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6개월 간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지난 1일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재건축·재개발·지역주택조합이 일정 조건(철거 중 단지 등)을 충족할 경우’라는 전제하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후 6개월 내 입주자 모집공고만 끝나면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즉 이주·철거 작업이 완료된 단지들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6개월 내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이 완료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유예된다는 것이다.

김현미 “정부가 후퇴한 것은 아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분양가상한제 유예로 정책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부가 후퇴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여론의 반발 여론에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확대 정책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할 것이라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 장관은 “시행령 개정을 이달 안에 완료할 것”이라며 “개정 직후 관계기관 협의에 들어가 언제라도 (분양가상한제 대상을)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동 단위로 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을 콕 집어 선정하는 ‘핀셋 지정’에 따른 집값 상승 과열이 주변 지역으로 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일부 몇 개 동만 지정하겠다는 취재로 오해할 수 있다”며 “시장 안정을 저해할 정도로 가격 상승 우려가 있는 동은 숫자와 관련 없이 적극적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종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필수요건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서울의 25개 자치구, 경기도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 하남시와 더불어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총 31곳이다. 김 장관은 이 31곳이 과열지구로 선정되는데 필요한 정량요건까지 충족했다며 “국토부가 가진 데이터에 따라 전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과열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더 강력한 안정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분양가상한제에 ‘미니 재건축’도 망연자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미니 재건축’에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시공사 선정 등에서 차질이 생기는 사업지가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방침으로 일반 재건축 재개발과 리모델링을 비롯한 미니 재건축도 진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분양가상한제는 일반 분양 가구수가 30가구만 넘어도 상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일부 진행되던 재건축 사업이 난항에 빠질 수도 있다”며 “한동안 활발하게 이뤄지던 미니 재건축에도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금천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규모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작업이 지지부진하며, 서울시 중랑구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할 시공사도 선정되기까지 6번의 경쟁 입찰을 하는 등 우여곡절 겪었다. 불명확한 입찰지침 등의 논란으로 시공사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부동산업계는 미니 재건축 활성화 대책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미니 재건축’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기존의 정책 기조를 확인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에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예외 없이 적용돼 소규모 재건축에 불리하다는 지적에 대해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주택법에 따르면 30가구 이상의 일반 분양을 하는 주택사업의 경우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사업도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소규모 재건축을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상한제 유예로 서울 지역 재건축조합 분노 잦아들어

‘김현미 장관 사퇴’를 외치며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극렬한 반대 목소리를 내온 서울 지역 재건축조합들은 우선 한숨 돌린 분위기다. 이들은 지난 8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예고되자 착공에 엎서 구체적인 분양 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의 상한제 유예조치에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이며 분양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로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둔촌주공단지의 조합원들은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우려로 구체적인 분양 계획도 세우지 못했지만 법 적용이 빗겨간만큼 내년 4월 이내에 분양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둔촌주공 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상한제 적용 유예조치로 적용 대상에서 비켜가 조합원들은 아주 만족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철거가 80% 이상 마무리돼 이달 안에 철거와 이주가 끝날 것으로 보여 유예 혜택을 볼 수 있다. 일정에 맞춰 분양 계획이 잡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