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개발 속도조절 필요…서울 재개발ㆍ재건축도 병행 검토해야”

3기 신도시 정책이 발표된 지 50여일이 지났다. 3기 신도시 정책에 관한 여러 평가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3기 신도시가 서울 집값 잡기용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수도권에만 세 번째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면서 수도권 과밀 현상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년이 넘도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고 서울특별시 주거환경개선 정책자문위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지닌 도시주거 분야 전문가다. 김 의원을 만나 3기 신도시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수도권에 또 신도시 정책이 나왔다. 이런 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뭔가.

“수도권에 집이 부족하다는 점이 원인이다. 주택이 양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부족하다. 주택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신도시 건설이다. 공급이 부족한 곳은 서울인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정상화할 생각이 없는 정부로서는 서울 내에 공급을 확충할 만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본다. 그래서 신도시 정책을 급조해 내놨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대규모 개발 정책으로 관심을 돌리겠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현 정부는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투기꾼 탓만 했다. 시장의 문제를 투기 수요에서 찾고 수요를 억누르는 기조 일변도의 정책을 펼쳐온 것이다. 사실 2017년 서울 지역 주택 순증량은 지난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3기 신도시 정책을 내놨다. 지금 서울 외곽에 신도시를 공급을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서울 도심의 30년 된 주택을 재개발하는 것은 모조리 못하게 하고 기존의 외곽에 있는 그린벨트에 새롭게 개발하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시대와 다를 것이 없다. 낡은 주택을 재정비하는 공급 수단을 놔두고 밖에다 새로운 개발을 하는 것은 현 정부의 경제철학과 맞지 않을뿐더러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

- 3기 신도시 계획이 1기 2기 신도시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3기 신도시가 서울과 거리가 가장 가깝다. 1기 신도시가 서울과 5km, 2기는 10km인데 3기는 2km다. 또한 어느 때보다도 건설 시기를 빠르게 잡았다.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금은 3기 신도시 지역에서의 반발도 심하다. 1,2기 신도시는 주택을 먼저 건설하고 기반시설을 깔았다. 3기는 기반시설도 함께 건설하겠다고 했는데 재정적 여건도 무리다. GTX-B 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배제됐다. 3기 신도시와 가장 연관성 있는 부분인데도 말이다. 신도시 개발에 대한 조급함이 앞서는 모양새다. 2기 신도시는 20년 가까이 건설되고 있는데 3기는 8년이다. 사업비를 보면 수용인구 1인당 1억원이 넘는다. 주택 수도 전에 비해 적다 보니 수용인구도 적다. 주택문제 해결책으로 보기엔 ‘가성비’가 낮다는 것이다. 1기는 1인당 사업비용이 약 900만 원이었고 2기는 약 6000만 원이었다.”

3기 신도시는 ‘서울 집값 잡기’ 정책

- 3기 신도시 정책이 서울 집값 잡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사실상 서울 집값 잡기 정책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로 서울의 수요를 옮겨가도록 한다는 것인데 사업이 2027년에야 마무리된다. 그 전까지 주택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 당장 서울 집값을 잡는 데 효과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적기에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1,2기 신도시 인구가 3기 신도시로 이동해서 오히려 수도권 과밀현상을 부추길 것이다. 1,2기 신도시도 노후화되고 있다. 1기 신도시 경우 재건축도 어렵고 리모델링 사업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 2기 신도시는 계속 진행 중이다. 2기 신도시보다 더 좋은 입지에 있는 3기 신도시로 수도권의 주택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다. 오히려 충청도 사람들까지도 더 유입시킬 수 있다. 결국 서울의 주택 수요 분산이 아니라 1,2기 신도시의 주택 수요가 역으로 밀집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 3기 신도시 입주 시 교통망을 완비하기 위해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2배 이상으로 투입하고, 2년 빨리 교통대책을 수립한다고 한다. 정책 추진에 필요한 관련 예산은 문제 없는가.

