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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의 사례로 본 ‘부수적 채무 불이행’ 논란

의무 아니었지만 고객보호 고려에 아쉬움

여행자 A씨, 이란 여행 이력에 미국 출국 거부당해 투어일정 무산

하나투어, A씨에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 설명하지 않아

여행일정 무산된 A씨, 하나투어에 설명의무 불이행 따른 투어대금 반환 소송 제기

법원 “A씨, 하나투어에 사증 발급 관련 서비스 신청 및 대금 지불 하지 않아”

하나투어 승소로 마무리 된 사건… “의무 아니었지만 ‘부수적 채무’ 볼 수 없나” 아쉬움 여전
  • ‘의무는 아니더라도 부수적 채무로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하나투어 측의 대처가 의문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진=연합)
여행자가 하나투어에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투어 계약 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한 여행사 측의 설명의무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며 양측의 갈등이 마무리 됐다. 다만 ‘의무는 아니더라도 부수적 채무로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하나투어 측의 대처와 법원의 판단에 여전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여름, A씨 부부는 자녀들과 함께 미국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웠다. A씨는 국내 여행사의 미국 투어상품을 꼼꼼히 살펴본 뒤 하나투어의 8박 10일 일정의 미국 여행상품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하나투어 측에 해당 여행계약에 따른 대금 3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A씨 가족은 이 투어가 향후 자신들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보지도 못한 채 출국을 거부당하는 악몽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악몽의 발단은 A씨가 하나투어 직원과 나눈 한통의 전화 상담이었다.

A씨는 여행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하나투어 직원과 여행상품에 관련된 전화 상담을 나누던 중, 미국 입국을 위한 비자(VISA)를 신청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하나투어 상담직원은 A씨 부부와 막내 자녀의 경우 지난 2015년 초 발급받은 ESTA(전자여행허가)의 유효기간이 2년이므로 새로 발급받을 필요가 없으며, 나머지 자녀들의 경우 ESTA를 새롭게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비자 면제 국가에 포함돼 한국여권을 소지한 여행자들은 비자가 없이도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 단지 미국은 비자 면제국 여행자들의 사전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ESTA를 신청해 발급받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당시 A씨의 문의에 대한 하나투어 직원의 답변에는 전혀 문제는 없었고, A씨 측 역시 ESTA에 대한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은 채 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렇게 A씨 부부는 막내 자녀를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의 ESTA를 발급받았고, 가족 전원이 투어 일정에 맞춰 공항에 갔지만 출국을 거부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고 말았다.

당시 공항 관계자들은 A씨 측에 ‘이란 방문 이력’으로 인해 출국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A씨 부부는 지난 2015년 말 이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달 미국이 테러리스트 여행 방지 법안 등에 따라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을 개정하면서 2011년 3월 이후 이란과 이라크, 수단, 시리아 등의 국가를 여행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ESTA만으로 미국의 입국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당시 A씨 부부의 경우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B-1비자나 B-2비자 등 별도의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하나투어 직원의 전화 상담을 통해 전달받은 내용에 의지한 채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A씨 가족들은 결국 자신들이 타고 있어야 할 미국행 비행기가 하늘 높이 떠나가는 장면을 허무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신세가 돼 버렸다.

이어 곧바로 A씨 측은 하나투어에 전화로 사정을 설명하며 해당 여행계약의 해지를 신청 했다.

하나투어 측은 국외여행 약관 중 여행출발 전 계약해지 규정상 여행 당일 통보 시 ‘여행요금의 50%만을 배상’한다는 내용에 따라, 기존에 A씨 측으로부터 받은 선급금 3000여만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반환했다.

A씨는 하나투어 전화 상담 직원이 설명해 준대로 ESTA는 나머지 자녀들만 발급받으면 된다는 말에 따랐다. 그러나 A씨 측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했을 수 있는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하나투어 측이 언급해 주지 않았고, 이로 인해 당시 출국을 거부당하기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A씨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해 전화 상담 때 알려주지 않은 하나투어 직원의 과실로 여행계획이 무산돼 계약을 해지하고 말았고, 기존에 지불했던 선급금 그리고 정신적 손해배상을 위한 위자료 등을 하나투어에서 지급해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투어 과실 없었지만, ‘부수적 채무 불이행’에 대한 아쉬움

이 사건의 재판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0부는 최근 A씨 측 주장을 기각하며 하나투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을 ‘이란을 방문한 사람이 ESTA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ESTA만으로 미국 입국이 불가능하며 새롭게 비자를 받아야만 한다’라는 점을 하나투어 측에서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로 압축했다.

재판부는 여행사가 고객으로부터 수속대행료를 받고 비자 발급 등의 절차를 대행해 나간다는 약정을 할 수 있지만, A씨 측이 당시 하나투어에 지급하기로 한 대금 중에는 비자 발급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당시 A씨 가족에게 있어 미국 입국을 위한 비자 또는 ESTA 발급 등의 절차는 여행자인 A씨 가족 스스로 준비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해외여행의 상식적 측면에서도 유효한 여권과 비자 또는 ESTA의 발급 등은 여행자가 1차적으로 챙겨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때문에 재판부는 당시 하나투어 측에는 앞서 언급한 설명의무 관련 내용들에게 대해 A씨 측에 의무적으로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 가족은 하나투어를 상대로 제기했던 선급금 3000여만원과 정신적 손해배상금 등 어느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만큼 이 사건에 있어 하나투어 측의 과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판결 내용대로 A씨 가족이 당시 하나투어 측에 비자나 ESTA 등의 발급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에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하나투어의 설명의무가 없었던 것은 명백했다.
  • 재판부는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하나투어 측의 부수적 채무로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A씨가 여행계약 해지를 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사진은 이 사건 재판의 심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한민철 기자)
하나투어의 국외여행 약관에도 고객이 신청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 여행사 측이 설명의무를 진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다만 A씨가 하나투어 직원과 전화상담 도중 비자와 ESTA 발급에 대해 문의를 하는 과정에서,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관해 첨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리해 보자면 관련 사항에 대해 여행사 측의 설명의무는 없었다고 할지라도, 부수적 채무로서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과 관련된 부분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하나투어의 국외여행 약관 2조에서는 여행사의 의무로서 ‘여행자에게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여행알선 및 안내ㆍ운송ㆍ숙박 등 여행계획의 수립 및 실행과정에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여행자에게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다는 여행사의 의무를 광의적으로 해석했을 때, 반드시 설명해야 할 의무가 없었더라도 고객이 쉽게 착오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부수적 채무로서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 사건 재판부는 당시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하나투어 측의 부수적 채무로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여행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대법원이 지난 2005년 11월 25일 선고한 판례(사건번호 2005다53705)를 인용했다. 해당 대법원 판례의 요지에는 ‘민법 제544조에 의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고, 채권자가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여야 한다’라고 판시돼 있다.

그런데 당시 A씨가 하나투어 직원과의 전화 상담에서 개정된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즉 2011년 이후 이란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ESTA만으로 미국 입국이 불가능하며 별도의 여행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면, 비자발급 기간을 고려했을 때 당시 여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A씨 가족의 입장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은 하나투어와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의 주된 사항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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