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발굴 신청 거절돼…회사 의문투성이, “투자자들 주의해야” 조언

드미트리돈스코이호 잠수로봇 탐사 현장촬영 사진

150조원대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이 20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돈스코이호 발굴승인을 신청했지만 무산됐다. 회사 측이 ‘매장물 발굴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발굴 보증금조차 내지 않아 거절된 것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수산청의 요구사항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보완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1차로 인양발굴 작업을 원할 시, 인양신청은 실제 철갑(고철)무게 약 4000톤의 비용을 기준으로 침몰된 선체를 인양해야 하며, 2차로 인양 단계에서 금화가 발견되면 인양작업을 즉시 중지하고 추가로 별도규정에 의거 ‘이종물건 발굴승인신청서’를 제출하고 관련 비용을 납부 후 재승인 절차를 밟기로 한다.

둘째, 발굴 승인신청서 제출시 보증서 제출은 1차 인양 이행보증서 제출과 2차 인양보증서 제출로 나뉘는데, 1차 인양보증서는 총작업비용에 대한 보증서제출과 선체의 철갑(고철)가격 12억 원의 10%에 대한 보증서 두 가지를 제출하기로 한다. 또한, 인양 단계에서 금화가 발견되면 금화가치에 대한 10% 금액의 보증서를 제출하기로 한다.

위 권고사항에 대해 신일그룹은 전적으로 동의하며 즉시 관련비용과 이행보증서를 동시에 납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일그룹이 공언한 사실은 지켜지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신일그룹의 발굴신청을 거절한 것에 대해 “신일그룹이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돈스코이호 발굴을 위한 매장물 발굴 승인신청을 했지만 서류미비로 보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제출된 서류는 △매장물 위치 도면 △작업계획서 △인양 소요경비에 대한 이행보증 보험증권(또는 재정보증서) 등이다.

신일그룹은 특히 발굴 승인을 위해 필요한 보증금(추산가액의 10%)을 내지 않았다. 포항지방해양청 관계자는 “신일그룹이 (당초 주장했던) 금괴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돈스코이호의 가치를 12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추산가치의 10%인 보증금 1억2000만원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일그룹은 신생회사...수십조원 금괴 소문 미심쩍어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당초 돈스코이호에 현재 가치로 약 150조원에 해당하는 금화와 금괴가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돈스코이호는 113년 전인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가 일본군의 공격으로 배를 빼앗길 위기에 닥치자 침몰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일그룹의 실체와 수십조원의 금괴 소문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신일그룹은 지난 6월 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회사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1957년 설립된 신일토건사를 전신으로 하며, 1980년 신일건업으로 상호를 바꿨고 2016년 싱가포르 신일그룹에 인수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브랜드 신일유토빌로 유명한 신일건업은 2015년 12월 법인등기부등본상으로 파산했고, 지난해 2월 폐업처리됐다. 때문에 현재의 신일그룹은 신일건업의 일부 사업 부문 혹은 외양만 인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신일유토빌그룹은 앞서 2001년, 돈스코이호 발굴 소식에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상장폐지된 적이 있다. 일각에선 신일그룹은 신일유토빌그룹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주장도 한다.

‘돈스코이호=보물선’이라는 주장(소문)에 대해서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돈스코이호 발굴과 관련해 금괴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신일그룹 주장대로 150조원 규모라면 현 시세로 3330톤에 이르는데, 이는 현재 독일이 보유 중인 금괴 보유량과 맞먹는 것으로 이 정도 규모를 군함에 실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설령 금괴가 사실이라고 해도 러시아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을 리 없어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신일그룹의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발굴 비용도 문제다. 신일그룹 측 주장대로 매장물 추정가액이 150조원이라면 15조원을 발굴 보증금으로 미리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신일그룹 재정상 그러한 거액의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신일그룹이 2001년 때 주가 상승을 노리고 보물선 발굴을 선전한 것처럼 계열사인 신일골드코인을 특별 판매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곽호성 기자 lu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