“문제가 많다. 사실 3기 신도시와 관련한 정확한 예산은 밝혀진 바가 없다. 현재 추정하기로 도시당 약 7조 5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대략적인 총 사업비는 30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광역교통망 구축 비용이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고, 토지보상비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추정치가 사용됐기에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광역교통망 구축 비용도 지자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3기 신도시의 성패를 좌우할 노선은 인천과 남양주를 연결하는 GTX-B 노선인데, 이번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에서 최종 제외되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반면 GTX-C 노선은 예타를 통과해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 3기 신도시가 베드타운 역할의 배후지역이 아닌 자족 신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지.

“자족 기능을 갖추려면 토지확보와 더불어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함께 가야 하고 지자체의 협조도 상당히 중요하다. 자족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지 않아도 직장, 교육, 문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돼야 하는데 사실 일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 정부가 신도시 지역에 도시지원시설 용지를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보해 벤처기업 시설과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도시형 공장 등을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효과를 낼지 지켜봐야 한다. 사실상 신도시 중에 자족 기능을 완전히 갖춘 곳은 판교 신도시밖에 없다. 그만큼 자족 기능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판교도 주택 공급을 하고 기업이 들어오다 보니 자족 기능을 갖추는 데 여러 번 실패했다.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개발이 필수적이다. 일부가 옮겨가고 성공사례가 확산되면 기업들이 이어서 들어와야 하는데 3기 신도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인위적으로 기업을 이전시켜야 하는 방법밖엔 없는데, 기업들이 정부가 옮기라고 한다고 옮겨 가겠는가.”

- 3기 신도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하남 교산지구의 경우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토지에 대한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하는데. 그들의 불만을 해소할 현실적 방안이 있는지.

“실제 하남 교산지구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일부분 합당한 요구로 보이기도 한다. 수십 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땅이 낮은 보상가격으로 강제 수용되고 쫓겨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은 부분이다. 3기 신도시 사업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이유는 토지보상비용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급격히 인상했는데 토지도 마찬가지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토지보상금은 지속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있는데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시가격을 높이고, 토지수용을 당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개발계획으로 주변 땅값이 오르다 보니 더 외지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린벨트 같은 경우는 30년 이상 개인재산권이 침해된 부분이다. 주민들에게 공청회라든지 의견수렴 절차는 없었다. 졸속으로 이뤄지다 보니 국민들의 의식수준에 맞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데, 이번 정책은 그렇지 않았다.”

-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 지역의 개발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함께 개발에 참여해서 신도시 건설에 따른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건데, 관철될 수 있는 요구인가.

“3기 신도시가 전체로 보면 수익이 날 수 있지만 개별적으로는 손익구조가 다르다. 기반시설 투자는 막대한 금액이 들어간다. 정부의 보전을 받아서 사업을 해야만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또 정부는 이익이 나는 곳에서 최대로 이익을 내고 손해는 보전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공감이 가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지역개발권을 줘서 해결될 것은 아니다. 개발권을 허용한다면 천문학적인 광역교통시설 건설비용 분담금도 내야 하는데 그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민간에 개발권이 넘어가면 난개발이 조장될 수도 있다. 어떤 범위까지 개발권을 인정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개발 사업의 수익을 추정하고 그 차익만큼 채권을 발행하는 지방채라는 게 있다. 광역교통시설 건설비용 분담금을 이런 금융기법으로 세대를 나눠 분담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아직 도입하지 못하는 것은 광역교통시설에 대한 세대 간 분담에 대해 별로 정책적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에 개발권 주는 것은 타당성 낮아

- 3기 신도시 발표 전까지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전혀 몰랐다. 여론수렴의 기회가 있었을 텐데 절차를 생략하고 발표한 이유는?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급하게 꺼낸 카드가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이기 때문이다. 당초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은 더 이상 없다고 한 국토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속전속결로 추진해 불협화음도 컸고 사업 성공에 대한 우려도 크다. 3기 신도시는 지난해 9월에 예고한 후 3개월 만에 입지가 선정됐다. 내년 하반기까지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1년엔 주택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입지 선정 후 분양까지 2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성공한 판교신도시는 지구 지정 이후 개발 계획 확정까지 3년, 분양은 이후 1년이 지난 후에 시작된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빠른 속도다.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논의할 시간조차 없었다.”

