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혐의’ 이시형에 기소 보류 해제하나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아들 이시형씨.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이명박(76∙구속기소) 전 대통령에 대한 결심공판까지 마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검찰이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 및 기소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 측이 이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혐의의 유죄를 확신하면서, 이 부분 혐의에 밀접히 연관된 이시형씨에 대해 ‘보류 중인 기소 카드’를 꺼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다스 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 그리고 벌금 150억원, 추징금 약 111억 4131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됐음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라며 “그 결과 피고인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범죄로 구속된 역대 네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돼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라고 밝혔다.

이날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DAS)의 실소유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한 채, 349억원에 달하는 다스 법인 자금을 비자금으로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관련된 도곡동 땅 문제 그리고 비비케이(BBK) 의혹 등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국민을 기만하며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청와대 참모 등 공무원들에게 다스의 미국 소송을 지원하도록 한 점 그리고 국정원 자금을 상납 받음으로써 국정원을 사적 활동 기관으로 전락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며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가장 광범위한 권한 가지고 있으므로 그 누구보다도 국민 전체를 위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사익 추구를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국가 권력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및 삼성 핵심 임원들의 특별 사면, 금산분리법 개정 등을 대가로 삼성그룹으로부터 약 68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점 그리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약 22억원을 받은 혐의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유형의 부패 사건’으로 표현되며 양형사유에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반성이 없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모든 책임을 공범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런 태도로 진솔한 사과와 해명을 원했던 국민들이 더 깊은 좌절과 실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사건을 사실상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재판부가 여론에 흔들림 없는 판결을 내려주길 호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편을 나눠 정권을 쟁취하고자 하는 정치의 입장에서는 차지한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반대세력을 제거하고자 하는 유혹도 있지만, 이런 유혹을 방치하는 경우 독재국가가 되거나 내란으로 인해 분단국가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라며 “여론의 비난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법률에 기반해 적법한 증거조사에 의해 제출된 엄격한 증거에 의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까지 공소사실이 입증되었는지를 따지는 일은 사법부만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도 최후진술을 통해 “부정부패, 정경유착, 그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라며 억울함을 밝혔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통해 비교적 장시간 동안 해명한 부분은 바로 다스와 관련된 공소사실이었다.

사실 다스 관련 공소사실은 업무상 횡령과 조세 포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뇌물수수 등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구형량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미 검찰 측이 공소장에도 적시했듯이 만약 다스 관련된 도곡동 땅과 다스 지분 소유, BBK 주가조작 문제가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 17대 대통령 당선 무효의 사유였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은 최소한 재판부로부터 다스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판단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에게는 다스 혐의에 대한 결과가 아들 이시형씨에게 까지 불똥이 튈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반드시 강하게 다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시형씨는 지난 2월 25일과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지 약 열흘 후인 지난 4월 3일, 다스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의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이시형씨가 75%의 지분을 보유한 다스의 협력업체 에스엠과 에스엠의 자회사인 자동차 부품업체 다온을 다스의 관계사들이 불법적으로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다스가 다온에 지난 2016년부터 108억원을 빌려주고 납품단가를 15%나 인상해준 점 그리고 다스의 관계사 금강이 2016년 말 다온에 16억여원을 대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가담한 ‘MB 자산관리인’ 이영배 금강 대표와 ‘MB 금고지기’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기소했다.

이영배(위) 금강 대표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사진=연합)

당시 검찰은 이시형씨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지분 80%를 차명으로 보유한 현재 실소유주로 보고, 그를 이영배 대표와 이병모 사무국장과 공범으로 둔 채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준비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으로 시간상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이시형씨에 대해 기소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이시형씨에 대한 기소를 보류한 것일 뿐, 지난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 때처럼 불기소 처분을 내리지는 않은 상태다.

다시 말해 검찰 측이 이시형씨를 이 전 대통령과 같이 기소해 재판까지 진행할 시간이 부족했을 뿐, 그에 대한 수사와 기소 의지를 완전히 꺾은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였다.

이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을 내리며 한숨 돌린 검찰 측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이후의 시점에서 이시형씨에 대한 기소를 위해 추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시형씨에 대한 다스 관련 의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더욱 명확해 졌다. 특히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이시형씨의 개인적 용도로도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합리적 증거와 증언들을 확보한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은 다스 대표의 아들인 이동형 다스 총괄부사장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지난 2013년 이시형씨가 자신을 찾아와 도곡동 땅을 판 돈이 든 통장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가 6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이 끝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동형 부사장은 다스에서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입금된 계좌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자금을 달라는 요청을 하면 이를 송금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형 부사장은 이시형씨의 부탁을 거절했지만, 얼마 뒤 시형씨가 다시 찾아와 “아버님(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억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이동형 부사장은 이상은 전 대표의 명의로 된 새로운 통장과 체크카드를 발급했고, 이 통장에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10억원을 입금해 이시형씨에게 통장과 체크카드를 모두 건넸다.

그런데 이후 이동형 부사장이 뒤늦게 확인한 이 통장에는 100만원, 500만원 단위의 현금과 자기앞수표가 출금된 거래내역이 기재돼 있었다.

이시형씨는 기존 10억원에서 이상은 전 대표의 다스 배당금 4억 7000만원까지 입금된 금액에서 전세보증금 5억원, 자신이 설립한 법인 투자비 2억 5000만원, 결혼식 비용 5400만원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 (사진=연합)

검찰은 이미 이시형씨가 건네받았다는 도곡동 땅 매각대금 10억원이 들어있던 계좌에 대한 수사를 거쳐 관련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검찰 측은 당시 이시형씨가 도곡동 땅 매각대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을 재판부가 사실로 결론을 낸다면, 시형씨의 다스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 및 기소 역시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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