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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원전 열출력 사고, 인재(人災) 결론… ‘관리·감독·대처’ 총체적 부실 드러나

지난달 10일 발생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열출력 급증 사고는 ‘인재(人災)’로 결론이 났다. 정부 조사 결과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하면서 근무자들이 원자로 출력 계산을 잘못했다. 또 원자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제어봉 조작도 미숙했던 것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한수원의 원자력안전법 위반행위와 안전절차 미준수 등 부실 운영 정황도 발견됐다.

제어봉 인출 시 잘못된 계산·제어봉 조작자 조작 미숙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달 24일 오전 전남 영광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그동안 원전 사고 관련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관까지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해왔다. 이에 대해 사고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소장 등 관련 책임자 3명을 즉시 즉위해체까지 하면서도 “원안위 발표처럼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달 20일 첫 발표에서 “다행히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국내 원전사건 중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9일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정기검사에서 86개 항목의 임계 (원자력 발전을 위한 핵분열 반응이 안정적,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태) 전 시험을 완료한 상태였다. 한빛원전 측은 임계 도달 후 제어봉 제어능(DCRM) 시험을 했는데, 1차 시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붕소희석법 및 제어봉 교환법’이란 방법으로 바꿔 시험을 진행했다.

이튿날 새벽, 제어봉 그룹 사이에 2단계의 위치 편차가 발생했다. 또 이를 조정하고 다시 시험하는 과정에서 1개 제어봉에 12단계 편차가 생겼다. 52개로 구성된 제어봉은 모두 같은 높이로 상승ㆍ하강해야 하는데, 이상이 생긴 것이다. 한빛1호기는 지난 2005년 DCRM을 개발한 이후 14년간 이 방법으로만 시험해왔다. 이번에는 DCRM을 3회 실시했는데 제어봉을 삽입할수록 반응도가 줄어들지 않고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수원은 이 현상의 원인을 찾기 어려워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으로 시험방법을 바꾸기만 한 것이다. 당시 현상의 원인은 이번 중간결과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당시 근무자들이 이걸 해결하기 위해 제어봉을 한 번에 100단까지 인출한 것인데, 계획예방정비 기동 운전경험이 없는 운전원이 책자표를 잘못 읽어 계산을 실수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며 “이 때문에 열 출력이 순식간에 18%까지 급등하고, 경보음이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제어봉은 원자로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반응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핵연료 교체 후 원자로가 안전한 출력운전을 하기 위해 제어봉이 원자로 출력을 설계된 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 반드시 시험해야 한다. 시험 방법에는 ‘동적 제어봉 제어능 시험(DCRM)’과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 두 가지가 있다. 두 가지 모두 원안위의 승인을 받은 시험 방법이다. DCRM은 제어봉을 연속적으로 넣었다 빼며 측정되는 노외계측기 신호를 반응도 계산기에 연결해 자동으로 반응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반명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은 붕소농도를 조절해 기준 제어봉의 반응도를 측정하고 이후 기준 제어봉 위치를 조절해 측정하고자 하는 다른 제어봉 반응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제어봉 위치 편차 조정은 0단, 100단, 231단에서 이뤄지는데, 시험 당시 한수원은 M6 제어봉의 12단 위치 편차를 조정하기 위해 제어봉 인출을 결정했다. 인출 정도는 원자로 차장의 반응도 계산을 토대로 판단한다. 이번 경우 차장은 제어군 B를 100단까지 인출해도 반응도가 -697pcm(1000분의 1 %)으로 잘못 계산해 열 출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계산한 결과는 390.3pcm였다. 반응도에서 음의 값은 미 임계상태로 출력이 감소하지만 양의 값은 초임계상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성자 수가 늘어 출력이 증가한다.

한수원, 원안위 추가 조사·재발방지대책 마련 예정

문제는 한수원이 원안법을 두 개나 위반했다는 것이다. 원안법 84조에 따르면 원자로는 원자로 조종면허자가 운전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원자로조종감독면허자의 지시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제어봉 편차를 조정하는 과정도 원자로를 운전하는 것이라 면허자가 이를 조작해야 한다. 하지만 제어봉 편차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무자격자’인 정비부서 정비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비원은 제어군 B 인출과 삽입을 4회 반복해 2단 위치편차가 조정된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3회 조작했고, 100단까지 인출하는 과정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독 자격이 있는 면허자의 지시나 감독은 없었다.

또 안전 관련 절차를 어긴 정황도 여럿 드러났다. 제어봉 제어능 시험은 13시간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3개 근무조가 교대로 투입됐는데, 첫 번째 작업조만 ‘중요 작업 전 회의’를 실시했다. 시험 중요작업을 수행하는 중에 근무조가 바뀌면 매번 중요 작업 전 회의를 열어 위험요소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작업회의가 아니라 공정 지연이 주요사항으로 전달되는 등 공정준수만을 중요시한 한수원의 관행도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빛 1호기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로냉각재 내 핵연료가 손상되면 발생하는 제논(Xe), 크립톤(Kr), 요오드(I) 등의 방사능을 확인한 결과 핵연료 손상의 문제는 없었다. 연료봉에서 가장 뜨거운 부분인 핵연료중심선의 온도와 피복재변형률도 안전값 이내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향후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 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하는 종합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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