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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발하는 의료사고와 의료소송 실태 분석

하루 2.5건꼴로 의료소송 제기…사고 건수 비하면 '빙산의 일각'
  • 국내에서 의료 사고가 꾸준하게 빈발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의료소송 등 의료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서 매년 10월 발표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의료사고로 인해 민사 1심에 접수된 소송건수는 1989년 42건에서 시작해 2014년 960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그 후 900~1000건의 의료소송이 매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의료소송이 제기된 건수는 900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 900건의 의료소송 건수도 “실제 일어난 의료사고에 비해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의료 소송을 20년 이상 맡아온 법률사무소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의 얘기다. 의료소송 실태를 살펴본다.

한 해 900건의 의료 소송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만 들어도 국내 의료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다. 900건의 의료 소송 건수를 단순히 1년으로 나눠 계산해봐도 하루 2.5 건 정도의 의료 소송이 매일 일어나는 셈이다. 더군다나 1년에 2.5건 정도가 발생하는 의료 소송은 실제 의료 사고의 일부에 불과한 수치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의료 분쟁과 관련해 접수된 내역은 2016년 1907건, 지난해에는 2420건에 육박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의료사고와 관련된 민사 사건에서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비율은 약 56%로 일반 민사사건의 청구 인용비율인 60%와 크게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일반인이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재판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민사 재판에서 청구 인용은 원고가 승소하거나, 원고 일부 승소이거나, 이행권고를 하거나, 조정, 화해, 인낙을 한 경우를 포함한다. 여기서 조정은 분쟁 당사자로부터 각자의 주장을 듣고 관련 자료를 검토한 후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여 합의를 하도록 주선o권고하는 것을 말하고, 이행권고는 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리기 전 피고에게 원고의 요구를 이행하라고 권고하는 것을, 인낙은 원고의 청구, 즉 소송물인 권리 주장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체상의 이유 있음을 피고가 변론 또는 준비절차에서 인정하는 진술을 뜻한다.

최근 3년간 민사 1심 재판의 청구 인용 비율은 2015년 57.8%, 2016년 54.08%, 2017년 48.41%였다. 이와 비교해 의료 소송의 청구 인용 비율도 2015년 53.9%, 2016년 55.3%, 2017년 52.3%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의 의료 소송 청구 인용 비율도 일반 민사 재판의 청구 인용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전체 민사사건에서 항소율은 47%이지만, 의료사고의 경우에는 항소율이 68%에 이를 정도로 의료 소송의 항소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병원 측이 항소하는 경우는 대부분 1심에서 패소한 경우다.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기에 항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반대로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1심에서 패소할 경우, 의료사고 당사자나 가족 입장에서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항소에 나선다. 의료 소송의 경우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한 장애를 입은 경우가 다수인데 정작 패소하게 된다면, 그 결과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후 진행되는 항소심에서는 재판부의 중재에 잘 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대부분 의료 분쟁은 의료진의 과실이나 조치 미비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빈번한 의료사고 가운데 피해를 입은 환자가 승소에 이르는 과정은 어떤 경우가 있을까. 다음 사례는 명백한 의료진의 과실이 다수의 증거를 통해 입증된 것으로서, 연세대학교 병원과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의료 과실의 피해자들은 출생 직후 혹은 10대의 어린 나이에 뇌 기능 장애를 가진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연세대병원, 늦은 진단으로 환자 뇌손상 유발

출생 후 의료 과실로 뇌출혈 진단이 지연돼 조기치료의 기회를 상실하고 영구 장애를 입은 여아 A양의 부모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있다.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천성 식도 폐쇄증을 앓았던 A양은 2013년 8월 29일 오전 11시경 연세대병원 소속 모 교수에게 식도 재건술을 받고 당일 오후 6시경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식도 재건술과 동반해야 할 ‘위 유문 성형술(위의 하부에 있는 음식물을 십이지장으로 내보내는 것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유문을 수술하는 것)’을 하지 않았고, ‘무기폐(폐의 표면활성인자가 발달하지 못해 생기는 신생아 질병 히알린막증(호흡곤란 폐질환)에 걸린 어린이들은 폐포로 연결되는 폐포관이 막혀 무기폐가 됨)’를 치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식도 재건술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혈액검사에서 D-dimer(체내에서 혈전이 용해될 때 발생하는 단백질) 수치가 595ng/ml(정상 범위는 0~243ng/ml)로 상승해 파종성혈관내응고증후군(DIC, 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여러 질병으로 혈액 응고 기전이 활성화돼 광범위한 혈전이 형성되거나 출혈을 일으키는 질환) 진단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연세대병원은 사흘이 흐른 뒤 9월 1일이 돼서야 뒤늦은 DIC 진단을 내렸고, A양은 폐렴 증상이 악화돼 DIC에도 영향을 줬다. 결국 출혈이 심해진 A양은 극심한 저혈압 등 급성 출혈 소견이 확인됐다. 9월 10일에는 A양이 사지를 뻗치며 팔과 다리를 떠는 등의 경련 증상을 보였으나, 의료진은 해당 경련을 진단하기 위한 뇌CT(컴퓨터 단층촬영, Computed Tomography), MRI(자기공명영상, Magnetic Resonance Imaging) 등의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채 A양을 방치했다.

