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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세계의 난간 추락 사망사건 전말과 책임공방

‘자초’ 아니었던 사망사건… 신세계, 책임 피할 수 있나?
  •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서 발생한 난간 추락 사망사고를 둘러싸고 법원이 신세계 측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지난해 의정부역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원인을 두고, 법원이 주식회사 신세계(대표이사 장재영)에 그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고 당사자의 안전주의 의무가 부족한 점이 일의 발단이었지만, 신세계 측의 시설관리 의무 위반이 사망사고까지 이어지게 했다는 판단이었다. 사망피해자의 유족들은 이 사건에 대해 신세계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하기도 했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민사법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유족들은 가족의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겠지만, 신세계 측은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6월 중학생 A군은 오후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의정부역사 출구 방면으로 향하던 중 외부 계단을 내려오다가 2층 난간에 부딪혔다.

이때 자전거와 충돌한 난간봉 일부가 빠져버렸고, A군을 역사 밖으로 튕겨져 나가 약 9m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했다. 머리와 안면 부분을 심하게 다친 A군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고, 일주일 뒤 안타깝게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당시 이 사건은 일부 언론보도에도 실리며 의정부 시민들과 의정부역 이용자 그리고 자전거 라이더 등에게 짧게나마 알려지게 됐다.

향후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 A군이 타고 있던 자전거에는 제동장치가 달려있지 않았다. 또 서울메트로 운송약관에 따르면 지하철 내 자전거 휴대승차는 접이식 자전거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지하철 또는 역 구내에서 탑승이 금지돼 있는데, A군의 경우 이를 위반해 역사 내에서부터 자전거를 주행한 셈이었다.

역사 내에 자전거 전용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당시 A군은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때문에 당시 A군의 안타까운 사고와 죽음은 자전거 운전 미숙이나 안전성이 낮은 종류의 자전거 탑승 그리고 지하철 운송약관 위반 등 단순히 사고 당사자가 ‘자초’한 것으로 끝나는 듯했다.

  • 사고가 발생한 인근의 의정부역 출구. (사진=한민철 기자)
그런데 이 사건은 이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면서 A군의 자전거가 충돌한 난간의 안전상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사실 사고가 난 난간 근처에는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고, 난간 바로 너머는 9m 아래로 추락하게 되는 곳이었다.

아무리 자전거가 부딪혔다고 할지라도 난간봉이 빠져버렸다면 이는 난간의 시공 또는 관리상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살 여지가 있었다. 이후 A군의 유족들도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기 시작하며 보다 명확한 사고 원인의 규명에 나섰다.

이 의정부역사는 주식회사 신세계가 임차해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과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A군의 사고가 발생한 역사 내 공용부분 역시 신세계 측에 전적인 관리 책임이 있었다.

특히 의정부역사를 시공한 회사는 신세계 계열의 신세계건설로, 이 회사는 난간 시공 업무에 대해 철골 및 금속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D사에게 도급했다.

A군의 안타까운 사망 후 유족들은 신세계 측을 경찰에 고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세계 측이 역사 내 공용부분을 통행하는 사람들의 추락방지를 위한 관리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대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과수 감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난간이 주변 난간보다 지지력이 약하며 난간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온 만큼, 자전거 충돌 정도의 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 길고 튼튼한 난간봉을 시공했어야 함에도 부실하게 이를 시공한 것이 당시 사고의 또 하나의 원인이 됐다는 입장이었다.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한 A군 유족 측의 고발건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해당 고발건이 경찰 조사를 통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검찰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향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사고가 발생한 난간이 법령과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됐고, 그 시공 결과도 보행자의 안전을 해할 수 있는 정도나 일반 보행자의 충격으로 인한 추락을 방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사고가 발생한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인근. (사진=한민철 기자)
때문에 일반적인 보행자의 충격이 아닌 제동장치가 없는 자전거 운전자의 충격까지 예견하여 난간을 시공 또는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던 이 사건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됐다.

