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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명 의류브랜드의 중국 진출 성공에 가려진 ‘밀수 사건’


회장ㆍ대표의 조직적 밀수 가담… 中 시장에서 역풍 우려
  • 국내 유명 의류브랜드의 회장과 전 대표 등이 자사 제품을 중국으로 밀수출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해당 브랜드의 매장 입구. (사진=A사 공식SNS)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외국계 국내 유명 의류브랜드의 회장과 전 대표 등이 자사 제품의 밀수출을 주도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업체 회장과 전 대표 등은 3년여 간 자사 브랜드 제품을 보따리상을 통해 세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중국 업자에게 넘겼고,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의류브랜드가 국내에서 다시 규모를 넓혀나가기 시작하는 동시에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을 시기에 밀수출 행위가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의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유럽에서 시계 및 액세서리 브랜드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A사는 지난 1990년대 초 국내 시장에 진출해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의류 사업으로 성장해 갔다.

A사는 90년대 후반 IMF 시기를 겪으며 부도와 매각의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 2010년대 초반 재론칭했다. 이후 새로운 디자인과 브랜드 로고를 돋게 보이게 한 의류를 생산해 냈고, 내로라하는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부활하기 시작했다.

현재 A사는 서울 명동과 가로수길, 동대문 등에 1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현지 핵심 상권 내 백화점 및 쇼핑몰 등에 수백여개의 매장을 냈고, 수천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뻗어 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A사의 재도약에 가장 큰 발판이 돼 준 중국 시장 진출에는 충격적인 뒷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A사가 자사 브랜드 의류를 한창 중국에 공급하던 시기 현지 업체들과 홀세일(Wholesaleㆍ도매) 방식으로 직접 거래를 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밀수출을 해왔던 정황이 우리 세관당국과 수사기관으로부터 포착된 것이었다.

이에 검찰은 A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지난해 A사의 회장인 K씨와 대표였던 B씨 그리고 중국 현지에서 이들로부터 A사 물품을 공급받았던 업자 C씨, A사 법인 등을 관세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의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A사는 부랴부랴 B 전 대표를 대신해 새로운 대표를 선임했고, 기존의 홀세일을 현지 회사와 정식 제휴를 맺고 물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A사가 자사 의류를 중국에 밀수출한 행위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2016년 초까지 약 3년여 간 윗선을 통해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A사의 K 회장과 B 전 대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중국 등 해외업자로부터 A사 브랜드 의류에 대한 주문이 이메일 등을 통해 접수되면 해당 의류를 생산 및 물류 작업을 거쳐 ‘보따리상’ 역할을 하는 국내 배송 업체인 M사의 인력에 넘겼다고 진술했다.

소위 ‘따이공(代工)’으로도 불리는 이 보따리상들은 최근에도 불법 해외 구매 대행으로 정부의 대대적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보따리상 M사 측은 A사로부터 물품을 받은 뒤 이를 C씨 등 해외업자에 넘겼고, 그 과정에서 운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물품이 A사에서 C씨 등에게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어떠한 세관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모든 것이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이었다.

철두철미하게 밀수출 주도했던 회장과 대표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K 회장과 B 전 대표 그리고 A사에 대해 세관장에게 수출할 물품의 품명ㆍ규격ㆍ수량ㆍ가격, 그 밖에 대통령이 정하는 사항을 신고할 의무가 있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채 물품을 수출했고 이는 관세법 제241조 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K 회장과 B 전 대표는 자사의 의류에 대해 제조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중국 등에 수출했고, 해당 매출에 대한 과세를 피하고 수출대금을 받아 국내에 연예인 광고모델 섭외 및 마케팅 중국 내 법인 운영 및 각종 경비 등에 사용할 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K 회장과 B 전 대표 등은 복잡한 통관 절차를 피하거나 통관절차비용 및 제세금 등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세관장에 수출 신고를 하지 않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봤다.

이 사건 재판부 역시 “피고인 K 회장과 B 전 대표는 계획적ㆍ계속적으로 수출신고를 하지 않고 의류를 해외로 반출하는 행위를 실행했다”라며 “M사는 피고인들과 해외 수입업자들 사이에서 세관에 적발되지 않고 수출신고를 하지 않은 의류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배송 용역을 제공했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K 회장과 B 전 대표 등은 보다 수월한 밀수출이 이뤄지기 위해 보따리상 M사 측과 공모해 수출용 물품을 기내 수화물로 위장해 해외로 반출하도록 하는 업체를 따로 고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C씨 등 해외업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작한 자사 의류가 세관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물류팀에서 일정한 무게로 이를 포장하도록 했고, M사 측에 넘긴 뒤 기내 수화물 업체에게도 전달되도록 하는 철저함도 보였다.

C씨는 검찰 조사에서 과거 A사에 직접 찾아가 중국 내에서 이 회사의 의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안했고 약정을 체결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면서, 밀수가 이뤄진 계기와 향후 경과 등에 대해 K 회장과 B 전 대표 등 A사 관계자들이 충분히 인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검찰 조사에서 “중국에서의 통관 절차가 길고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보따리상을 이용하자고 먼저 제안했다”라며 “M사를 통해 보따리상을 하겠다고 했던 것도 A사 측이며, A사 의류들이 정식 통관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이들의 이와 같은 밀수출 행위로 중국에 넘어간 A사 브랜드 의류는 9만벌 이상으로 그 액수는 약 36억원 상당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올해 초 피고인들이 무신고수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이윤을 남긴 사실이 명백하다며 K 회장과 B 전 대표, C씨에게는 징역형(집행유예)과 수십억원의 추징금을 그리고 A사 법인에는 억대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번 달 초 선고가 내려진 이 사건 항소심 재판 역시 1심 재판부의 판단 대부분이 그대로 인용됐고, 추징금과 벌금액에서만 조정이 이뤄졌다.

  • 검찰은 A사의 회장과 전 대표 등을 관세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의 혐의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사진=연합)
항소심 재판부는 “K 회장과 B 전 대표는 해외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신고 없이 밀수출해 왔고, C씨 역시 먼저 밀수출을 제안하는 등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관세질서를 어지럽혀 왔다”라며 “밀수출 의류의 수량이 상당하고 그 가액도 매우 커 죄질이 나쁘다”라며 1심 재판 결과에 비해 특별히 참작할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K 회장과 B 전 대표 등은 이 사건 항소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한 상황이다. 물론 대법원마저 이들의 관세법 위반 행위 혐의 등에 대해 기존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A사 브랜드의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신장과 국내 시장에서의 재도약이 회장과 대표 등이 주도적으로 일으킨 밀수출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 명백하다.

특히 밀수출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유명 연예인의 섭외를 통한 광고 및 마케팅 그리고 기타 회사 운영비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주요 소비층의 이탈과 중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타격 역시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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