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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리얼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서 드러난 화재사고 내막

화재 피해 키울 수밖에 없었던 여러 ‘허점’ 드러나
  • 교보리얼코가 위치한 교보생명 성동 사옥.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교보생명 계열 부동산서비스 회사인 교보리얼코(대표 김상진)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최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교보리얼코가 시공을 담당하던 한 공사현장에서의 화재사고가 발단이 됐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당시의 사고는 단순한 공사현장에서의 관리ㆍ감독 소홀만이 아닌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될 문제점들까지 더해져 규모를 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 심리로 열린 교보리얼코 등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교보리얼코 등 피고인 전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 재판은 교보리얼코 측이 시공을 맡아 공사를 진행해 온 서울지역 한 관광호텔 신축 공사현장에서 지난해 10월 일어난 화재 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공사현장에서 교보리얼코의 하도급 업체 직원이 건물 내부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외벽에 화재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에 대한 수사결과, 용접작업이 이뤄지던 현장 내에는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았고 가연물이 인접해 있음에도 화재예방을 위한 방호조치가 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사업주가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교보리얼코와 이 회사 소속 공사 현장소장 A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관한 혐의 등으로 기소해 올해 초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이 사건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고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물 공사현장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단순한 관리감독 소홀의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 과정에서 사실로 인정된 내용에 따르면, 사고 당일 교보리얼코의 하도급 업체 직원 B씨는 현장에서 철제파이프 설치 작업을 마친 뒤 A씨로부터 화재 발생 지점에서 작업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맡았던 작업은 철제파이프를 용접해 연결하는 것으로 이를 외벽 쪽에 용접하는 과정에서 불꽃이 외벽에 설치된 인화물질에 튀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당시 B씨가 용접 작업을 하던 외벽에는 드라이비트(Drivit) 공법, 즉 단열을 위해 보온재와 스티로폼을 부착하는 방법으로 마감이 돼 있었고 그 위에 모르타르 메쉬망이 부착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드라이비트 공법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약 2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21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된 바 있다.

  •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현장. (사진=연합)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마감이 이뤄진 소재들은 가연성 물질로 화재에 취약하다. 상식적인 부분이지만 고온의 열과 불꽃이 생길 수 있는 용접작업 장소에는 이런 드라이비트 등의 가연성 물질을 당연히 격리시킨 뒤 작업을 진행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가 이곳에서 용접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공사의 도급업체인 교보리얼코 및 여기에 소속돼 공사작업을 지시한 현장소장인 A씨의 과실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검찰은 당시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공사현장 건물 내부에서 화재위험 작업을 하는 경우 화재예방에 필요한 용접불티 비산방지덮개, 그리고 용접방화포 등 비산(飛散)방지 조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연물이 있는 공사현장 건물 내부에서 용접작업 시 화재예방을 위한 방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사업주에 해당하는 교보리얼코와 A씨를 각각 기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 조사결과 사고 당시 공사현장에서는 또 다른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위반 행위까지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 따라 사업주는 공사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와 토사ㆍ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 또는 기계ㆍ설비ㆍ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기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해야 한다.

검찰은 당시 교보리얼코와 A씨가 상부 난간대, 중간 난간대, 발끝막이판 및 난간기중으로 안전난간을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사현장 6층에서 옥상까지 계단 옆 개구부에 안전난간대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점, 그리고 옥상 외벽비계에 작업발판 일부도 미설치돼 있던 점 역시 기소의견에 포함시켰다.

통풍ㆍ환기 충분치 않고 가연물의 건물 내부가 “화재 키웠다”

교보리얼코 측은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사고 당시 발화지점에서 진행된 B씨의 용접작업에 대한 지시 책임은 그의 사용자인 하도급 업체의 현장대리인에 있다며 검찰 측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교보리얼코가 이 사건에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사고 당일 해당 하도급 업체의 현장대리인이 공사현장에 없어, 부득이 하게 A씨가 B씨에게 ‘1층 외부 바닥에서 용접작업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B씨가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2층 외벽 쪽에서 용접작업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했다.

또 교보리얼코 측은 발화가 일어난 지점이 건물 2층 외벽이므로 검찰 측 공소사실에 적시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4항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41조 제2항의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나 설비 내부에서 화재위험작업을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교보리얼코 측의 입장과 달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한가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공사의 사업주는 교보리얼코로 소속 근로자이자 공사 현장소장인 A씨로 하여금 하도급 업체 및 B씨를 포함한 이 회사 소속 근로자들에게 용접 등을 수반하는 위험 작업을 감시ㆍ감독하도록 지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고가 일어난 현장은 드라이비트 등의 인화성 물질이 존재했고 여기서 용접작업을 할 경우 안전상 위험이 따르는 것이 분명했다.

안전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말하는 사업주인 교보리얼코가 이에 따르는 위법 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법정에서 이뤄진 증인신문에서 B씨는 ‘1층 외부 바닥에서 용접작업을 하라고 지시했다’라는 교보리얼코와 A씨 측의 주장과 상반되게, 당시 A씨로부터 1층 바닥에서 용접을 한 뒤 2층 외벽 쪽에 설치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B씨가 용접작업을 했을 당시 A씨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교보리얼코 측 주장과는 다르게 당시 공사현장의 건물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41조 제2항 등에서 말하는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실제로 당시 공사현장 건물은 서쪽면에서 하층부부터 고층부까지 전체적으로 가림막이 설치돼 있는 구조로 외부에서 봤을 때 개방된 안쪽이 보이지 않는 막힌 구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안쪽 벽체 부분도 저층부에서 비계가 복잡하게 설치돼 있었다.

  • (사진=연합)
재판부는 “사건 화재로 인해 2층에서 발생한 화염이 6층까지 올라갔다가 발코니 부위에 막혀 6층 실내로 유입돼 내부 피해가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사고 당시 공사현장이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로 화재가 확산돼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의미였다.

교보리얼코 측은 재판부로부터 비교적 소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주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항소심에서 이 사건 1심 재판의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교보리얼코 측은 향후 당시의 화재사고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 분명한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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