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거점도시 등 거창한 청사진…일부 신도시는 ‘베드타운’ 전락 비판도

1기 신도시에 해당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모습

정부가 지난해 12월 3기 수도권 신도시 입지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3기 신도시에 앞서 추진된 1, 2기 신도시 개발 정책은 어떤 성과를 낳았을까.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며, 대체로 국토 및 지역 개발과 대도시 주택문제 해결 등 두 가지 정책목표에 의해 추진됐다. 국내 최초의 현대적 신도시는 1960년대 개발된 울산 신시가지다. 이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시 영동지구 및 여의도 등이 신도시로 개발됐다.

서울로 집중되는 인구의 분산과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이른바 ‘수도권 신도시’ 개발 정책은 1980년대 말에 처음 시작됐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건설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개의 ‘1기 신도시’가 첫 주자였다.

1988년 올림픽 이후 발생한 주택난과 부동산 투기가 주택가격 폭등을 유발하자, 당시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 호 건설 목적으로 수도권 5개 신도시를 개발했다. 서울에서 20km 이내에 있는 5개 신도시에 택지를 개발하여 29만 2000호(수용 인구 117만 명)의 주택을 공급했다.

주택 200만호 공급 목표로 건설된 1기 신도시

1기 신도시 개발 이후 기반시설 부족과 난개발, 주택가격 급등 등 문제가 야기되자 대규모 계획도시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이에 정부는 2001년부터 2023년까지 2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성남 판교, 화성 동탄, 김포 한강, 파주 운정, 광교, 양주, 고덕, 서울시 송파구 위례, 인천 검단 등이 2기 신도시들이다. 2기 신도시는 총 139㎢의 택지에 17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66만 호의 주택을 공급했다.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군포시 산본,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등 5개의 1기 신도시는 업무, 주거, 상업, 공공 청사, 체육시설 및 공원, 녹지 등 생활편의시설이 완비된 도시를 지향한다는 계획 아래 건설됐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분당신도시는 수도권의 주택난을 줄이고 고용창출 시설 유치로 자족적인 경제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시설 유치와 고용인구의 도시 내 거주를 통하여 서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족적 경제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분당과 주변도시를 연결하는 총 51.3km의 도로망 및 전철 개통으로 편리한 교통 체계도 갖췄다.

일산신도시는 서울 북부지역 개발과 남북통일 대비 거점도시 개발이라는 목표도 있었다. 일산은 통일, 외교, 관광, 문화 등 다양한 도시기능을 수용하고 호수공원 등 충분한 녹지공간을 확보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된 전원도시로 조성됐다.

산본신도시도 수도권 인구분산과 다양한 주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됐다. 안양과 연결되는 신도시로 건설됨으로써 군포시의 도시기능이 대폭 제고되었고, 서울 및 인근 지역의 인구를 유입하는 효과가 있었다.

중동신도시는 총 545만 6000㎡의 면적을 삼분하여 토지공사, 부천시, 주택공사가 합동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곳은 북측으로 경인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남측으로는 경인전철과 접하는 등 서울 및 인천 방향으로의 교통이 편리하다. 중동신도시 개발은 부천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컸으며, 부천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의 양적, 질적 수준 향상에 이바지했다.

평촌신도시 건설은 1980년대 초부터 검토됐으나 광역교통시설 투자가 병행되어야 하는 입지여건 탓에 개발이 보류된 바 있다. 평촌은 서울 남쪽 안양시 지역에 있으며 과천시 남측과 접하고 있다.

서울 집값 잡기 위해 시작된 2기 신도시

2기 신도시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서울 집값의 급등을 막기 위해 건설한 12곳의 신도시를 지칭한다. 성남시의 판교신도시, 오산시의 세교신도시, 화성시의 동탄1·2신도시, 김포시의 한강신도시, 파주시의 운정신도시, 수원시·용인시의 광교신도시, 양주시의 양주신도시, 서울특별시 송파구 및 경기도 성남시·하남시의 위례신도시, 평택시의 고덕국제신도시, 인천광역시 서구의 검단신도시, 충청남도 천안시·아산시의 아산신도시, 대전광역시 서구·유성구의 도안신도시 등이 해당한다.

2기 신도시는 서울 등 주변지역과의 교통체계 구축 및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함과 더불어 수도권의 인구 과밀을 없애기 위해 조성됐다. 현재 2기 신도시 가운데 개발이 완료된 곳은 김포 한강, 대전 도안 등 2곳이다. 사업 진행이 가장 늦은 곳은 양주신도시로 2025년 개발 완료 예정이다.

판교신도시는 서울과 20㎞ 거리에 있고 기존 신도시인 분당과 인접해 성장성이 높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안랩, 한글과컴퓨터,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등 유명한 정보기술(IT) 및 게임 업체들이 대거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서 IT 산업단지 명성을 얻었다.

