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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이혼 재산분할을 사해행위로 몰고 간 부당한 사연

카드대금 연체했다고, 이혼 아픔에 ‘사해행위 굴레’ 씌우다니…
  •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롯데카드(대표 김창권)가 한 카드 이용자의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신용카드 연체대금 납부를 회피하기 위한 사해행위라고 의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었던 이들은 롯데카드 측의 소송으로 인해 사해행위를 저지른 불법행위자 취급을 받는 신세가 되면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사해(詐害)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채무상환을 지연 또는 축소시킬 목적으로 자산을 숨기거나 타인의 명의로 바꾸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채무자가 실제로는 채권자에 빚을 갚을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지인에게 넘기는 등의 방법이다.

이 사해행위는 민법상 채권과 채무 조항에 대한 불법행위로, 민법 제406조에서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害)함을 인지하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 채권자는 그 행위에 대한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악의적 목적에서 이뤄진 사해행위에 대해 취소할 수 있는 법률상 권리가 채권자에게 주어져 있다는 의미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상환을 회피할 목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지인에게 몰래 증여하거나 매도한다면, 채권자는 해당 재산을 증여받은 지인 즉 사해행위로 인한 수익자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채권변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제3자에게 정상적 증여 또는 매도했음에도, 채권자가 이를 사해행위로 몰아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회피할 ‘악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판단이 추상적이며 채권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의 착오로 채무자뿐만 아니라 선의의 수익자인 제3자마저 사해행위의 공범으로 오해받게 되거나, 자칫하면 수익자인 제3자와 채권자 간의 불편한 법적 분쟁 등의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

애꿎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사해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채권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근 밝혀진 롯데카드의 사례는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주장하면서 이와 관련된 입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실상 선의의 수익자를 악의의 사해행위 공범으로 취급해 버린 최악의 경우였다.

롯데카드는 자사의 신용카드 대금에 관한 채무자와 수익자인 제3자 사이에서 이뤄진 재산 증여에 대해 채무상환을 회피하려 했다고 몰아가며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채무자와 제3자 사이의 증여가 채무상환 회피의 목적이 없는 정상적 행위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롯데카드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협의이혼 후 재산분할이 ‘고의적 채무상환 회피’라니…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던 A씨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롯데카드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해 왔다.

이후 A씨는 부산시에 위치한 수천만원 상당의 건물을 매수해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부동산에 대해 금융기관 앞으로 자신을 채무자로 해서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했다. 지난해 중순경 A씨를 채무자로 한 이 금융기관 명의의 부동산 근저당권 설정 등기는 말소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A씨는 앞서 롯데카드로부터 발급받았던 신용카드의 사용 대금을 연체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총 연체대금은 1300만원을 넘겼다.

이어 롯데카드로부터 A씨에 연체대금 납부에 관한 독촉이 이뤄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롯데카드 측은 A씨가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기 시작한 같은 달, 그가 앞서 언급한 부동산을 자신의 배우자인 B씨에게 ‘증여’를 등기원인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롯데카드 측은 당시 A씨에게 사실상의 유일한 재산은 해당 부동산 외에는 없다는 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연히 롯데카드 입장에서는 A씨와 B씨 사이의 부동산 증여 계약을 수상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

당시 A씨가 수천만원의 재산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이 유일한 재산을 경제공동체인 배우자에게 증여했다는 것은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축소해 신용카드 대금 상환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A씨의 B씨에 대한 부동산 증여 계약을 채무를 회피하기 위한 사해행위로 확신한 롯데카드 측은 자신들이 판단한 이 사건 사해행위의 수익자인 B씨를 상대로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롯데카드 측은 A씨와 B씨 사이의 부동산 증여 계약은 사해행위로 취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B씨가 해당 부동산을 증여받은 뒤 여기에 금융기관 명의로 근저당 설정 등기를 하게 되면서 원물 반환이 곤란해진 만큼, A씨의 신용카드 연체대금 상당의 1300여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자사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이 사건 재판에 대해 판결하며 롯데카드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와 B씨 사이 부동산 증여 계약은 채무상환 회피를 목적으로 한 사해행위가 아닌, 부부 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명목으로 이뤄진 재산의 정상적 이전이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A씨는 롯데카드의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기에 앞서 가정법원에 B씨와의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을 한 상태였다.

동시에 그는 유일한 재산이었던 부동산에 대한 금융기관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말소시켰고, B씨에게 증여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롯데카드가 B씨를 상대로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A씨와 B씨의 협의이혼 신고도 전부 완료됐고, 두 사람 간의 협의 내용은 자녀 양육을 B씨가 부담하는 대신 A씨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B씨에게 증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롯데카드 측이 주장하는 대로 A씨와 B씨 사이 부동산 증여 계약이 사해행위가 맞았다면, 두 사람은 1300여만원의 신용카드 연체대금 납부를 고의로 회피하기 위해 협의이혼이라는 무모한 일을 벌였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시기상으로도 A씨가 롯데카드의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기 이전 시점부터 A씨와 B씨는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였다.

또 A씨가 B씨에 부동산을 증여한 것 역시 B씨가 자녀의 양육권과 향후 양육비를 부담하는 대가의 의미였다.

무엇보다 A씨와 B씨 사이의 재산분할이 정도를 벗어나 과대하게 이뤄졌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 역시 없었다.

다시 말해 A씨가 B씨에게 증여한 부동산의 재산 가치가 B씨가 자녀의 양육권을 맡게 되면서 부담하게 될 비용보다 현저히 높지 않았고, A씨가 B씨에게 무리하게 부동산을 처분한 것도 아니었다는 의미였다.

  • 롯데카드가 카드 이용자의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신용카드 연체대금 납부를 회피하기 위한 사해행위라고 의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연합)
이 사건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에서 규정하는 바에 비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난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초과 부분은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고 이는 사해행위로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다만 B씨가 A씨로부터 부동산을 증여한 것은 재산상 법률행위가 아닌, 실질적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며 민법 제839조의2 규정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재산분할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라며 롯데카드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A씨는 1300여만원의 신용카드 연체대금의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사해행위라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범죄자로 의심받은 것에 대한 억울함을 풀 수 있었고, B씨 역시 사실상 사해행위의 공범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사건에서 롯데카드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A씨가 고의적으로 연체대금 납부 회피의 목적으로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배우자와 협의이혼까지 했다는 ‘막장 드라마’가 전부 사실이어야만 했다.

법원의 판단으로 이 부분 롯데카드 측 주장이 지나쳤다는 점이 드러났고, A씨와 B씨는 협의이혼이라는 아픔에도 이것이 사해행위로 비춰지는 두 번의 상처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카드 측이 A씨와 B씨 사이에 이뤄졌던 일에 대해 보다 상세히 확인해 심사숙고하는 절차가 이뤄졌다면 협의이혼에 따른 정당한 재산분할을 사해행위로 오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사해행위 여부 판단에 있어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이 있는 채권자의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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