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특허 청탁∙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무력화, 묵시적 청탁 조건 등 최종 공략

신동빈 회장, 뇌물공여 혐의 피고인 신문에서 “朴에 청탁 안 했다” 거듭 강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재취득, 청와대에 청탁할 필요 없었다”는 辛

안종범 업무수첩, 항소심 재판부 역시 유죄판결에 반영할까

묵시적 부정한 청탁 성립 위한 당사자 간 ‘공통인식’, ‘양해’

朴과 단독면담에서 ‘공통인식’ 없었다는 점 강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박근혜(66∙구속기소)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원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63∙구속기소)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신동빈 회장 측은 이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의 위법성을 밝혀내는데 크게 3가지에 집중해왔다. 이에 기존 판결을 뒤집는데 보다 한 발짝 다가섰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진행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제7차 공판에서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그 어떤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며 검찰 측 공소사실을 거듭 부정했다.

이날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은 기존 입장과 같이 지난 2016년 3월 14일 청와대 안가에서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 자리에서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청탁을 하지 않았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던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재취득을 위해 청와대가 힘써줄 것을 청탁했다고 명시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의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과 함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진행된 자신의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가진 경위에 대해 당시 논란이 됐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돼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롯데그룹 계열사 등에 대한 압박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비롯됐다고 인식, 박 전 대통령에게도 이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필요했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 2015년 7월경, 미르재단 설립을 앞두고 재벌그룹 회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을 제외시켰다.

또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17일 안종범(59∙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경제민주화 이슈가 제기되지 않도록 사전에 롯데 측에 국세청과 공정위, 금융위원회 등의 자료 요청에 응하게 하는 등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면담이 이뤄지기 직전인 2016년 3월 6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 논란이 일단락됐던 만큼, 당시 신 회장의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관련 이슈에 대한 사과내지 해명 등의 기회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날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라며 “대통령이 ‘아버님(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은 건강하신가, 어디에 주로 계신가’라고 물어서 저에 대한 마음이 풀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다소 불편했던 분위기를 걷어낸 뒤 비로소 평창동계올림픽과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 대한 롯데그룹의 지원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된 청탁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
이어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사건 뇌물혐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이야기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지원해달라고 말씀하셨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면담 말미에 스포츠 사업 지원을 요청받았던 것 같다”라고 증언했다.

특히 신 회장은 과거 자신의 한국 롯데그룹 입사 시절 호남석유화학에서 근무하면서 국제그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해 공중분해됐던 사례를 들며, 자신도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으로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된 항소심 심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과 관련된 판결의 위법성을 밝혀내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앞서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2015년 11월에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 심사에서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라도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된다”라며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롯데그룹에서는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득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관세청 관계자들을 접촉해서 월드타워 면세점과 관련된 롯데그룹의 애로사항,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등 전방위적 노력을 한 점도 인정된다”라고 판시했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이 이뤄지기 사흘 전인 3월 11일 신동빈 회장이 안종범 전 수석과 오찬을 하면서 면세점 재취득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고, 안 전 수석은 오찬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해 단독면담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과 면세점 특허 문제에 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관해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여러 차례 보고도 받고 지시를 하기도 했다”라며 “이런 과정에서 면세점 특허 취득 문제가 롯데그룹 핵심 현안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이 되며, 그런 상태에서 대통령은 단독면담 시 신동빈 피고인에게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지원을 요구했고, 신동빈 피고인의 경우에도 당시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확신할 수 없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은 항소심 과정에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재취득이 당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최대현안이었다는 1심 판결의 위법성을 강조했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과 관련된 롯데 내부 실무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기존 판결 내용을 뒤집는 데 주력했다.

사실 이는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이 1심 재판 과정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으로, 당시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단독면담이 이뤄지기 이전부터 이미 관세청 등에서는 월드타워 면세점을 비롯한 신규 면세점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롯데 면세점 내부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6년 3월 3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3개, 특허 대기업 2곳, 중소기업 1곳이라고 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롯데 측은 이미 신규특허 공고 정보를 알고 있었고, 추가 특허개수 역시 서울권에 4개나 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이 규모나 기존 평가 그리고 인지도에 있어 다시 탈락할 가능성은 극히 낮았고, 굳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할 필요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2일 이 사건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종범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관세청에 면세점 추가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해주며 신 회장 측의 주장을 사실상 뒷받침해 줬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은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단독면담이 이뤄지기 이전부터 관세청 등에서는 월드타워 면세점을 비롯한 신규 면세점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대통령에 굳이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청탁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
안 전 수석은 당시 재판에서 “(시내 면세점) 추가 결정은 모든 절차를 관세청에서 관리했고, 관세청에서 하는 일을 저는 개입하지 않는다”라며 “경제수석 부임 후 두 번 정도 면세점 관련 사항이 있었는데, 저는 철저히 배제됐으며 관세청이 독자적으로 했고, 면세점 취득과 관련해서 누구에게 부탁을 받거나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무엇보다 이 사건 1심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과 면세점 특허 문제에 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관해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여러 차례 보고도 받고 지시를 하기도 했다”라고 판시한 것과는 다르게, 안 전 수석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월드타워 면세점의 재취득을 챙겨보라는 지시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또 하나의 관건, 안종범 업무수첩

안종범 업무수첩은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된 다른 재판에서 검찰 또는 특검 측의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제시됐고, 일부 재판부는 이를 간접증거로 채택해 판결에 반영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도 단독면담이 이뤄졌던 2016년 3월 14일자 안종범 수첩에서 대통령(VIP) 말씀사항에 ‘5대거점’, ‘하남시’, ‘장기임대’, ‘시설’, ‘75억’, ‘K sports’라는 기재가 돼있었고, 안 전 수석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신동빈 회장과 단독면담 때 하남시 5대거점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한 점을 들어 사실상 수첩내용을 신 회장에 대한 유죄판결의 근거로 반영했다.

