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 공사중단 피해에 예산낭비는 덤

한국수자원공사, 선행공종 지연에 하도급 업체 공사중단 지시

하도급 업체 A사, 공사중단에 막대한 금전적 피해

거의 매년 지적받는 수자원공사의 용역중단 및 이에 따른 예산낭비 문제

‘진퇴양난’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올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타 피할 수 있을까

한국수자원공사의 책임으로 공사가 중단되며 하도급업체가 금전적 피해를 보는 동시에 국가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민철 기자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이학수)가 발주한 공사에서 수자원공사 측 책임으로 공사중단 사태가 벌어지며, 하도급 업체가 큰 피해를 보게 된 사연이 뒤늦게 밝혀졌다. 다행히도 해당 하도급 업체는 법적소송으로 납득할 만한 손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수자원공사 측은 또 다시 ‘무의미한 예산낭비’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5년 초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자원공사)는 충청남도 서산시 한 지역에서 이뤄질 공업용수 통합공급 안정화사업 공사에 대한 시행을 맡았고, 이 사업 시설공사 부분에 대한 입찰을 공고했다.

그 결과 중소건설사인 A사가 공사 낙찰을 받았고, A사는 수자원공사와 2015년 3월부터 1년 간의 공사기간 그리고 약 50억원의 공사대금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업 시설공사에 대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맺은 지 약 5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이 사건 공사는 총 5번에 걸쳐 공사금액과 공사기간 등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 A사는 당시 계약을 맺은 직후 수자원공사 측에 제출한 착공계 내의 일정대로 공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 측은 이 사건 전체 공사 중 A사가 맡게 된 시설공사의 이전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A사 측이 착공계에 적시한 시점부터 공사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순차적 과정이 요구되는 건설공사에 있어 ‘선행공종’ 지연으로 인한 공사중단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대부분의 시행사들은 모든 공사 과정을 한곳의 건설사에게 맡기지 않고, 각 과정에 있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체들을 선별해 공사를 도급하게 된다.

그런데 앞선 작업을 시행하는 업체의 공사 즉 선행공종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의 업체들은 앞선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한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당연히 공사완료 예정일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며, 이에 따른 인건비와 기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A사는 당시 수자원공사로부터 “선행공종인 토공 정지작업의 지연으로, 선행공종 완료시점까지 시설공사를 일시중지할 것”이라는 취지의 통보를 받았다.

이후 수개월이 지난 2015년 8월, 수자원공사는 A사에 시설공사 재착수를 지시했다. A사는 수자원공사 측에 재착공계를 제출하고 곧바로 공사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A사는 겨우 공사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선행공종 지연 문제로 인해 착공계에 기재된 일정대로 공사를 끝낼 수 없어 공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A사는 이런 의향을 수자원공사 측에 알렸고 같은 해 10월 말이 돼서야 수자원공사로부터 공사 부지를 인수받아 겨우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공사부지가 확보돼야지만, A사도 공사현장에 인력과 장비, 자재를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당시 A사의 시설공사는 예정보다 반년이 지난 2016년 말에 완료됐고, 수자원공사는 5차례 공사변경에 따라 증액된 공사금액으로 A사 측에 50여억원이 아닌 약 53억의 준공금을 지급하게 됐다.

당시 A사가 받게 된 공사금액이 기존보다 약 3억원이 늘어났던 만큼, A사가 이득을 봤다는 목소리가 충분히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앞서 언급했던 대로 선행공종 지연으로 인한 공사중단으로 A사가 추가로 지출하게 된 인건비 그리고 다른 사업도 못한 채 공사재개를 막연히 기다려야만 했던 기회비용, 기타 비용을 고려해 본다면 3억원만으로는 오히려 손해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연합)
실제로 A사 측은 준공 뒤 자신들이 당시 선행공정이 완료되지 못한 탓에 무려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부득이하게 공사를 정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공사 발주처인 수자원공사에 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A사는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당시 공사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공사정지 기간이 60일을 초과한 2015년 5월 시점부터 공사중지를 해제해 착공에 들어간 2015년 10월까지의 산출된 손해 그리고 공사정지로 인해 발생한 추가비용 및 기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A사에 준공금 지급을 완료한 이상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당시 선행공종 지연에 따라 발생한 A사 측의 공사중단의 책임은 공사의 발주처인 수자원공사에 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공사중단으로 인한 준공기일 연기, 계약당사자인 A사가 입게 된 추가적 금전적 손해는 수자원공사가 지급한 준공금과는 별개로 구분해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수자원공사는 A사 측에 준공금과는 별도로 수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했다.

공사 중 부득이한 사정으로 선행공종 지연 및 이로 인한 공사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수자원공사의 사례가 국가 예산낭비로 이어졌다는 점, 다시 말해 수자원공사가 A사 측에 지급한 공사대금 증액 부분과 손해배상금이 국가 예산이었던 만큼 이는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지난 2016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용역 사업 취소와 중단에 따라 지출된 예산은 무려 1년 사이 140억원 이상의 규모였다.

당시 수자원공사 측은 공사에 대한 사전협의나 검토 미비가 주요원인으로 사업 진행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공사과정에서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인해 공사대금 상승과 하도급 업체와의 공사비 분쟁 및 이로 인한 예상낭비로 국정감사에서 자주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주목해 볼 점은 거의 매년 국회 등으로부터 용역중단 및 이에 따른 예산낭비에 관한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부분이다.

또 수자원공사가 공사비 예산 증액을 위한 별도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내부적 보고와 감사로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문제 역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지난해 10월 19일 대전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 하고 있다. (사진=연합)
일반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공사비 예산 증액 그리고 공사중단에 대한 구체적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자원공사 측은 쉽게 공개해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수자원공사는 선행공종 지연 문제가 과연 어떤 연유로 발생을 했고, 발주처로서 수자원공사 외에 해당 공사 단계에서의 시공사의 책임은 없었는지 그리고 과연 예산을 낭비하면서까지 수차례나 A사와의 계약변경을 했던 부분에 있어서도 바뀐 공사기간과 공사금액에 대한 판단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수자원공사는 답해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4대강 문건파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사업 용역중단과 예산낭비 축소 방안, 예산증액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절차 마련 문제에 대한 강한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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