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뇌경색·마비… ‘설명의무’ 소홀

환자 측, 명백한 의료과실… 수술직후 후유증

법원 측,‘설명의무’위반… 손해배상금 지급하라

병원 측 “담당자에게 질의내용 전달… 현재로서는 답변할 수 없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 전경.(사진=연합)

예진협 기자

뇌수술 후 뇌경색에 이어 마비 등 후유증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해당 수술을 맡은 의사와 병원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과 당시 수술을 맡았던 삼성서울병원 소속의 집도의 B교수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의료사고 피해자인 중년 남성 A씨는 지난 2013년 9월경 삼성서울병원에서 B교수의 집도 하에 뇌동맥류 결찰술이라는 이름의 뇌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뇌동맥류가 파열되는 의료사고를 겪었다고 전해졌다. 수술 종료 후 뇌경색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좌측 편마비 등의 마비증상도 겪었다. 이에 A씨는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A씨의 아내와 3명의 자녀들 또한 공동원고로서 재판에 참여했다.

뇌동맥류는 혈관벽의 약화와 지속적인 혈역학적 부담으로 인해 뇌혈관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게 되는 뇌혈관질환을 말한다.

A씨는 평소 고혈압이 있었을 뿐 신경학적으로 별다른 이상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2013년 8월경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시행한 뇌 MRI(자기공명검사) 및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 결과 약 9mm 크기의 우측 중대뇌동맥류 소견이 관찰돼, 다음달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해 B교수로부터 외래진료를 받았다.

A씨는 같은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TFCA(대퇴동맥 경유 뇌혈관조영술) 검사를 받은 결과 뇌동맥류 소견이 관찰됐다. 이에 일주일 뒤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 직후 뇌경색증상… 팔다리 마비 등 후유증

A씨는 2013년 9월경 전신마취를 시작으로 B교수의 집도하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과정에서 B교수를 포함한 병원 의료진이 뇌동맥류 발생 부위를 주변 조직으로부터 박리하는 과정에서 뇌동맥류 측면의 빨갛게 색깔 변화를 보이던 부분을 건드리자 그 부분이 파열됐다.

이에 병원 의료진은 파열 부위를 임시 조치한 후 수술을 계속 진행했고 뇌동맥류 주변 혈관들에 별다른 혈류 저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봉합했다. 수술 직후 A씨는 회복을 위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중환자실 도착 직후 좌측 팔다리 근력이 5점 만점에 1점 정도로 당시 서너점 정도이던 우측 팔다리 근력에 비해 상당히 약했고 전신마취에서 깬 후 의식회복 이후에도 후유증이 지속됐다.

이에 병원의료진은 A씨에 대한 뇌 MRI 검사를 시행했고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 혈압상승제인 도파민을 투여했다.

A씨의 좌측 팔다리 근력은 수술당일 조금씩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다음날에 증상이 다시 심해졌다. 이에 병원 의료진은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투여했다. 병원 의료진은 1차로 뇌 CT 검사를 시행한 후 2차로 뇌 CT 검사를 시행했는데 1차와 비교해 2차에 뇌경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부위가 조금 더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재활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좌측 편마비 증상, 근력저하, 독립적인 보행불가, 좌측 손가락 기능상실 등 마비 증상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전문가에 따르면 A씨 사례와 같이 결찰술 시행 도중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혈류 이상으로 뇌경색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만약 운동신경중추나 운동신경전달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할 경우 좌반신에 근력 저하 등이 생길 수 있다.

원고 측인 A씨와 피해가족들은 “B교수를 비롯한 병원 의료진이 A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과실을 범해 A씨에게 후유증을 발생시키는 불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B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운영주체인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공동으로 A에게 후유증으로 인한 일실수입, 치료비, 보조구비, 간병비,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A씨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후유증으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A씨 등 원고 측은 ▲B교수를 비롯한 병원 의료진이 수술 시행 전에 후유증과 같은 부작용 또는 합병증 등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 ▲수술 과정에서 미세 가위나 거미막 칼과 같이 보다 정교하게 혈관 박리를 할 수 있는 수술기구 대신 흡입관을 사용하는 등으로 뇌동맥류를 파열시키는 결과를 낳은 점 ▲뇌경색 발생 후 A씨에게 지나치게 늦게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투약해서 뇌경색 증상을 악화시킨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B교수를 비롯한 병원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의사는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해 세부적으로 설명하여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재판부는 B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측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수술 시행 전에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해 B교수와 병원 측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의무기록을 살펴보면 병원 의료진이 수술 시행 전 A씨의 아내에게 후유증을 비롯해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 또는 합병증 등에 관해 설명하고 아내로부터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는 것만 확인될 뿐, 의료진이 A씨에게 직접 설명을 했다는 것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병원 측은 A씨의 아내가 수술 동의서에 서명했을 당시 A씨도 옆에 함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병원 의료진이 A씨와 A씨의 아내에게 후유증의 발생 가능성 등에 관한 설명을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A씨의 아내로부터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B교수를 비롯한 병원 의료진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을 시행했고 그 합병증으로 결국 A씨가 후유증을 겪게 됐고, A씨는 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주체인 삼성생명 공익재단과 B교수가 A씨에게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위반 제외한 원고 측의 다른 주장들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번 의료사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담당자에게 질의를 전달했다”며 “현재로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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