동탄1 신도시는 서울로부터 약 40㎞ 거리에 있고 북쪽으로 수원시, 동쪽으로 용인시, 서쪽으로 화성시, 남쪽으로 오산시와 접하고 있어 수도권 서남부권의 거점도시로서 성장 잠재력이 있다. 동탄2 신도시도 수도권 서남권의 광역거점도시 기능을 분담할 수 있다.

서울, 인천, 일산 등과 인접한 김포한강신도시는 서울과 약 26km 거리에 있으며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이 인접해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교통 요충지로 성장 중이다.

파주운정신도시는 낙후된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생활거점을 형성하고 남북 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개발됐다. 파주운정신도시는 자유로, 서울외곽순환도로가 근접해 인근 도시로의 접근성이 양호하다. 또한 서울로의 접근이 쉬운 지역으로, 통일을 대비한 남북 교류 거점도시로서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

광교신도시는 수원 구시가지의 도시기능 재배치와 수도권 남부지역의 체계적인 재정비를 통한 균형개발과 서울에 집중돼 있는 주택수요 분산을 위해 개발됐다. 수원 동북부와 용인 서북부에 있는 수도권 남부 중심지역으로서 성장 가능한 지리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양주신도시(옥정·회천)는 수도권 북부지역의 주거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난개발을 막는다는 취지로 조성됐다. 해당 지역은 서울 중심으로부터 30Km, 의정부와 동두천의 중간 지점에 있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강남 지역의 중대형 주택 부족으로 말미암은 주택시장 불안을 없애기 위해 강남 지역과 근거리에 개발된 곳이다. 서울시 동남권의 새로운 중심지역으로 성장 가능한 위례신도시는 양호한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밖에 미군기지 재배치 및 이전 계획에 따라 평택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외국인과 공존ㆍ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모델인 고덕국제신도시, 수도권의 균형개발을 도모하고 인천-김포-고양-서울을 연결하는 서북부지역의 거점도시인 인천 검단신도시, 대전광역시 서남권역의 중심지역으로서 성장 가능한 지리적 장점을 가지고 있는 대전 도안신도시, 경부고속철도 천안아산역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인구 및 기능의 분산 수용을 위한 거점 신도시인 아산신도시 등도 2005년~2015년 사이 개발이 시작됐고, 일부 지역은 현재도 개발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판교테크노밸리는 2기 신도시 계획에 따라 조성됐다.

1, 2기 신도시 건설했지만 여전히 서울 선호

그렇다면 1, 2기 신도시 개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1, 2기 신도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실장은 "지역 경제의 자족성이 부족하고 생산기반이 부족하다. 1, 2기 신도시의 경우 집이 먼저 세워지고 교통망, 단지 내 시설, 학교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문제점이 생겨났다"며 "1기 신도시에 비해 2기 신도시는 더욱 수도권 외곽 지역에 많이 조성돼 접근성이 떨어지고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망 연계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여전히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 강남권에 몰리고 있으며, 질 좋은 일자리도 서울 중심부에 집중돼 있다"며 "판교신도시 외에는 주변도시와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주택공급 중심 신도시였기 때문에 3기 신도시는 자족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교통망 조성 후 개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2기 신도시는 대부분 지역이 서울과 너무 멀 뿐만 아니라 교통 인프라도 미흡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기 신도시는 서울에서 반경 20km 이내 건설됐는데, 2기 신도시는 판교, 위례를 제외하고 서울에서 30~40km 떨어진 거리에 건설됐다.

특히, 위례신도시는 광역교통 대책이 10년째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과천을 거쳐 수도권 남북을 연결하는 위례과천선도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했지만 한 차례 반려되면서 재신청을 앞두고 있다. 또 김포한강신도시는 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며, 양주신도시 중 옥정지구는 지하철도 없고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향하는 광역버스조차 없다.

2기 신도시 중에는 편의시설이나 체육시설 등이 부족해 단순 베드타운이라는 불만이 입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일부 신도시는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다.

자유한국당 원내 부대표이자 주거문제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도 1, 2기 신도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1, 2기 신도시 모두 베드타운 양산이었다. 주택의 양적 공급 때문에 시행한 것인데 2기 신도시 개발 콘셉트가 3기 신도시와 같다"며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을 펴고 2기 신도시를 만들었다. 서울 내에 재개발, 재건축을 억제하고 '지역 균형개발'이라는 이유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3기 신도시 정책 역시 2기 신도시 정책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3기 신도시 정책이 (2기 신도시 정책과 비교했을 때) 광역교통망에 대한 계획만 미리 발표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 수단은 마련된 것이 없다"며 "10년 전 정책의 되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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