- 이미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공급률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아는데, 왜 대규모 택지를 또 조성하는 것인가.

“사실상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다.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2017년 서울의 멸실(滅失) 주택과 신규 공급 주택을 합산한 주택 순증 물량은 10년 내 최저 수준이었다. 2017년에 서울에 6만 8782가구가 새로 완공돼 입주했다. 서울 주택 순증분은 2만 1424가구였으니 4만 7358가구가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주택공급이 부족한데도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재건축 규제를 정상화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필요한 곳에 주택을 공급하지 않고 또 다시 서울 외곽에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도심이 비면서 황폐화된다. 지금 서울 도심은 인프라도 훌륭하고 사회적 자산이 많다. 이곳을 방치한 채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이 맞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2031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설 텐데, 새로운 신도시를 조성하게 되면 인구 감소 시기와 주택 과다 공급 등의 문제와 맞물려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 연혁 (김현아 의원실 제공)

- 이번 정책으로 인구, 산업 등이 수도권에 계속적으로 과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해 온 지역 분산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방의 혁신도시에 가보면 성공과 실패의 두 가지 측면을 볼 수 있다. 공공기관 중심의 신도시 도심들은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다. 혁신도시가 도심에 만들어지기보다 외곽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심이 비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은 인구 분산 정책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문제도 걸려 있고, 병원이나 학원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혁신도시로 내려갔다가 그 근처의 대도시로 옮겨가는 ‘J턴’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 예산을 광역교통망에 쏟아 부은 것도 세금 낭비다. 사실상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의 주택 수요가 이동하는 것에 그칠 확률이 크다. 3기 신도시로 빠져나간 1,2기 신도시의 주택 수요는 근처의 수도권에서 옮겨온 수요가 메울 것이다. 결국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는 것에 불과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 서울에 밀집된 인구가 3기 신도시로 획기적으로 분산될 수 있을지.

“쉽지 않을 것이다. 광역교통망의 문제가 크다. 3기 신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개발 영향에 따른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1, 2기 신도시 주민들도 반대하고 있다. 3기 신도시가 개발된다고 해도 경제력이 안 되는 젊은 층은 가기가 어렵다. 3기 신도시로 나가는 사람들은 주로 50~60대일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나가고 싶어도 여러 걸림돌이 있다. 정부는 재개발 및 재건축도 못하게 하며 양도세를 많이 부과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9억원 이상이면 1가구 1주택의 경우에도 높은 양도세를 내야 한다. 획기적인 인구 분산 정책은 인구 재배치다. 서울 지역에서 재개발, 재건축을 하면 해당 주민들은 일정 기간 나가서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1, 2기 신도시 인구가 훨씬 더 채워질 수 있다. 나아가 3기 신도시 인구도 점진적으로 채워질 수 있다.”

- 성공적인 3기 신도시 건설을 위한 필수조건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서울의 재건축 및 재개발과 함께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서울에 은퇴 연령층이 서울의 자산을 처분하고 외곽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인이 있어야 한다. 그 자리에 젊은 층이 직장생활을 영위하며 서울에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겨야 한다.”

- 3기 신도시 정책에서 보완할 점은?

“서울시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서울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재건축이 시작되면 대규모 인구이동이 발생한다. 3기 신도시가 받아주면 더 좋다. 3기 신도시가 갑자기 자족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재건축 이주민들을 받아주고 점차 자리를 잡으며 인구의 순환과 재배치를 할 수 있는 일종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