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 신동빈 최대 현안’ 합리적 증거 차고 넘쳐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벼랑끝 신동빈, 2R 시작부터 위기 자초한 이유<제1부>’에 이어서...

신동빈 회장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 재판에서도 유죄로 인정된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검찰 측에 신 회장에 대한 의혹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라는 취지의 반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신 회장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이 사건 뇌물 수수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이 입을 닫고 있고, 이 사건 과정을 지켜본 안종범 전 수석과 박 전 대통령이 공여자로 의심받는 신동빈 회장에게 매우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밝혀진 정황만으로도 “당시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은 호텔롯데 상장을 좌지우지할 현안은 아니었다”라는 신 회장 측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당시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 다시 말해 최종적 현안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 아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엄밀히 말해 당시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이자 최종 현안은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이었다.

지난 2015년 8월 12일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롯데는 한국기업입니다”라고 말하며, 이후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으로 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며 종국적으로 지주사 전환의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약 7조원이 필요하다고 공표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최종 현안인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 및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은 그 하부에 따라오는 일부 현안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주목해 볼 부분은 과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세부 현안이 호텔롯데 상장 및 향후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냐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를 충분히 입증할 정도의 여러 정황과 일부 객관적 증거가 드러난 상태다.

우선 당시 롯데그룹은 월드타워 면세점을 롯데그룹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롯데월드타워와 연계해 관광쇼핑 복합단지로 조성하는 핵심사업 대상으로 추진했었다.

이는 신격호 전 회장의 제2롯데월드 완공 목표와도 맞물려 있었고, 이에 롯데그룹은 해당 사업을 위해 3000억원을 먼저 투자한 뒤 향후 2조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었다.

월드타워 면세점이 롯데월드타워 관광쇼핑 복합단지 문제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소사실과 원심 및 항소심 쟁점 사항이기도 한 호텔롯데 상장과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상당히 밝혀졌다.

실제로 황각규 당시 롯데그룹 정책본부운영 실장(현 롯데지주 대표)도 당시 2015년 10월 12일 롯데사장단 회의에서 “면세점이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호텔롯데를 상장할 수 있다”라며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자금을 유입하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

당시 황각규 전 실장의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러 문건을 만들었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 (사진=연합)
롯데그룹 정책본부실은 2015년 10월 30일 ‘롯데 면세점 특허 당위성’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2020년 글로벌 NO.1(넘버원)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로 육성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이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외국인 지분 확대를 위해 면세점 특허 취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적시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면세점 특허 손실 시 기업가치 하락 등으로 인한 그룹 내 심각한 타격을 우려하는 점 역시 문건 내에 강조돼 있었다.

이런 취지의 내용은 역시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비슷한 시기 작성했던 ‘면세사업 규제 동향 및 대책’, ‘16년 경영계획’ 등의 문건에 보다 더 자세히 반영돼 있었다.

‘16년 경영계획’ 문건에는 2016년 중점 추진 계획 중 1순위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기재가 돼 있었다.

이를 위해 월드타워 특허 대책 여론 동향을 파악하면서 국회와 청와대, 기재부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관공서에 제도 개선안을 제출하는 동시에, 1인 시위, 탄원서 제출, 언론사 적극 활용 등의 방안이 실려 있었다.

중요한 부분은 이런 문건들 대부분이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을 통해 신동빈 회장에게 보고가 된 정황들이 드러났다는 점이었다. 신 회장도 이 사건 재판에서 관련 업무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 측의 현재 입장처럼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이 호텔롯데 상장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당시 최대 현안이 아니었다면, 굳이 위와 같은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당시 장성욱 롯데면세점 대표의 메모지에서는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keyman’(키맨ㆍ핵심인물)로 설정하고, ‘회장님 면담 필요’라는 내용의 기재가 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내부자들’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신동빈

앞서 언급한 황각규 전 실장의 2015년 10월 12일 사장단 회의에서의 발언 그리고 그의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업무, 장성욱 대표의 메모지 등 ‘롯데 내부자들’은 사실상 현재 신동빈 회장을 불리한 상황에 빠뜨리는 데, 그리고 검찰 측의 신 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단독면담이 성사되는 데 발단이 된 인물 역시 롯데 내부자였다.

