적으로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특감반 측에서 B씨를 비롯한 감사관실 인원들에 대한 고강도 표적수사를 벌였다.

검찰 측은 “이런 특별감찰관의 감찰은 문체부 감사관실에 대한 감찰을 처음부터 의도된 대로 수행하지 않은 감사관실에 대한 길들이기였다”라며 “문체부 감사관실의 담당 감사 공무원들에 대한 찍어내기 인사조치를 하기 위한 감찰이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측은 당시 특감반이 B씨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부실감사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B씨의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통해 발견한 10여건의 골프접대 의혹 정황을 가지고 그에 대한 찍어내기 인사조치의 근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
검찰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국과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조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병우 전 수석이 직권을 남용해, 문체부 장차관에게 무리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체부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권한은 문체부 장관에게 있고, 문체부 자체 감찰을 통해 비위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기 이전에 민정수석이 직접 의혹의 대상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의 직권을 남용해 인사조치를 요구한 사실은 장관의 임용권 및 직업공무원 제도를 침해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물론 B씨 등에 대한 좌천성 인사조치가 단행됐을 때는 정기인사 시기도 아니었고, 민정수석실은 전보조치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 또 B씨 등의 인사조치를 요구하면서 그들의 성과나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는 공무원 임용령 제45조의 ‘공무원이 전보조치를 함에 있어 필수보직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 그리고 국가공무원법 제26조 ‘공무원의 임용은 시험성적·근무성적, 그 밖의 능력의 실증에 따라 행한다’라는 부분 모두를 위반한 경우라는 설명이다.

감찰 도중 발견한 비위… 대통령에 보고해 인사조치 지시를 받은 것일 뿐(?)

우병우 전 수석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제1항의 문체부 소속 국과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조치의 경우와 같이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아 인사조치를 대신 요구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단지 공소사실 제1항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과장들에 대한 복무점검 등에 나서 그 결과를 대통령에 보고한 사례였다.

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특감반원의 통상 활동에 따라 B씨의 비위사실을 인지해 우 전 수석에 보고됐고, 우 전 수석은 이를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해 이후 박 전 대통령이 B씨에 대한 인사조치를 지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의 인사조치 지시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은 그 인사조치를 결정하는 역할이 아닌, 단순히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는 이들로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우병우 전 수석 측 변호인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2016년 1월 당시 특감반장을 통해 B씨가 S씨 및 L씨에 대한 봐주기 감사를 했고,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확인한 B씨의 휴대전화에서 명백한 비위사실이 확인됐다는 감찰 결과를 보고받았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이 파악한 자료에서 B씨는 과거 수차례 공짜 골프접대를 받았고, 숙박권 등의 향응 수수 등의 비위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 전 수석은 그 내용을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우 전 수석에 직접 B씨에 대한 인사조치에 더해 각 부처 감찰 활동을 외부인사로 교체해 엄정한 감찰팀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B씨에 대한 인사조치는 김종덕(61·구속기소) 당시 문체부 장관과 박민권 전 1차관 역시 동의를 한 사항으로, 대통령의 인사조치 지시를 받아 최종 결정을 한 것은 김종덕 전 장관이기 때문에 지시 전달자인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측은 문체부 감사담당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역시,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한 것일 뿐,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
실제로 김종덕 전 장관은 이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본건 감찰과 관련해 총괄을 하는 민정수석실의 의견이었기 때문에 인사조치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박민권 차관이 수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증언했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피고인(우병우)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는 점만으로 감찰권한에 가탁해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B씨에게 당시 비위혐의가 있었다면 징계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전에 전보인사 조치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라며 “감찰 및 징계조치 이전에 해당 공무원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사권자의 재량에 따라 전보조치를 하거나 징계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병우 재판 바로보기③]에서 계속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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