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문교부에서 개천절의 양력환산을 시도했으나 실패
현대의 첨단 천문역법에 의해 양력 날짜를 밝히는데 성공

개천절인 3일 서울 종로구 사직단에서 개천절대제전 행사가 열리고 있다.(연합)
조선왕조실록 태조 1년(1392) 음력 8월 11일자에는 “조선의 단군은 동방에서 처음으로 천명을 받은 임금”이라 기록하고 있다. 그처럼 개천절(開天節)은 국조이신 단군 임금께서 천명(天命)을 받아 조선을 개국(開國)한 BC2333년 음력 10월 3일을 기념하는 국가적 명절(名節)이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제12915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국경일은 총 다섯으로, 개천절을 포함하여 3ㆍ1절, 제헌절, 광복절, 한글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개천절 10월 3일은 다른 네 개의 국경일과 달리 이상한 점이 있다. 3ㆍ1절(1919. 3. 1)과 제헌절(1948. 7. 17), 광복절(1945. 8. 15)은 모두 양력일이며, 그리고 비록 국제표준양력 법칙을 모르고 환산하였지만 한글날(1446. 10. 9) 또한 음력일(1446. 9. 10)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하지만 유독 개천절(BC2333년 음력 10월 3일)만은 기묘하게도 음력 일자와 같은 숫자인 양력 10월 3일에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음력과 양력일자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왜 정부에서는 다른 양력 국경일들과 통일하여, 음력을 양력으로 바꾸지 않고 이렇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개천절 날짜를 정하였을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그 날짜 지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개천절은 원래 BC2333년 음력 10월 3일을 근거로 하여 대한민국 수립 후까지도 음력으로 지켜왔는데, 1949년에 문교부가 위촉한 ‘개천절 음ㆍ양력 환용(換用)심의회’의 심의결과 음ㆍ양력 환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와 ‘10월 3일’이라는 기록이 소중하다는 의견에 따라, 1949년 10월 1일에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음력 10월 3일을 양력 10월 3일로 바꾸어 거행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1949년 당시 정부가 역법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회에 양력 환산 작업을 맡겼지만 그 계산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기원전 2333년 어느 날의 음력 일자를 양력 일자로 계산하는 데는 고도의 천문역법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1949년 당시 우리나라에는 그 작업을 수행할만한 최첨단 천문역법 프로그램이나 두뇌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개천절 날짜를 1949년 이래 지금까지 음력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른 양력일도 아닌 날짜에 편법으로 지내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 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이 1999년 새롭게 출범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음양력변환계산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그 입력범위가 1391. 2. 5 ∼ 2050. 12. 31일로만 제한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아직도 국민들은 단군개국 BC2333년 음력 10월 3일에 대한 정확한 양력일자를 알 수가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 및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과 같은 기원전 사건들을 양력으로 바꾸어 발표해야 하는 여러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보다 더 고대까지(BC4713)의 음양력환산 프로그램들을 완성하였다.

물론, 하상주단대공정이 완성된 2000년까지 중국의 천문과학이 완전하게 정밀한 상태는 아니었다. 일례로, 중국은 하상주단대공정 시 <고본죽서기년>에 의거하여, 서주 제7대 의왕 원년에 지금의 서안 부근인 정(鄭)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천재단(天再旦)’ 현상을 일식으로 보고 BC899년 4월 21일자로 발표하였으나, 그 뒤 보다 정밀한 일식 계산과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그 날엔 정(鄭) 지역에서 일식을 관측할 수 없음이 밝혀졌다.

그렇더라도, 그 뒤 중국의 천문역법 지식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세계 최첨단인 미국 NASA 등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필자는 수성천문력(壽星天文曆)과 중국의 천문학자 장배유 선생의 중국선진사력표(中國先秦史曆表)를 분석도구로 하여 <서주사의 절대기년(西周史之絶對紀年)>이라는 논문을 작성, 국제학술지 은도학간(殷都學刊)에 발표한 바 있다.

첨단 음양력변환기인 중국의 수성천문력에 따르면 단군조선 건국일인 BC2333년 음력 10월 3일은 양력으론 11월 29일(계해월 신축일)이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는 최첨단 음양력환산 천문력인 중국의 수성천문력을 통해, BC2333년 음력 10월 3일이 양력으론 BC2333년 11월 29일임을 확인하였다. 음력 초3일의 달 모양은 처음으로 달이 생기는 ‘초승달=초생달’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교보재로 사용하고 있는 세계적 천문프로그램인 스텔라리움(Stellarium)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그 날의 달 모양은 어김없는 초사흗날=초삼일의 초승달이었다.

BC2333년 음력 10월 3일의 육십갑자 간지는 ‘무진년 계해월 신축일’이다. 무진년의 근거는 고려 때의 ‘제왕운기’와 조선의 ‘동국통감’이다. 거기에 따르면 단군 임금은 중국의 요임금(帝堯)이 재위하던 무진(戊辰)년에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참고로, 요임금의 즉위년인 BC2357년은 소강절이 <황극경세(皇極經世)>에서 추산한 결과치이다. BC2357년은 갑진(甲辰)년에 해당한다. 고려 때 사서인 제왕운기에서 단군의 개국년도를 무진(戊辰)년이라 하였기에 조선의 동국통감 편찬자들이 그것을 받아들여 BC2357년에서 24년이 지난 뒤가 무진년이기 때문에 BC2333년을 단군조선 개국년도로 본 것이다.

결론적으로, 1949년 당시 천문역법에 관한 실력부족으로 BC2333년 음력 10월 3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음력 날짜와 동일한 양력 날짜를 기념일로 지정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 아픈 대목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지 않았는가?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과학적이고 세계적 통용법칙에 의거하여 5대 국경일 중 가장 중요한 ‘개천절’의 양력날짜를 밝혀 먼저 2017년 행안부에 알리고 이렇게 <주간한국>을 통해 국민들께 알리는 바이다.



대종언어연구소 박대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