실제로 지난 2016년 2월 22일 소진세 당시 롯데그룹 정책본부 정책대외협력단장(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은 안종범 전 수석과 회동한 자리에서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탈락에 따른 대규모 고용승계 등 애로사항을 전하며, 신규특허 계획의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종범 전 수석의 검찰 진술 내용에 따르면, 2016년 초순부터 소진세 전 단장으로부터 “신동빈 회장을 한 번만 만나달라”라는 부탁을 여러 번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 (사진=연합)
안 전 수석은 이를 거절하다가 2016년 3월 11일이 돼서야 신동빈 회장과 롯데호텔 무궁화 식당에서 오찬을 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신동빈 회장의 2016년 2월 4일자 일정표에는 ‘3월 11일 lunch with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무궁화’라는 기재가 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작성한 안종범 전 수석과의 미팅자료 문건에도 롯데그룹의 시내 면세점 현황 그리고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상실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물론 신동빈 회장은 당시 안 전 수석을 만났던 계기에 대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변했을지도 모르는 이미지를 회복시키기 위함이었을 뿐, 면세점 특허 청탁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5일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까지는 제가 정치인과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해 제가 직접 만나서 좋은 인상,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신 회장의 이 발언 자체가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대한 간접적인 호소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실 신동빈 회장 및 변호인단의 입장처럼 당시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이유가 롯데그룹이 심사자격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 언론 및 업계에서는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 및 독과점 배제라는 정부 정책 방향이 큰 영향을 끼쳤다.

다시 말해 신동빈 회장이 청와대 경제수석과 만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생긴 좋지 않은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함이었다는 말은 곧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심사와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설득력 떨어지는 신동빈의 기억력과 진술

신동빈 회장은 2016년 11월 검찰 제1회 조사에서 같은 해 3월 11일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오찬을 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허위 진술했다.

불과 반년 전, 다른 사람도 아닌 소진세 전 단장을 통해 만남을 수차례 요청했던 안종범 전 수석과의 식사 자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당시 검찰 측으로부터 안 전 수석과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까지 제시받았음에도 만난 사실을 부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연합)
그런데 신동빈 회장은 이후인 지난해 4월 2일 제2회 검찰 조사에서는 어떻게 기억을 살린 모양이었는지 당시 안 전 수석과 오찬을 가진 경위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제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용해 국가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 같아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한진그룹 회장)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별 반응이 없었고, 그러다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라며 “김종덕 장관이 경제 활성화 방안이라면 경제수석 소관이라면서 안종범 수석과 한 번 만나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인원 부회장에게 안종범 수석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고 했던 것은 기억합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빈 회장의 진술에는 분명 오류가 있었다. 신 회장의 안종범 전 수석을 만난 계기에 대한 진술이 상충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검찰 진술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김종덕(60ㆍ구속기소)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안 전 수석에게 물어보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접촉하게 됐다는 입장이었다.

신동빈 회장에게는 안타깝게도 김종덕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용한 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경제 분야는 제가 잘 알 수도 없어서 신동빈 회장에게 안종범 수석 소관이라고 말 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진술했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또 안종범 전 수석에게 신 회장과의 오찬을 요청한 사람은 소진세 전 단장이었지만, 신 회장은 그 인물을 고(故)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라고 진술한 셈이었다.

심지어 안종범 전 수석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도 신동빈 회장과 만나 나눈 이야기에 대해 서로의 기억이 상충하는 부분이 상당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신동빈 회장과의 오찬에서 평창올림픽을 이용한 국가경제 활성화 방안을 들은 사실도 없고, 관련 자료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당시 신 회장으로부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실패와 관련해 대규모 실직과 고용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검찰 진술 및 법정 증언을 했다.

그는 이런 신 회장의 ‘민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얼마 가지 않아 청와대 단독면담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앞날에는 극적인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연합)
신동빈 회장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역시 평창올림픽을 통한 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에 대해 장시간 설명했고, 미리 준비한 관련 피피티(PPT) 자료를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신 회장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거나 PPT를 교부한 사실조차 없다고 진술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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