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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1ㆍ2호기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현대일렉트릭 갈등 내막

법적 공방 지속에 원전 준공 우려만 높아져
  •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신한울 1ㆍ2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설비 납품 및 관련 공사비용 지급을 둘러싸고 한국수력원자력이 법적분쟁을 겪고 있다. 이 분쟁은 아직 진행형으로 마무리까지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그 법적분쟁의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과실 책임이 드러나며 신한울 1ㆍ2호기 원전의 내년 준공 완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전망이다.

내년 10월 준공 완료를 앞두고 있는 신한울 1ㆍ2호기 원자력발전소는 그동안 여러 잡음을 일으켜 왔다.

우선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2010년 4월 신한울 1ㆍ2호기 원전의 사업을 시작하며 내년 2월에 준공을 완료할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 초 내년 10월까지 예정일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경주와 지난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원전 부지의 안전성 평가에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준공 예정일이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원전 부지의 안전성 보강이 이유였지만,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규제 강화가 준공 예정일 연장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지난해에는 신한울 1ㆍ2호기 원전에 용접 불량의 바닥판이 다수 설치되면서 한수원이 불량 바닥판의 전량 수거에 나선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약 100억원의 교체 비용이 소요됐고, 책임자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수원의 허술한 부품 관리로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신한울 1ㆍ2호기 원전은 설비 납품 및 관련 공사 문제를 두고 한수원과 해당 설비를 납품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하 현대일렉트릭)이 법적분쟁을 빚으며 또 다른 잡음이 일었다. 심지어 이 잡음은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울 1ㆍ2호기 원전의 설비 납품 등에 대한 한수원과 현대일렉트릭 간 법적분쟁의 발단은 사업을 개시한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한울 1ㆍ2호기 원전의 시공사는 현대건설이 선정돼 공사에 들어갔고, 원전에 들어갈 전기설비 등에 관한 납품은 현대일렉트릭이 맡게 됐다.

한수원은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고압차단기반과 전력용변압기 등의 설비를 제작해 구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설비의 제작을 위해서는 케이블이 필요했는데, 현대일렉트릭 측은 LS전선으로부터 안전등급과 비안전등급의 기술규격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되는 케이블을 직접 구매해 제작에 나섰다.

현대일렉트릭은 해당 설비의 제작을 마친 뒤 순차적으로 이를 한수원 측에 납품해 지난 2015년 12월까지 전력용변압기 일부를 제외하고 납품을 완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한수원이 원자력 안전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부터 현대일렉트릭이 납품한 해당 설비의 케이블이 계약상 기술규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받았기 때문이었다.

  • 현대일렉트릭은 LS전선으로부터 안전등급과 비안전등급의 기술규격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되는 케이블을 직접 구매해 제작했다. (사진=연합,현대일렉트릭)
사실 당시 현대일렉트릭이 LS전선으로부터 구매한 케이블들은 기술규격이 ‘IEEE 383’으로 시작했고, 여기까지는 한수원과의 계약상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IEEE 383의 뒤에 따라올 발행연도가 계약상의 기술규격과 맞지 않았다.

현대일렉트릭은 LS전선으로부터 ‘IEEE 383-1974’ 즉 1974년에 발행한 규격의 케이블을 구매해 설비 제작에 활용했지만, 계약상에는 2003년에 발행한 규격의 케이블 ‘IEEE 383-2003’을 사용해야만 했다.이후 한수원은 이미 납품이 완료된 설비 등에 대한 재검사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왔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한수원 측은 2015년 12월까지 납품된 설비는 하자가 있는 것으로 결론 내고, 현대일렉트릭에 IEEE 383-2003 기술규격의 검증된 케이블을 사용한 설비로 전량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물론 현대일렉트릭 측은 한수원의 요청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자사는 계약상 한수원 측이 요구한 기술규격을 만족하는 케이블을 사용했고, IEEE 383-1974 기술규격의 케이블을 적용한 것은 설비의 제작과 납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한수원의 설계용역 담당 업체 및 품질검사 대리인 등으로부터 검수와 확인 그리고 승인까지 받아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한수원 측의 요청은 계약의 변경 또는 새로운 계약의 추가 체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입장차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한수원 측의 요청대로 각 설비에 사용된 케이블에 대한 교체 공사를 실시했다.

교체 공사가 진행되면서 현대일렉트릭 측은 한수원에 해당 공사에 소요된 비용 약 93억원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케이블 기술규격상 하자가 있는 설비를 납품한 것은 현대일렉트릭으로 이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해 교체공사 비용을 지급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교체공사로 자사가 입게 된 손해에 대해 현대일렉트릭이 배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양사는 쌍방 소송을 제기하는 치열한 법적공방에 돌입했고, 법원은 지난 7월 현대일렉트릭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 등을 인정하며 한수원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중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에서 사실상 현대일렉트릭 측의 주장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증거들을 통해 법원에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대로 현대일렉트릭 측은 한수원과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해 설계업무 등을 담당한 A사의 관계자로부터 IEE 383-1974 기술규격의 케이블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이메일 답변을 두 차례나 받았다.

심지어 현대일렉트릭 측 관계자와 A사 관계자와는 직접 회의를 통해 IEE 383-1974 기술규격의 케이블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대해 A사는 승인 과정을 거쳤고, 한수원의 품질검사 대리인 역시 관련 검수 절차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일렉트릭 측이 IEE 383-1974 기술규격의 케이블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와 같은 경위에 대해 법원은 사실로 인정했다.

다만 계약 내용상 IEE 383-2003 기술규격의 케이블을 사용해야 하는 점은 명백했고, 그런 계약상 내용의 변경에 대한 합의를 해야 했을 당사자는 A사 등이 아닌 한수원이었다며 결국 현대일렉트릭 측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 법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관리감독 소홀이 일을 더욱 키웠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
물론 법원은 한수원 측에도 책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일렉트릭이 IEE 383-1974 기술규격의 케이블을 사용하게 된 것은 A사와 품질검사 대리인이 그 원인을 제공했고, 한수원 측은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의 과실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시 말해 한수원이 A사 등 용역회사들에 계약상 중요 사항의 변경은 자사에 대한 보고 및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보다 철저히 주지시켰다면, 현대일렉트릭 역시 억울한 착오를 겪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현재 이 사건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면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신한울 1ㆍ2호기 원전의 준공 및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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