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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3기 신도시 ①] 3기 신도시 선정 둘러싼 논란 어떻게 될까

해당 지역 주민들 “결사반대”…정부와 법정공방 등 진통 예상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 3기 신도시 정책을 발표했다. 1, 2기 신도시에 이어 또 다시 수도권에 대규모 신도시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번 3기 신도시 정책은 입지 선정부터 발표까지 약 3개월 만에 이뤄지면서 해당 지역주민들은 이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정책이 발표된 후에야 관련 사실을 알았다.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 부족한 토지보상금 등도 주민들에겐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실제로 하남 교산지구, 남양주 왕숙지구 등에서는 주민 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조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경기도 하남시 교산지구 입구인 춘궁동 일대에는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현수막엔 상당히 자극적이고 전투적인 말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회주의식 공권력 철폐하라’, ‘피맺힌 생존권 강탈하지 마라’ 등의 구호가 교산지구 입구 밖 약 2km까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교산지구 주민들의 반대 구호는 강동·송파구로 이어지는 서하남 입구까지 줄을 잇는다. 3기 신도시 지역에서도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는 하남 교산지구 주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경기도 하남시 춘궁동에 위치한 서부농협 건물 2층엔 3기 하남교산 신도시 공공택지지구 대책위원회 사무소가 위치해 있다. 건물 상단에는 노란색 배경의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민동의 없는 개발계획 결사반대’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사무실로 올라가보니 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는 약 8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 부위원장, 고문, 감사, 사무국장, 기획총무, 재정총무, 분과위원장, 대의원 등으로 구성된 이곳은 법적 대응을 위해 전문 변호인도 섭외했다. 향후 체계적인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함이다.

교산지구 주민들은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 발표 1분 전에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만히 있다가 ‘내가 사는 지역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고?’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하남 지역 국회의원조차도 발표되기 40분 전에야 사실을 통보받았다.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열릴 시간적 여유는 당연히 없었다.

지역 국회의원조차 신도시 발표 직전에 알아

석철호 대책위원장은 “정부가 갑자기 3기 신도시 정책을 발표한 후 이 지역의 유관단체장들, 통장, 주민자치위원장, 새마을 회장, 방위위원장 등을 긴급 소집해 임시추진위원회를 설립했고 일주일 만에 발대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가 발표되고 발 빠르게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교산지구 주민들은 ‘절대 수용불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3기 신도시 절대 반대를 목적으로 국민권익위원회와 하남시청에 이의신청서를 내고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적으로 세밀하게 대응하고자 변호사를 선임해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주민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도시 정책 발표도 무효라고 주장한다. 석 위원장은 “주민들에게 귀띔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며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발표하기 40분 전에 전화로 통보했다고 하는데 완전히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정책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3기 신도시와 관련한 정보를 하나도 알지 못했기에 여론 수렴이나 공청회 기회도 갖지 못했다. 그는 이어 “이 넓은 곳에 있는 묘소를 모두 파헤치는 개발 정책을 어떻게 의논 한 번 없이 진행할 수 있느냐”며 “이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하는 정책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산지구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정책 발표를 접하고 ‘청천벽력’과 같은 마음을 느꼈다고 전한다. 교산지구의 대부분은 그린벨트로 수십 년간 묶여 있던 곳이어서 주민들이 소유한 토지 가격도 형편없이 떨어지는 곳이다.

교산지구 주민들은 국가가 그린벨트를 갑자기 해제하고 고층 빌딩을 만들어 수조 원의 이익을 편취한다고 생각한다. 석 위원장은 “주택난 해소라는 미명하에 2000년 고도(古都)의 역사를 가진 지역에서 사는 분들이 풍비박산돼 쫓겨나게 됐다”며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쫓겨나는데 양도세도 내야 하는 판”이라며 굉장히 적은 보상금으로 타 지역으로 가서 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 하남 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및 부위원장
교산지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신도시 계획을 환영하는 지역 주민들은 없다. 현재까지 찬성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봤다는 설명이다. 대책위는 ‘3기 신도시 발표 전면 백지화’를 주장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3기 신도시 정책을 밀고 나갈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을 마련했다. ‘지역 개발권’을 주민에게 달라는 것이다.

석 위원장은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하게 되면 우리가 개발에 직접 참여해서 그 이익을 주민도 나눠 가져야 한다”며 “개발 사업권을 우리에게 준다면 우리가 건설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정부가 개발하겠다는 도면대로 시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시행을 지역 주민이 할 때 딸려 오는 수익을 함께 나눠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발 이익금도 이 지역을 위해 투자할 수 있고, 주민들도 이익을 얻으며 국가가 원하는 정책도 할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주민들 “개발 사업권 주면 정부에 협조할 수도”

개발되는 신도시 지역의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것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엔 “그것 가지고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반응했다. 석 위원장은 지난 1, 2기 신도시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에게 보상도 형편없이 됐고, 고향을 떠나서 모르는 곳에서 살다 보니 연세 드신 분들은 병이 들고 치매도 찾아 왔다”며 “이웃과 가족같이 지내다가 다른 곳으로 가서 사니까 우울증과 치매가 온 것”이라며 지난 1, 2기 신도시 주민들이 입은 피해를 부각했다.

