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잇속 챙기고, 가이드 처우는 열악” vs “갑질 아냐”

동남아 가이드들 “열악한 처우 개선된 것 없어”

하나투어 “정상적으로 지상비(현지 관광비용) 지급 중”

대형 여행사와 랜드사 사이에 낀 가이드들

여행업계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동남아 관광가이드들의 갈등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이드들은 하나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동남아 일부 국가 현지 여행사(랜드사)에 갑질을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가이드들의 주장과 관련해“가이드 노조에서 주장하는 부분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하나투어는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에 참여하는 여행사로, 여행일정표에 표시된 옵션 관광상품 외에 현지에서 개별적으로 별도 옵션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랜드사(현지 여행사)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지상비(현지 관광비용)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갑질 논란

10일 가이드들은 한 장의 종이 쿠폰을 공개했다. 이 쿠폰에는 ‘하나투어 태국팀 선택관광지원금 10달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글과 함께 ‘해양스포츠 진행 시 사용불가’라는 글과 ‘미사용 시 현금으로 환불 불가’라는 글도 있었다.

가이드 A씨는 이 쿠폰에 대해 “하나투어가 손님에게 나눠주고 옵션 관광을 하면 이걸 돈이라고 가이드 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옵션 관광은 기본 관광 상품 외에 고객이 돈을 추가로 내고 즐기는 관광을 말한다.

이 가이드는 “할인쿠폰을 줬으면 한국 대형여행사에서 랜드사(현지 여행사)에게 이 종이의 금액만큼 지상비(현지 비용)를 줘야 정답인데 지상비는 없다”며 “더구나 하나투어는 호텔, 식비가 비싸다”고 말했다.

이 쿠폰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당 지원금 쿠폰은 4~7월 출발 얼리버드 상품에 한해 지급된 쿠폰”이라며 “비수기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보면 되며, 자사와 관련된 모든 협력사의 의견을 얻고 진행했던 건이고 1개 협력사 위주로 진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력사별로 상황에 따라 원하는 프로모션이 달라서, 경우에 따라 개별적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가이드 B씨는 “쿠폰에 해당하는 금액을 하나투어에서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며 “선심은 하나투어에서 쓰고 그 금액을 현지 가이드가 뒤집어쓰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다”고 반발했다.

가이드들의 주장에 대해 하나투어는 “가이드 노조에서 주장하는 부분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하나투어는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에 참여하는 여행사로, 여행일정표에 표시된 옵션 관광상품 외에 현지에서 개별적으로 별도 옵션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랜드사와의 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지상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가이드는 현지 협력사(랜드사)소속으로, 당사가 적극적으로 간섭(계약관계, 노무적인 문제에 개입 등)한다는 건 거래상 지위남용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경영간섭 등)에 해당한다”며 “당사는 협력사(랜드사)와 함께 해외여행 가이드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노동조건을 점차 개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 A씨는 “하나투어의 답변에 모순이 많다”며 “종이 쿠폰 나눠주고 손님에게 생색내고 그걸 가이드가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여행사들은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모든 것을 랜드사에 떠넘긴다”며 “한국여행사는 랜드사에 팀(손님)을 보내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갑질을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투어 가이드 못해 먹겠다”

가이드들 중에는 관광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가이드 D씨는 “정확히 표현하면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가이드에게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랜드사에 갑질을 하는 것”이라며 “그 갑질의 대가를 가이드가 몸으로 때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여행사와 가이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여행사가 현지 여행사(랜드사)에게 줄 것을 안 주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당연히 랜드사는 가이드에게 줄 것이 없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가이드 A씨는 “하나투어가 태국에 6개 랜드사를 깔아놓고 경쟁시키고 있다”며 “현지가 다 그렇고 그래서 랜드사는 본사에 꼼짝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나투어는 랜드사 경쟁구조와 관련해 “랜드사 경쟁 입찰의 경우는 가이드 갑질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독점으로 운영되었던 랜드사 문제점(랜드 업무의 품질 저하, 새롭고 다양한 현지 상품 개발 능력 부재로 인해 점차 가격은 비싸고 품질은 저하되는 점)을 개선해, 고객에게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와 한국노총은 정부가 여행가이드의 노동여건 개선안을 만들고 이를 여행표준협약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국내 일부 여행사들이 저가 여행상품을 팔고 그 손실을 해외 가이드들에게 전가시켰다고 지적했었다. 이로 인해 가이드들이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

이렇게 정부와 한국노총이 나섰지만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일하고 있는 가이드들은 아직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가이드 D씨는 “요즘 가이드들이 하나투어 못해 먹겠다고 한다”며 “3박4일 동안 일하러 나가서 자기 돈 쓰고 오는 경우가 태반이며 손님에게 욕먹고, 자기 돈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가이드들의 처우 문제와 관련해 “하나투어는 국내를 대표하는 여행종합기업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 KATA(한국여행업협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해외여행 가이드들의 노동조건 개선방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랜드 계약 표준계약에 반영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업계 전반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것으로 하나투어를 포함한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 참여 여행사에 확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광업계 인사들은 가이드들과 주요 여행사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가이드들은 자신들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가이드 D씨는 “3박4일 일을 나가면 그래도 일비개념으로 300불 정도의 수익이 있어야 된다”며 “랜드사를 생각하면 현지에서 판매할 수 있는 옵션은 살려주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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