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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스프링클러 하자를 둘러싼 오류 ‘재발’ 내막

자재ㆍ시공세대 선정… ‘또’ SH공사의 착오
  • SH공사의 스크링클러 하자에 대한 판단에는 또 다시 오류가 있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SH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가 아파트 스프링클러 하자를 둘러싸고 시공 자재 및 하자보수 시공 세대수 선정 등에 대한 매우 부족한 판단을 내리며 논란이 불거졌다. 심지어 SH공사 측의 이런 받아들여질 수 없는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최근에도 또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SH공사가 신축 및 분양사업을 진행해 지난 2011년 분양을 완료한 서울시 강동구의 A아파트는 입주 후 아파트 내외부에 기능상ㆍ안전상ㆍ미관상 하자가 발생해 여러 차례 하자보수가 이뤄졌다.

이어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는 사업주체인 SH공사를 상대로 담보책임 기간 내 발생한 하자의 보수에 갈음한 손해 및 오시공ㆍ미시공 등으로 인한 하자의 보수에 갈음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특히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와 SH공사는 이 아파트 공유부분 중 스프링클러 누수 하자를 둘러싸고 각자가 치열하게 대립했다.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측은 스프링클러 누수 하자가 단순한 오시공이 아닌, 스프링클러 배관을 동관으로 선정해 시공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해당 하자가 SH공사 측이 애당초 스프링클러에 대한 적절한 자재를 선정하지 못한 설계상 문제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A아파트의 스프링클러 배관은 SH공사 측의 선정으로 인해 전 세대가 일률적으로 엠(M)자형 동관으로 시공됐다.

이에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측은 동관 자재로 스프링클러의 하자가 발생했으므로 전 세대 스프링클러 배관을 기존의 동관에서 스테인리스 강관 등의 소재로 재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H공사 측은 스프링클러 배관을 동관으로 선정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SH공사는 구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그리고 구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한전기준 제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습식 스프링클러 설비의 배관으로 이음매가 없는 배관용 동관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맞섰다.

때문에 동관 재질의 스프링클러 배관을 선택한 것에 있어 설계상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산화침전물에 의한 틈 부식 및 산소 농도 차 전지에 의한 공식(孔蝕ㆍPitting Corrosion) 발생’이라는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 하자에 대한 감정인의 분석을 통해 보더라도 이는 시공상의 하자이거나 아파트 관리인의 유지ㆍ관리사항 문제라는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스프링클러 배관의 누수 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대가 전체에 비해 소수인 만큼, 스프링클러를 철거한 후 재시공하는 것이 아닌 하자가 발생한 세대에 한정해 이보다 저렴한 보수방법인 에어샌딩공법(배관갱생공법)을 적용한 하자보수비가 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와 SH공사 간 하자보수에 대한 손해배상을 둘러싼 소송은 지난달 말 법원의 1심 판결로 일단락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스프링클러 하자와 관련된 청구 부분에 대해 사실상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측의 손을 들어줬다. 스프링클러의 배관을 동관으로 선정한 것은 SH공사 측의 설계상 문제이자, 하자가 발생한 세대만이 아닌 전 세대에 걸쳐 하자보수를 실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단에는 여러 근거가 있었지만, A아파트를 시공한 시공사와 전문감정사 등 제3자의 판단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A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는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SH공사가 스프링클러 배관의 용도와 시공 환경 등을 사전에 검토하지 않은 채 그 재질을 동관, 그 중에서도 두께가 얇은 M형을 선택했다”라며 “스프링클러의 하자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SH공사 측의 설계상 문제라고 봄이 타당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가 인정한 전문 감정인들의 의견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감정인들은 A아파트 스프링클러 하자의 주 발생원인이 두께가 얇은 M형 동관이 시공된 자재 선정의 문제였고, 공사 완료 후 배관 청소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주요 원인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판부는 “A아파트 스프링클러 하자가 설계상 하자에 해당하며 모든 세대에 M형 동관이 시공됐으므로 전 세대의 공통된 하자”라며 “SH공사 주장과 같이 현재 누수가 발생하는 세대에 한해서만 하자보수를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하자보수비를 산정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스프링클러 하자에 대한 SH공사의 주장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본지가 지난달 ‘SH공사ㆍ대우건설의 스프링클러 하자에 대한 무책임한 판단’ 제하의 기사에서 다뤘듯이 SH공사 측은 자사가 신축 사업을 진행한 서울 E아파트의 스프링클러의 누수 하자에 있어 스프링클러의 동관 자재 선정이 적절했고 이에 설계상 문제가 아니며, 보수공사 대상 역시 전 세대가 아닌 하자가 발생한 곳만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당시에도 SH공사는 이번 사건의 재판부의 판단과 같이 대부분의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스프링클러 배관의 소재인 동관은 구리 및 구리합금으로 물 또는 가스가 지속적으로 흐르는 급수나 급탕, 도시가스 배관용으로 적합하다.