대책위원회는 지역의 여러 협의회로 구성돼 있다. 현수막도 각 협의회가 걸어 놓은 것들이다. 공공택지지구 대책위원회, 춘궁동 바르게 살기 협의회, 통장단 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방위협의회, 체육회 등등 연관 단체도 상당히 많다. 대책위원회엔 이렇게 관변단체가 다 소속돼 있다. 문화유산보존을 위한 시민위원회는 교산지구의 백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그들은 문화재청에 역사문화를 지켜야 하는 이유와 보존 가치가 있는 지역을 수호하기 위한 문화지킴이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와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김상호 하남시장은 경기도의 한 지역지와의 인터뷰에서 교산지구의 콘셉트를 역사와 문화, 자연, 일자리가 함께하는 역사문화 자족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단순한 서울의 주거용 배후도시가 아닌 경기도의 중심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는 뜻이다.

대책위원회의 반응은 정반대다.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발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석 위원장은 “정부 정책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처음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 협의해야지 사회주의 국가 식의 일방적인 정책은 아무리 올바른 정책이라고 해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아무리 올바른 국가 정책이라 할지라도 주민과의 협의와 의논, 주민의 동의가 없는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석 위원장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지역의 국회의원이 찾아와 고충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도 “국토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연락도 없고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남양주 왕숙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왕숙지구 대책위원회도 ‘절대 수용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들이 전면백지화를 주장하는 이유도 유사하다. 남양주 왕숙지구 일대는 48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제대로 된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했다. 왕숙지구 주민들은 이제 보상금을 받고 완전히 떠나야 하는 데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이종익 대책위원장은 “이곳의 토지가 그린벨트로 주변시세보다 상당한 저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여길 떠나더라도 헐값이라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왕숙지구 주민들도 3기 신도시 정책 발표 이전엔 전혀 낌새를 알지 못했다. 이 지역 국회의원도 40분 전에 통보받았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의 심정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두들겨 맞은 격이다.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3기 신도시가 발표되면서 왕숙지구 주변 토지 시세는 한 달 만에 20~30% 올랐다. 따라서 적은 보상금으로는 주민들의 주소지 근방에서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내쫓기는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지역개발권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위원장은 “과연 정부가 개발권을 주려고 하겠느냐”며 “요구에 불과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동감은 하지만 정부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대책 없이 내쫓는 것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왕숙지구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이주할 때도 양도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곳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쫓겨나는 상황에서 근거리로 이주할 수도 없고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것에 대한 상실감도 크다. 이 위원장은 “신도시가 건설되는 것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 발전에 좋을 수도 있겠지만 원주민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남양주 왕숙지구 대책위원회도 끝까지 결사반대 입장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지구지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된다”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토지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준다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더라도 덜 억울할 텐데 그것도 아니기에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대화와 소통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이런 사태를 보면 말뿐인 것에 불과하다”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전에 신도시 개발로 토지가 수용되는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도시 발표와 관련한 철통보안 유지는 과거에도 비슷했다. 밀실에서 정책이 결정되고 발표되는 이유는 부동산 투기세력이 해당 지역을 선점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이렇게 신도시 입지선정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것이 정책 입안자들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신도시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면 지역 주민의 참여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3기 신도시와 같이 신속한 결정에서는 불가능한 과정이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 관계자는 국민의식 수준이 상당히 많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어떤 부작용이 있어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다 된다는 개발 위주 정책으로는 어떤 국책사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신도시 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를 불안정한 부동산 가격으로 봤다. 박 위원은 3기 신도시 정책에 대해 “서울 주택 수요가 워낙 높다 보니 그걸 분산시키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라며 “서울 집값 잡기용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3기 신도시 정책이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해 박 위원은 “3기 신도시가 조성되면 주택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은 나중에 주택 수요와 공급이 얼마나 맞을지,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얼마나 충족할지, 광역교통망이 조기에 설치될 수 있을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는 단기적인 물량 압박에 의한 부동산 약세 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지만 편의시설이나 교통망이 좋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에 또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는 이유에 대해 박 위원은 “정부가 주택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펼치는 강공책”이라며 “전체적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3기 신도시 건설을 위한 조건으로는 “사회간접자본과 자족기능의 확충, 광역교통망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면서도 “주택 공급 분산, 인구 분산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 하남 교산지구 일대에 걸려 있는 3기 신도시 반대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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