결국 의료진은 9월 11일 뒤늦게 A양에 대한 뇌파검사를 시행하고 결과 확인 전에 일반병실로 이동시킨 뒤 퇴원이 가능하다며 퇴원교육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A양은 이날 좌측 팔과 다리에 경련 현상을 보였고 소아신경과와 협의진료를 시행한 끝에 뇌파검사를 별도로 확인해서 좌측 전두엽(대뇌 반구의 앞부분)에 중증의 뇌병증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7시 40분경 뇌 CT 검사를 뒤늦게 실시했고, 대량의 지주막하 출혈(뇌척수액이 차 있는 거미막 밑 공간으로 혈액이 새는 것), 뇌실 내출혈 및 뇌출혈의 부작용으로 수두증(뇌실이나 거미막밑 공간에 수액이 지나치게 많이 괴어 그 부분이 확대된 상태), 뇌부종(머리의 외상이나 뇌종양으로 뇌의 세포 내용액이 늘어나 뇌의 부피가 커진 상태)이 확인돼 A양은 다시 중환자실로 옮기게 됐다. 당시 담당 의료진은 “언제 뇌출혈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로 인해 A양은 2013년 10월 31일 뇌실복강단락술(뇌실과 복강을 이어주는 관을 체내에 삼입해 수두증을 개선하는 수술방법)을 받았다. 연세대병원의 뒤늦은 뇌출혈 진단으로 뇌 손상이 발생했고,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필요한 뇌수술을 4차례나 받아 중증의 뇌 손상으로 발달장애가 발생했고,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에 A양 부모는 2014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피해보상을 청구했으며 1심 재판부는 연세대학교가 A양에게 치료비 및 보조구(의료 보조 장치), 위자료 등이 포함된 2억 4417만 원을 보상하도록 했다. 더불어 A양이 식도 재건술을 연세대병원에서 받기 시작한 시점인 2013년 8월 29일부터 피해보상을 완료하는 시점까지 지연 손해금(금전 지급 채무자가 지급하기로 한 기일이 지연될 때 채권자에게 배상)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세대는 1심에 불복해 2016년 3월 항소했다.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이어진다. 1심 판결에 대해 연세대학교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최종적으로 끝나지 않았고,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라 공식 입장은 드릴 수 없다”며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질 것이고,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의료 과실에 대한 항소심은 명백한 사실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전북대병원, 진단 늦어 환자 뇌 장애 심화

2003년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었던 B씨는 통닭을 먹은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S의원을 방문했다. 당시 B 씨는 발열, 복통, 구토 등을 호소하며 서울시 성북구 소재의 S의원을 방문했는데 당시 S의원의 의사 C 씨는 소화기계, 호흡기계 질환으로 진단하고 해열제와 영유아에게 진단하면 안 되는 트리민정 4mg을 처방했다.

트리민정 투약 대상 환자는 정신분열증을 겪거나 수술 전후의 구토, 이명을 겪는 이들이다. 특히 주의사항으로 14세 이하의 소아는 투여하지 말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C씨는 이를 무시하고 당시 10세인 B씨에게 이 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B씨는 트리민정을 복용한 날 잠을 자다가 땀을 흘리며 울고,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다. B씨는 C씨의 권유로 이날 오후 전북대학교 응급실에 내원하게 됐다. 이후 전북대학교 의료진은 당시 뇌염 의증,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의증으로 진단했다.

B씨가 전북대병원에 내원한 지 하루가 지난 2003년 7월 13일, 해당 병원은 B씨에게 뇌병변(뇌졸중이나 외상성 뇌손상 등의 장애)이 인지되고 뇌척수염(뇌와 척수에 동시에 발생하는 염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뒤늦게 판독했다. 이에 B씨는 8일이 지난 7월 21일 서울대병원으로 입원해 재활의학과에서 통원 치료를 받았으나 뇌병변 후유증으로 근력 저하, 언어 장애, 과잉 행동 등 영구적 장애가 남았다.

이에 대법원은 “의사는 진찰,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며 “전북대병원 의료진이 뇌염을 조기 진단하여 치료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뇌염으로 인한 뇌병변 후유증이 B씨의 장애를 심화시켰다”고 판결하고, 전북대병원 측에 위자료 3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는 손해배상 책임에 일종의 제한을 둔 것으로서 법원은 “조기에 뇌염을 진단해 치료했더라도 장애가 없거나 거의 없었을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전북대병원의 피해보상 책임 비율을 35%로만 보고 위자료를 산정했다.

또한 대법원은 S의원 의사 C씨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에 대해 “C씨가 소아에게 투약이 금지된 약인 트리민정을 처방한 것이 진료상 과실이라고 보면서도, 이러한 과실이 이 사건 장애의 원인이 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C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은 2016년 12월 국가중앙격리병동 개선 공사를 마무리하고 개소식을 열었다.(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병원, 국립대병원 중 의료분쟁 건수 1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의료분쟁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찬열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국립대병원별 의료분쟁 및 배상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694건의 의료분쟁이 접수됐다.

694건 가운데 39.3%에 해당하는 273건이 조정 합의 또는 조정 결정이 이뤄져 병원 측의 손해배상이 결정됐다. 배상액은 무려 50억 4300여만 원에 달한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서울대병원을 대상으로 제기된 분쟁 건수가 12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대병원 85건, 양산부산대병원 67건, 분당서울대병원 65건, 충남대병원 51건, 전남대병원 및 전북대병원이 각각 46건으로 분쟁이 잦았다.

또한 총 배상액 기준으로는 서울대병원 9억 9800여만 원, 부산대병원 7억 8800여만 원, 충북대병원 5억 6,100여만 원 순으로 많았다. 아직 조정 중인 건들을 포함하면 배상액은 더욱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이찬열 의원은 “국립대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국민의 신뢰가 두텁고 의료 수준에 대한 기대가 높기 마련”이라며 “가뜩이나 물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분쟁이 장기화되면 큰 괴로움이 될 수 있고, 배상액 지급 등으로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의료 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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