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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도입...버스업계 파열음

자동차노동조합연맹 ‘버스 총파업’ 예고
오는 6월이 되면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버스사업은 육상운송업으로 특례업종에 해당돼 올해 6월까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유예받는다. 이에 따라 버스운수 회사들은 노조의 임금을 보전하고 기사를 충원해야 하는 등 금전적인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버스회사들이 인건비 부담 등 내부적으로 수익성을 맞추지 못하면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노련은 노사간 합의를 찾지 못할시 오는 15일부터 버스 운행을 전국적으로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버스 기사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

서울시 버스노조 등이 속한 자동차노련이 총파업에 들어가면 전국의 노선버스 2만여 대는 운행을 중단하게 된다. 지난달 29일 자동차노련은 전국의 버스운전기사들이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자동차노련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근무일수 규제로 연말까지 신규 인력 1만 5000명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7월 후 신규 채용자는 125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인력 보충이 필수적이지만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국 버스사업장 479개 중 234개 노동조합이 이번 쟁의조정 신청에 참여했다. 2만여 대의 버스와 약 4만 1000명의 버스기사가 대상이어서 파업 시 교통대란이 예상된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버스 운행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대대적인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 정부는 오는 7월 1일까지 7600명, 연말까지 1만 5000명을 보충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수요만큼 기사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5000명 이상의 기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1200여 명을 뽑는 데 그쳤다.

  • 지난 29일 동해상사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자 속초시와 고성군이 비상수송 버스를 긴급 투입했다. 연합
교통대란 현실화되나

자동차노련은 쟁의조정에 이어 오는 8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파업 투표가 찬성으로 결론나면 버스 총파업에 돌입한다. 자동차노련 위성수 정책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8~9일에 거쳐 이틀간 진행되는데, 현장 조합원 입장에서는 본인의 생활수준과 임금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에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찬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다른 노사 분규와 다른 점은 협상 대상에 지자체도 얽혀 있다는 점이다. 요금 인상이나 노선 조정에 관한 권한은 각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별로 재정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노사정 협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위성수 정책부장은 “기본적으로 교섭대상자는 사용자(사측)다. 버스 요금에 대한 결정권한과 재정 지원이 지자체에 있다보니 노사간 협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노사정간의 논의 구조를 가져가면서 지역별 교섭을 풀어내는 동시에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노동조건에 관련한 교섭을 진행하고, 중앙정부와 국회에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의 버스요금 인상을 유일한 해법으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체장들의 정치적 판단 때문에 버스 요금 인상이 지체되고 있다. 적자폭이 큰 경기도에서는 실무진 사이에 ‘요금 인상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이재명 경기지사의 강한 반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노련이 요구하는 인력보충을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극적인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이는 까닭이다.

준공영제 주장 이유

자동차노련은 버스업체의 준공영제를 주장한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대중교통 사업성을 개선하고, 예산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 정책부장은 “길게는 요금이 7년간 동결한 지역이 있고, 수도권은 4년이 넘었다. 지자체의 원활한 재정지원 등으로 버스교통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준공영제 도입을 위해선 많은 예산이 필수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재정 여건이 좋은 지자체가 아니면 실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동차노련의 입장은 다르다. 대중교통 수익금 일부를 지자체가 가져가기 때문에 운영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위 부장은 “현재 적자운영의 가장 큰 이유는 환승할인 제도인데 준공영제가 시행되지 않는 곳에서도 환승제가 시행되고 있다”라며 “정부의 정책으로 환승할인, 청소년 할인은 물론 승객이 적은 벽지노선도 운영된다. 정부는 국민들의 교통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손실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환승할인 비용 일부분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올라갈수록 교통혼잡도는 개선된다. 하지만 환승이 많아질수록 지자체의 손실은 커진다.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국가정책으로서 합리적이지만 지자체에겐 재정적인 어려움이 발생하는 구조다. 위 부장은 “지난 10년 간 국민개개인의 교통비는 상승하는데 대중교통 이용료는 거의 10여 년간 변동이 없다. 환승시스템으로 비용자체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환승비용의 일부를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민간과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덜어진다”고 말했다. 자동차노련은 프랑스처럼 교통세를 지방으로 일부 가져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52시간 조급증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버스업체는 기사를 급하게 추가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 버스를 운전한 경력 기사들이 한정돼 있어 초보 운전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버스업체는 “소형 마을버스 등을 운전하고 대형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맞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원활하지 못한 공급과 승객의 안전을 우려했다. 성급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버스업체와 기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라는 성토가 들리는 까닭이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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