당연히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역시 이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떨어뜨리는 데 집중했다.

사실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논란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이 수첩의 기재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간의 단독면담 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안종범 전 수석이 독대가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신 회장과 나눈 이야기를 전달받아 적어놓은 ‘전문(傳聞)증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과 관련된 수첩 기재내용은 전문증거가 아닌 ‘재전문증거’라고 할 수 있다. 수첩 기재내용이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적었다면 전문증거, 제3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또 다시 전해 들어 적은 것이라면 재전문증거에 속한다.

형사재판에서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의 법정진술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10조 2항의 규정에 따라 ‘누구로부터 들은 이야기’ 즉, 전문진술이 증거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전문증거 또는 재전문증거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이에 대한 증거능력 부여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또는 아예 증거로서 배제를 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A라는 사람이 무면허 운전죄로 기소가 됐다. 그런데 A씨는 기소가 되기 전부터 운전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반면 수사기관에서는 B라는 사람이 경찰조사와 법정에서 밝힌 “내가 C라는 사람으로부터 ‘A가 차량을 운전하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는 발언을 증거로 삼아 A씨를 무면허 운전 혐의로 기소했다.

정리해 보자면, 면허가 없는 A가 운전하는 것을 C라는 사람이 목격을 했고, 이런 사실을 C로부터 들었다고 하는 B씨의 진술만을 토대로 “나는 운전하지 않았다”는 A씨를 기소시킨 상황이다.

이는 전형적인 전문증거의 한 사례로, 자신이 A씨라는 사람과 입장을 바꿔 본다면 ‘누구로부터 들었다’는 B씨의 진술에 증거능력 부여한 수사기관의 결정을 쉽게 납득할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물론 위의 사례에서 B씨의 진술은 원진술자 C씨의 말을 듣고 전달한 전문증거가 명백하지만, C씨가 A씨의 운전하는 것을 봤다고 B씨에게 말한 것 자체는 사실이다.

또 C씨가 B씨에게 한 말을 기초로 “C씨가 B씨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고, 정황상 C씨의 말에 일관성 및 신빙성이 있다”라는 간접사실들을 종합해 봤을 때, 무면허인 A씨가 운전을 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연합)
그렇다면 안종범 전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신동빈 회장과 독대자리에서 나눈 대화내용을 듣고 적은 ‘사실’은 명백하지만, 그 내용의 진실성과는 크게 관계없이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만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특히 안종범 수첩의 경우 그 기재 형식이 주어와 술어가 제대로 갖춰진 문장이 아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 핵심내용을 단어로 나열한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2016년 3월 14일자 대통령 말씀사항 중 ‘5대거점’, ‘하남시’ 등의 기재 내용이 롯데 또는 신동빈 회장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른 기재는 없었다.

무엇보다 안 전 수석은 다른 재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스크린을 통해 제시된 자신의 업무수첩을 보면서, 실제로 자신이 기재한 내용이 맞는지 기억이 불분명하다거나 누구에 대한 발언을 적은 것인지 특정하지 못하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 형사소송법 제313조 1항에 따라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 등은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나 서명, 날인 등이 있어야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안종범 수첩의 경우 신동빈 회장 등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진술을 기재한 경우에 해당한다. 때문에 이런 기재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수첩 내에 원진술자인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했다.

물론 원진술자가 법정에 나와서 해당 수첩의 기재내용을 확인한 뒤 자신이 말한 내용이 맞다며 진정성립을 마친 경우라면 수첩 기재내용에 증거능력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하면서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원진술자가 말한 대로 수첩에 기재가 됐는지 확인하지 못했고, 그가 대화전달 과정에서 생길 수 있었던 오류 그리고 독대 자리에서는 오고 가지 않았지만 전달과정에서 더해진 보충설명 등의 존재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에 안종범 수첩은 사실상 증거능력을 갖추기에 조건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辛 “묵시적 부정청탁의 조건, 관련자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나” 공략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뇌물 공여자와 수뢰자 사이의 ‘공통인식’과 ‘양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4월 14일 대법원 판결(2010도12313)에 따르면,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당사자(박근혜 전 대통령·신동빈 회장)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 1심 재판부 역시 선고 과정에서 이 부분에 淪?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묵시적 의사표시에 따른 두 사람의 공통인식과 양해가 있었다면, 박 전 대통령은 신 회장 및 롯데그룹의 당시 현안이 각각 무엇인지 인지를 하고 있어야 했다.

이어 대통령 자신이 신 회장의 현안에 대해 단순히 막연한 기대가 아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언제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현안에 대한 두 사람들의 공통인식과 양해가 있어야만 한다. (사진=연합)
물론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이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더라도, 동시에 신 회장이 “대통령이 나와 롯데그룹의 월드타워 면세점 재취득 현안을 해결해 주기 위해 어떻게 그리고 언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이를 위해 대통령이 부탁하는 자금을 지원해야지”라는 공통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단지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런 당사자들 간의 공통인식과 양해에 대해 안종범 전 수석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안종범 전 수석이 신동빈 회장과의 오찬에서 면세점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고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면세점 이야기를 전달해 단독면담이 성사된 만큼,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두 사람이 면세점 현안에 대한 공통적 인식과 양해를 가진 채 단독면담이 이뤄졌다는 논리였다.

이에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은 타인의 진술만으로는 묵시적 부정한 청탁의 공통인식과 양해가 존재했다는 점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이 각각 K스포츠재단 70억원 지원과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재취득이 상대방의 현안이자 요구사항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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