정체돼 있는 스프링클러의 배관에 M자형 동관을 사용할 경우 부유물 등이 심각하게 쌓일 수 있고, 침전물의 산성화로 배관 부식이 발생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배관용 동관은 그 두께에 따라 의료배관용으로 쓰이는 K형(1.65㎜), 급수ㆍ급탕ㆍ냉반방ㆍ도시가스용으로 쓰이는 M형(0.89㎜), 양쪽 모두에 사용되는 L형(1.27㎜)으로 나뉘는데, SH공사는 두께가 가장 얇은 M형 동관을 선택했다.

이에 최근 세워진 아파트에서는 스프링클러 배관을 동관이 아닌 스테인리스 강관이나 PVC 소재나 아예 건식 스프링클러 설비로 시공하고 있다.

또 SH공사 측 주장대로 스프링클러 하자에 대해 에어샌딩 갱생공법을 사용한다면 이는 배관의 수명을 단기간 연장시킬 뿐, 동관 내부 부식 불순물 침적과 동관 부식에 의한 내부 단면의 손실이 심각한 상태에서 누수가 재발할 수 있고 이를 복구시키는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없다.

SH공사 측은 수차례 법원으로부터 스프링클러 하자에 대한 자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또 다시 입주민 측과 법적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SH공사 측은 이번 사건에서 비롯된 스프링클러 하자에 대한 의견을 상세히 밝혀왔다. 우선 에어샌딩 갱생공법을 적용하려 했던 점이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SH공사 측은 금속 배관을 습식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사용하면 재료와 관계없이 궁극적으로 부식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떠한 재료나 시공 방식이라 하더라도 근본적 방안이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모든 건축물과 설비는 유지o관리가 필수라는 대전제에서, 에어샌딩 갱생공법은 스프링클러 동관의 적절한 유지ㆍ관리 방법으로 하자를 저감시키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SH공사 측은 동관 소재 선택 부분에 있어서도 현재 시행중인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소방청고시 2017-1호, 2017.7.26.)를 근거로 배관 내 사용압력이 1.2㎫ 미만일 경우, 배관용 스테인리스강관 또는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 등과 함께 이음매 없는 구리 및 구리합급관을 배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부분을 강조했다.

이미 적절하게 설치돼 있는 배관과 신규로 시공하는 배관은 서로 다른 문제로, 전자는 공사 완료 후 보수에 해당하는 문제이며 후자는 시공 과정에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SH공사 측은 전면 교체(철거 후 재시공)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대안적 보수방법에 의해 이를 대신하거나 갈음할 수 있다면, 전면 교체(재시공)만이 가장 합리적인 보수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SH공사 관계자는 “적절한 대안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입주자와 사업주체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전면 철거 후 교체 시공만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히 SH공사 측은 M자형 시공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며 “모든 설비에는 그에 맞는 방식의 유지ㆍ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시공과 유지ㆍ관리는 별개의 문제로 스프링클러 배관에 대한 적절한 방법의 유지ㆍ관리를 통해 하자를 저감하고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M자형 시공과 적절한 유지ㆍ관리의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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