신세계의 시설관리 소홀이 키운 사망 사고였나

A군의 유족 측은 상속인의 자격으로서 당시 사고의 책임이 신세계 측에도 있고, 때문에 사고 발생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신세계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A군 유족 측은 “신세계는 자전거를 휴대하고 탑승한 지하철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다 난간에 충격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에 상응하는 지지력을 갖춘 난간을 설치했어야 했다”라며 “그럼에도 신세계 측은 자전거 이용자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난간을 시공 및 관리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하도록 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세계 측은 당시 난간이 도보를 이용하는 통행인을 기준으로 추락을 방지할 수 있으면 안전성을 갖췄는지 여부에 있어 충분하며, 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내려오다 발생한 사고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까지 대비해 난간의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11월 법원의 선고를 통해 밝혀진 당시 사고의 원인을 두고 여러 주목할 만한 사실들이 밝혀졌다. 이 사건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난간은 짧은 난간봉을 지지대와 기둥 사이 또는 각 지지대 사이에 끼워 넣는 단절 시공방식으로 용접 작업을 실행해 설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다른 부분의 난간은 긴 난간봉을 기둥과 기둥 사이에 끼워 넣어 일체형으로 시공돼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정부역사의 시공사는 신세계건설로 D사는 이 회사로부터 설계도면 등을 전달받아 난간을 시공했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난간 부분의 설계도면에 일체형 난간봉 사용 여부나 난간봉 용접 유무가 표시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D사는 난간봉 길이와 용접 여부를 작업자의 판단에 맡긴 채 시공했고, 사고가 난 난간과 다른 부분 난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D사가 시공 당시 난간에 난간봉을 접합한 용접 방식은 난간봉을 지지대에 잠정적으로 고정시키기 위해 하는 가용접이었다. 그런데 A군 사고가 발생한 후 신세계 측이 난간을 보수하면서 적용한 용접 방식은 앞서 D사가 가용접한 방식보다 일반적으로 강성이 훨씬 높인 본용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A군의 자전거는 사고 당시 잠정적 고정을 시키는 것에 불과한 가용접된 난간에 부딪혔고, 사고 발생 후 신세계는 보다 강도가 높은 본용접으로 사고 후 처리를 마무리한 셈이었다.

  • A군의 사고가 발생한 난간 주변. (사진=한민철 기자)
물론 짧은 난간봉으로 단절 시공을 할 경우의 강성과 일체형 시공한 난간봉의 그것이 동등하다면 안전성에 있어 큰 차이는 없었다. 이에 재판부는 D사가 가용접을 한 것은 시공상 하자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신세계 측이 사고가 발생한 공공통행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사고가 난 지점에는 일반보행자나 자전거 외에도 유모차, 휠체어, 킥보드를 동반한 통행자도 있을 가능성이 경험칙상 충분히 있기 때문이었다.

신세계 측이 일반 보행자의 충격뿐만 아니라, A군의 경우와 같은 통행자들의 충격도 감당할 수 강도를 갖춘 난간을 설치했음에 타당했다는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가용접의 영향이었을 가능성을 열어놓듯이 사고로 자전거의 난간과 부딪힌 부분의 파손은 거의 없었고, 역시 난간 역시 자전거로부터의 충격에도 거의 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사고 현장을 조사했던 경찰관 역시 “난간이 튼튼한지 옆에 있는 난간을 잡아 돌려봤는데 용접도 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라고 진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재판부는 “난간봉의 지지력이 거의 없었다”라며 “신세계는 예측 가능한 통행자들의 충격을 대비해 용접을 추가로 실시하는 등 난간의 지지력 확보를 해야 함에도 사전적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A군의 사고가 사고 당사자가 자초한 것이 아닌 신세계 측의 난간 관리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판단으로, 신세계 측은 A군의 유족 측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사고 책임 인정… 항소심 통해 무고 해소하겠다는 신세계

A군 유족 측은 사고 발생 후 수개월 동안 신세계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조차 받지 못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호소의 글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세계 측은 사망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신세계 측은 본지의 취재에 응하며 사고가 난 난간과 다른 난간의 시공에 있어 차이가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체적으로 시공상 하자는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역사 내 난간을 설치할 당시 2층까지는 이미 벽체가 올라간 상태였고, 3층은 난간 설치 이후 벽체가 올라갔다. 2층에 위치한 해당 난간부위의 경우 이미 설치된 벽체 사이로 난간봉을 끼워 넣어야 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일체형이 아닌 단절 시공을 했다는 설명이다. 3층의 경우 난간봉부터 끼워두고 기둥이 올라갔으므로 일체형으로 시공될 수 있었다.

신세계 측은 “원칙적으로 난간은 일체로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시공자의 판단에 따라 단절이 이뤄지는 것은 맞다”라며 “그러나 설계단계에서는 어느 부위에서 단절이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이를 설계도서에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신세계 측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이 ‘살대’에 대한 용접으로, 이에 대한 용접은 건축관련 법규에 기준이 정해진 바 없고, 시방서나 설계도서에서도 살대에 대한 용접까지 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사진=연합,신세계)
무엇보다 난간사고 방지를 위해 난간 곳곳에 추락주의 표지판이 붙어 있다며 안전주의 의무를 위해 일반적인 노력을 다했음에도, 당시 사고 발생으로 이에 대해 일방적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원에서 당시 사고가 신세계 측의 안전 관리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한 만큼, A군 유족 측의 형사고발이 다시 이뤄져 검찰에서도 기존과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신세계 측은 “아직 1심 판결이 마무리된 것으로 확정 판결이 아니다”라며 “형사고발 건이 재검토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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