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진실게임… MB-李, 청와대 만남 있었나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MB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 핵심 인물

MB 측 “자신과 관련 없는 김석한 변호사의 ‘사기극’” 주장

檢 주목하는 MB-이학수 전 부회장의 청와대 만남

당사자들 주장 2:2로 엇갈리며 치열한 진실게임 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이명박(76∙구속기소)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혐의 중 하나인 삼성의 ㈜다스(DAS) 미국 소송비 대납 부분을 두고 치열한 진실게임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당시 대납을 주도한 삼성 측 관계자로 알려진 이학수(72)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 청와대에 방문해 이 전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고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에 대한 두 사람 간의 공통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이학수 전 부회장의 청와대 출입은 없었고, 검찰이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 역시 상식과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지난 2007년 9월에서 10월께 미국 로펌인 에이킨검프(Akin Gump)의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과 관련된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시 김석한 변호사가 이학수 전 부회장을 찾아와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를 돕고 있고 에이킨검프에서 이 전 대통령의 중요 인사 접촉과 미국 내 소송 등 법률지원 활동을 대행하게 됐다며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학수 전 부회장은 김석한 변호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통해 삼성이 직면하고 있던 현안이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면 등 여러 측면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난 2007년 10월 삼성전자는 매월 미화 12만 5000달러(한화 약 1억 3500만원)를 에이킨검프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 다음 달인 11월 19일부터 컨설팅 비용에 대한 계좌 송금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3월에서 4월경, 이 전 대통령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에이킨검프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자금을 계속 제공받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학수 전 부회장과 직접 청와대에서 만나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의견의 일치를 이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지난 2008년 4월 이학수 전 부회장이 ‘보안손님’으로 관용차를 통해 청와대에 출입했다고 공통되게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사진=연합)
다만 이 전 부회장이 당시 보안손님으로 출입했던 만큼 출입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은 2008년 4월 당시 이 전 부회장의 청와대 출입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검찰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있어 김백준 전 기획관 등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이학수 전 부회장을 당시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만나 2층 소접견실로 데리고 가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줬다며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은 김석한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을 내세워 삼성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하나의 사기극이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학수 전 부회장과 청와대에서 만났다는 검찰 측 주장은 매우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 등이 이학수 전 부회장을 데리고 갔다고 주장한 청와대 본관 2층 소접견실은 2010년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뒤에야 사용하기 시작했다면서 해당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학수 전 부회장의 청와대 면담 부분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며 논쟁의 여지를 키우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에 의하면, 이학수 전 부회장은 당시 보안손님으로 분류돼 청와대 외부에서 관용차를 타고 들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희중 전 실장도 검찰 조사에서 “당시 총무비서관이 관용차를 보내서 (보안손님이) 들어오게 되면 출입기록은 남지 않고 들어오는 게 가능하다”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학수 전 부회장은 자신이 당시 청와대에 출입한 적이 없으며, 이 전 대통령과 만난 적이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강훈 변호사는 당시 청와대 보안손님의 경우, 청와대 공무원이 외부에서 그를 맞이한 뒤 함께 관용차를 타고 들어와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백준 전 기획관이나 김희중 전 실장이 당시 보안손님인 이학수 전 부회장의 청와대 방문에 대한 안내를 담당했다면, 이중 한 사람이 청와대 외부에서 이 전 부회장과 만나 청와대 관용차를 함께 타고 내부로 들어왔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강훈 변호사. (사진=연합)
이 전 부회장 혼자서 외부에서 관용차를 타고 보안손님으로 들어오는 것은 당시 청와대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당시 보안손님의 출입이라고 할지라도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갈 차량이라면 경호실에서는 이미 연락을 받고 본관 출입 사실에 대한 기록을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청와대를 들어가려면 청와대 위민관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출입기록을 남긴다”라며 “차량이 들어갈 때 경호팀에서는 무슨 차인지 그리고 누가 타고 있는지를 전부 검사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에도 제시돼 있듯이 청와대에 있는 모든 문에 출입기록이 표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학수 전 부회장이 대통령 관저도 아닌 본관에 출입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가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실장의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이 매우 구체적인 만큼, 검찰은 당시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이 청와대에서 만난 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김백준(왼쪽)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사진=연합)
무엇보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청와대 본관) 소접견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고, 이학수 부회장이 대통령에 ‘건강하시라, 앞으로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라고 진술했다.

‘만났다’라는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실장 그리고 ‘안 만났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학수 전 부회장. 2:2의 팽팽한 진실게임은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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