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ㆍ일감 보장’으로 유혹해 ‘적자 수렁’ 방치

일감 알선을 명목으로 계약한 '화물차 분양'. 화물차 기사들은 '화물차 할부' 빚더미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현빈 기자

물류회사들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과장 광고로 화물차 기사들을 현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화물차 기사들은 물류회사의 말만 믿고 화물 운송업에 뛰어들었다가 적자 운영의 늪에 빠지는 낭패를 당하고 있다.

화물차 기사들에게 안정적인 ‘일감’ 받기는 매우 중요하다. 화물 운송량은 한정돼 있고 운송 주문을 받으려는 기사들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화물차 기사들이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고 주문을 받고자 한다.

그런데 일부 물류회사들이 기사들과 계약할 때 화물차를 끼워 파는 수법으로 이익을 낸다는 제보가 많다. 중고 시세 2000만~3000만 원대의 차를 총 비용 7000만~8000만 원에 판다는 것이다. 화물차 기사들은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일감을 받기 위해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일감 제공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계약으로 화물차 기사들은 월 200만원에 가까운 화물차 할부 압박에 시달린다. 일감 부족으로 흑자는커녕 적자 운영만 하는 셈이다. 과거부터 이런 피해 사례가 많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병구씨(60세, 가명)는 2016년 7월 28일 운수법인 A물류와 화물 계약을 맺었다. 사업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계획했던 이병구씨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A물류의 광고를 그대로 믿었다. A물류는 이씨의 거주지 부근으로 일감을 준다며 화물차를 끼워 팔았다. A물류에서 화물차를 할부로 사야만 안정적인 일감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A물류는 자사가 제공하는 일감만 성실하게 처리하면 한 달에 약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한 달에 차량 할부금 190만원, 유류비 310만원, 도로이용료 40만원, 지입료 25만원, 보험료 25만원, 식사비 30만원, 자동차 유지비 50만원 등을 합쳐 총 비용 500만원 정도를 제해도 한 달 순수익이 400만~5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60세의 이씨에게 그 정도 수익 보장은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그는 결국 2009년식 4.5톤 중고차를 영업용 번호판까지 포함하여 7300만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A물류는 이씨에게 계약대로 일감을 주지 않았다. 이씨가 사는 부근으로는 단 한 건도 일감을 주지 않았다. A물류는 공차(물건을 싣지 않은 빈 차)거리가 긴 곳으로 일감을 주거나 ‘일감 알선 어플’을 깔아서 직접 일거리를 찾으라고 했다. 이씨는 일감을 구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그는 “많은 웃돈을 주고 화물차를 끼고 계약한 것은 안정적인 일감 약속 때문이었다”며 “직접 일감을 찾아야 했다면 결코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차량 할부금인 190만원을 갚기도 버거운 상황이 됐고, 그 외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매달 적자 운영을 하게 됐다. 수 차례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경기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들었으니 어쩌겠나. 수익이 안 나면 차를 중고차 시장에 팔고 정리해라”는 답변이었다.

이씨는 화물차 기사를 계속하다가는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고, 올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화물차를 중고차 시장에 되판 가격은 1300만원이었다. 매달 적자 운영까지 감안하면 총 피해금액은 6000만 원 이상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정모씨도 화물차를 정리하면서 수천만 원의 빚더미에 앉았다. 그는 “매달 불어나는 적자 때문에 화물차 운행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는 김모씨도 “아무리 화물차 운영을 해도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며 “현재는 제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A물류는 아직도 일감 알선을 명목으로 ‘월 매출 1000만 원’으로 광고하고 있다.

화물 운송 업계의 구조는 이렇다. 화물차 기사는 안정적인 일감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물류회사는 제조업체와의 화물 운송 계약 건을 화물 기사들에게 주는 것이다. 그 조건으로 중고 화물차를 아주 비싸게 판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감 공급은 보통 허구이거나 공급량이 매우 적다. 게다가 일감 알선 어플을 통해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화물차 기사들은 영업용 번호판을 달 수 없기 때문에 운수회사에서 비싸게 빌려온다. 여러모로 들어갈 비용이 많은 것이다. 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비싼 일감을 꾸준하게 제공받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일감 알선 업체는 보통 5~10%의 수수료를 떼어간다. 수익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일감 알선 관련 사기죄 성립도 어렵다. A물류는 이미 일감을 몇 차례 알선했고, 경기상황에 따라 일감 제공이 유동적인 점도 인정되기 때문이다. B운수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도 과거 화물차 분양 경험이 있는 피해자다. 그는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물류회사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기를 입증해 피해를 보상받으려 했지만 굉장히 어려웠다”며 “이길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도하는 것을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물류회사들이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물류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광고 중이다. 월 최소 수익 400만원을 내세우며 화물차 기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과는 달리 ‘배차, 급여, 행정까지 일괄 처리하는 운수회사’, ‘모든 경비 제외 후 월 수입 400만원’이라는 광고 문구가 있다. 왕복 운행 한 달 만근 시 900만 원대 매출이라는 글귀와 함께 ‘차량 없을 시 본사 차량 인수 가능’이라는 문구가 빨간색으로 강조돼 있다. 사실 확인을 해봤다. 혹여 추후에 일감을 받지 못하게 될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거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화물차 할부금이 상당한데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면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 ‘확실한 수익 보장을 어떻게 믿느냐’는 민감한 질문에는 “그렇게 걱정된다면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대답했다.

화물차를 분양받아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로 일감을 계속 받을 수 있느냐다. 화물 물량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물류회사와 관련 없는 어플을 통한 배차인지 직접 계약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정상적인 물량을 확보한 곳은 물량을 인도하는 기업과 해당 물류회사 간의 ‘화물운송계약서’가 있어야 한다.

배차실 운영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배차실을 허위로 구성하고 관련 없는 직원들이 상주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물차만 분양하고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물류회사가 적지 않기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물차 분양 빚’만 떠안을 수 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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