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 쏟아냈지만 집값 상승 못 막아…실수요 따라 공급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지금, 중간 점수는 어떨까. 문 정부는 총 17차례,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주택 보유자 부담을 강화하는 정책부터 분양가상한제로 공급을 옥죄는 제도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각종 대책이 절대량이 무색할 만큼 집값은 여전히 오르는 ‘규제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서울과 전국의 집값 상승률 격차는 역대 최고로 벌어지면서 집값 상승의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2년 6개월 동안 17차례 부동산 대책 쏟아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이후 총 17차례에 걸쳐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대책 대부분은 세금을 더 부과하고 대출 길을 막고,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수요 억제책’이다. 2017년 8·2 대책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축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다(多)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담았고, 지난해 9·13 대책은 종합부동산세율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 강력한 대책을 쏟아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살고 있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도입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정비 사업을 규제하는 대책도 병행했다. 서울 강남 등의 정비 사업이 주택 시장 전반을 과열시키는 ‘불쏘시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책이 지난 6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다. 정부가 지정한 곳은 시장이 과열된 서울의 강남 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영등포구 27개 동으로, 주택 분양이 주변 집값을 자극할 것으로 판단된 곳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자유 시장에서 정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하면 공급 감소 등의 부작용 우려가 커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 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서울 강남 등의 27개 동에 규제를 적용했다. 규제 단위 지역을 동으로 줄여 ‘핀셋 규제’를 한 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 장관은 이날 “지난 1년간 서울 분양가가 집값보다 4배 이상 오르며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그는 “시장 추이를 보면서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압박 강도, 참여정부보다 强

과거 정부별 부동산 정책들의 큰 흐름을 살펴보면 “완화(김대중)→규제(노무현)→완화(이명박, 박근혜)→규제(문재인)”와 같이 규제와 완화를 반복해왔다.

IMF 이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초기에는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완화정책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IMF 구제금융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경제상황과 부족해진 공급으로 인해 하락기를 거친 후에는 상승세가 나타났다. 2001년부터는 규제정책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가열됐다. 2001년부터 서서히 오르던 부동산 가격은 노 정부들어 폭등했다. 이때 가장 많은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2003년 2기 신도시(판교·동탄·운정·광교·양주·고덕·검단 등)의 추진과 함께 강남 지역의 집값 안정을 위하여 위례 신도시를 추진했다.

특히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많이 비교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장상황이 비슷하고, 주거정책의 기본이념이 서민주거 복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고 바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직면하게 된다. ‘서민주의’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와 ‘서민의 주거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중심의 문재인 정부는 규제 위주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비슷한 환경에 직면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들로는 세금 규제(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소득세 등)와 대출규제(LTV·DTI강화,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 및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조정대상지역 도입으로 규제의 범위가 더욱 광범위해졌다. 양도소득세 중과, LTV·DTI규제,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주요 정책들이 과거에 비해 더욱 강화됐다. 또, 노무현 정부 대책들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시장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시행됐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단기간 내 집중해서 시행됐다는 것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더 짧은 기간 동안 추진함에 따라 시장에서 느끼는 압박의 강도는 현 정부에서 훨씬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 규제는 역대 정권 중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지만 “지금은 금리는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다, 시중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1200조 이상이 이미 많이 풀려 있는데 부동산에 쏠릴 가능성이 크기에, 규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 44% 상승 실제로 규제를 비웃듯 서울 집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대출규제를 강화했고, 다주택자 세 부담을 강화하는 대책이 발표됐지만 약발이 오래가지 않았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아파트 값이 10% 이상 오른 지역은 서울 자치구 25곳 중 송파구(15.7%) 등 15곳에 달했다. 특히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단지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따라잡기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서울 집값이 20주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규제 발표→시장 위축→집값 재상승→추가 대책’ 등으로 도돌이표만 반복 중이다.

서울 지방 간 집값 격차도 벌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과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정책의 과제’를 보면 올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는 지난해보다 9.4% 하락했지만, 서울의 주택 매매가는 6.4%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국·서울 매매가 상승률 격차는 15.8%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는 부동산 거래신고제도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최대 격차다. 주택 매매가는 서울·부산(5.5%), 전남(3.2%), 충남(0.1%)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하락했다. 하락 폭은 경기(-10.5%), 제주(-5.4%), 충북(-4.8%) 순으로 컸다.

서울의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전국에 비해 낮았다. 그러나 2014년 12월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로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이 본격화된 2015년 이후에는 서울의 매매가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서울 매매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7.0% 오르며 전국 매매가 상승률(6.1%)을 상회했다. 2017년에는 서울의 상승률이 14.7%, 전국은 9.1%로 격차가 확대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서울의 상승률은 5.2%, 전국은 4.8%를 기록하며 격차는 0.4%포인트로 줄어들었지만 최근 들어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집값 상승의 ‘집중화’ 현상도 뚜렷해졌다. 2018년에 3.3㎡당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10%를 넘는 수도권 시·군·구는 82%가 서울지역이었지만 2019년 상반기에는 모두 서울이다. 거래 건수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지난해 9·13 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9·13 대책 직전인 지난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4967건이었으나 대책 이후인 10월에는 3268건으로 급감한 이후, 2019년 2월까지 2000건 이하인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거래 건수가 늘어 7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많은 7650건이 거래됐다. 특히 강남구(260건), 성동구(235건), 서초구(128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정부의 강력한 집값 잡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 투자가 줄면서 내년 건설 경기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근거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추정한 내년 국내건설수주는 올해 대비 6%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주거부문은 13.3% 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연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시, 현재와 같은 부동산 규제로는 관련 취업자수 7만2000명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물론 집값이 실제로 잡히기만 한다면 이 같은 문제가 상쇄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 내놓은 정책 역시 실효성을 두고 물음표가 잇따르는 게 사실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됐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의 11월 2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9%로 전주와 동일한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로써 서울 집값은 20주 연속 상승세를 그렸다. 부동산 정책의 주요 타깃인 강남4구도 서초구 0.14%, 송파구 0.14%, 강남구 0.13%, 강동구 0.11% 등으로 일제히 집값이 올랐다.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문제다. 정부가 ‘최후의 수단’격으로 꺼내든 분양가상한제지만, 일찍이 그에 대한 중장기적 효과는 의심을 받아 왔다. 신규 단지는 물론 재건축·재개발 사업들 역시 분양 단지가 감소하며, 공급 위축 및 로또분양 논란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조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HBSI 전망치가 74.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보다 9.2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HBSI(Housing Business Survey Index)는 공급자 입장에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공급시장 지표다.

이번 수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확정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서울지역 주택사업기대감이 크게 위축됐는데, 이곳의 HBSI 전망치는 실제로 83.9에 그쳤다. 지난달보다 14.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밖에도 대구(80.6), 광주(68.1), 대전(81.8) 등 주요 대도시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대폭 낮아졌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지역에 대한 주택사업기대감이 크게 위축되면서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및 신규수주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방광역시의 주택사업경기 역시 변화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흐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수급분석을 기반으로 한 대책 수립을 강화하고,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사업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에 비례하는 공급과 주택정책 로드맵을 제안한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센터장은 “서울은 실수요가 많으므로 자투리땅을 이용하면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해야 하고 기존에 재건축 도심지는 용적률을 향상시켜 공급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여기서 생기는 불로소득은 정책을 통해 서민주거 대책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