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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라이프생명, 피보험자 ‘고의 사망’ 입증 못한 채 보험금 지급 거부

스스로 목숨 끊으면 무조건 고의인가(?)… 부족한 판단한 메트라이프
  • 사망한 피보험자에 제대로 된 입증도 없이 ‘고의적’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의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안타깝게 사망한 피보험자에 대해 ‘고의적’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의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법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유서 등의 객관적 자료 그리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명백한 정황 등을 주요 기준으로 두고 있지만, 메트라이프 측은 이를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한 채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 표준약관 및 상법 제659조에 따라 보험회사(보험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쳤는지 여부를 입증할 책임은 보험사에 있는데, 그 입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보험사들은 판단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피보험자가 단순히 스스로에 상처를 입히는 등의 자해를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피보험자가 생존해 있는 만큼 직접적인 조사를 할 수 있고, 단순히 상처를 입히는 수준의 자해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보험사 측이 이 경우에 대한 피보험자의 고의성 여부를 입증해 내기는 보다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피보험자가 단순히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것이 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라면 보험사 측은 고의성 입증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면 고의적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지만, 자동차 주행 중 운전이 미숙해 사고를 일으키거나 먹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음식을 실수로 잘못 먹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모두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면책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망자(亡者)는 말이 없어 피보험자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불가능한 만큼, 그의 죽음의 고의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합리적 추론에 강하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는 그의 행위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하기 더욱 복잡해지며, 보험사 측의 판단이 피보험자 측의 그것이 엇나가기 쉽다.

이는 ‘고의로 사망했다’라고 판단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 측과 ‘고의로 사망하지 않았다’라며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피보험자 측 보험수익자 사이에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대법원은 이런 분쟁에 있어 보험사들이 피보험자의 고의성 입증을 위해 숙지해야 할 점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내놨다.

지난 2006년 4월 14일 선고된 대법원 판례(사건번호 2005나70540)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보험사들은 피보험자가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만 보험금 지급에 대한 면책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된 내용의 유서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주변인들에게 보인 자살을 암시하는 언행 등 누가 보더라도 피보험자가 고의로 스스로의 유명을 달리한 것이 명백할 정도의 증거로 입증해내지 못한다면, 보험사 측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면책은 불가능 하다는 의미다.

대법원의 해당 판례는 보험사와 피보험자 측 사이의 보험금 지급 관련 법적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도 반영됐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의 목숨을 끊어 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다는 한 손해보험사와 고의적인 자살이 아니니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피보험자 측 보험수익자 간의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보험수익자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피보험자의 사망 당시 현장을 비춰봤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가 전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자는 말을 했다는 점 그리고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고의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처럼 보험사 측이 피보험자가 고의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례대로 추론이 아닌 유서 등의 객관적 물증을 우선으로 그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 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을 철저하게 숙지하지 못해 피보험자가 고의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 피보험자 측과 여전히 법적분쟁을 일으키는 보험사들도 있다.

  •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행위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더욱 복잡해지며,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보험사와 피보험자 측 사이의 갈등이 생기기 쉽다. (사진=연합)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통해 밝혀진 미국계 생명보험사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이하 메트라이프)의 사례가 그랬다.

대법원의 판례처럼 객관적인 물증 등을 통한 누구나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명백한 정황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채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물론 법원은 메트라이프 측의 판단과는 다르게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맞지만 고의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 면책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심할 수 없을 정도의 명백한 정황사실 입증 못한 메트라이프

남성 A씨는 지난 2015년 말 메트라이프의 한 종신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피보험자인 A씨가 60세 이전에 사망하면 그의 법정 상속인이자 자녀인 B씨가 사망보험금으로 1억 50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특약을 담고 있었다.

지난해 중순 A씨는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A씨는 B씨를 통해 자택에서 이미 사망한 채 발견됐고, 경찰 조사 결과 급성 농약에 중독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사망한지 약 5개월 뒤 B씨는 A씨가 가입한 메트라이프의 종신보험상품에 따른 보험수익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메트라이프 측에 1억 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약 한 달 뒤 메트라이프 측은 A씨의 사망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결국 B씨는 메트라이프 측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고, 이 사건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일 B씨 측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 사건 재판부는 A씨의 사망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따져보며 “고의적 사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사망 당시 A씨는 수년 전 이혼한 뒤 일용직 일을 전전하며 수천만원의 개인 채무를 지고 있었다.

또 그는 사망 당일 평소 전화를 자주 하지 않았던 전처에게 안부전화를 했고, 사망 현장에서 고독성 농약이 들어있는 주스병이 발견됐다.

특히 당시 A씨의 사망 현장을 조사했던 수사기관 역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을 낸 채 내사 종결한 만큼, 재판부 역시 A씨가 금전적 문제로 힘들어하다가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맞다고 할지라도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명백한 증거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고의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자살 기도 전력이나 죽기 직전 주변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 등의 직·간접적 위험신호를 하거나, 가족 또는 친구 등에게 유서를 남긴다”라며 “금전적 채무와 같은 이유만으로 A씨가 고의로 목숨을 끊었을 동기나 이유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그 원인이나 징후, 유서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재판 과정을 통해 드러난 바에 따르면, “고의로 A씨가 목숨을 끊었다”라는 메트라이프 측의 주장을 반박할만한 합리적인 정황이 여러 가지 밝혀졌다.

우선 A씨에 대한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그의 혈액에서 발견된 고독성 농약의 농도는 0.55㎎/L으로, 일반적으로 해당 농약 성분에 의해 사망한 경우 인체 내 혈액에서의 농도는 0.5~34.0㎎/L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A씨 체내에 들어갔던 농약의 농도는 치사량을 겨우 넘는 정도였다. 특히 그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 직전에 지인에게 전화해 “음료수를 마셨는데 농약 냄새가 난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A씨가 고의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닌, 주스병에 담겨 있던 농약을 주스로 착각해 마셔서 사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만약 그가 고의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면 소량의 농약을 섭취하지는 않았을 것이었고, 농약을 병째로 마시지 않은 채 주스병에 따라서 마셨다는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는 설명이었다.특히 A씨는 사망 당일 오전에 친척들과 휴가를 떠나기 위한 숙박업체를 알아보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무리 그날 평소에 전화를 하지 않던 전처에게 연락을 했을지라도, 고의로 생을 마감하기로 한 사람이 휴가 계획을 위해 숙박업체를 알아보는 것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사진=연합)
재판부는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준비한 흔적이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A씨의 사망이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고의적으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됐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라고 밝혔다.

결국 메트라이프 측은 A씨에 대한 사망보험금 1억 5000만원을 B씨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B씨는 법적으로 자신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음에도, 아버지의 안타까운 사망을 고의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던 메트라이프로 인해 두번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보험사들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보험소비자들 역시 피보험자의 사망에 대한 고의성 여부에 대해 우리 법원이 어떤 기준을 두고 판단하고 있는지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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