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안전’, 왜가리 폐사는 ‘종(種) 간 경쟁’…“근거 부족” 주장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영풍의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의혹들 중 일부가 차츰 결론을 내는 듯한 모습이다. 특히 수년째 미스터리였던 안동댐 왜가리 떼죽음의 원인이 윤곽을 드러냈다. 생물 종(種)들 간의 경쟁 때문으로다. 공장 일대 농작물의 중금속 오염 논란도 거셌지만, 최근 정부 조사결과는 문제없음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장부지 내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은 제련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왜가리 폐사, 중대백로 때문”

몸길이 91∼102㎝, 2∼3마리씩 작은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새. 왜가리에 대한 설명인데 이 동물로 인한 사회 갈등이 수년째였다. 안동댐 상류에서 매해 다수의 폐사체가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난개발 등으로 인한 생태계 축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지만, 안동댐 왜가리 문제는 특히 심각성이 컸다. 그로부터 약 80㎞ 떨어진 석포제련소가 원인일지를 두고서다.

관련 실마리가 최근 풀렸다. 환경부와 환경단체 및 전문가 등이 합류한 ‘낙동강 상류(석포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협의회’가 지난달 개최한 제14차 회의에서다. 회의록에 따르면 안동댐 왜가리 폐사의 원인은 중대백로 때문으로 추정된다. 중대백로와 왜가리가 생존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폐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환경부 의뢰로 조사에 나선 경북대 수의대 이영주 교수팀이 2018년 12월∼2019년 10월 실태조사를 벌여 내놓은 결론이다. 연구진은 왜가리의 사체 확인 및 수거, 번식현황 등을 두루 살폈다. 중금속 등에 따른 폐사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 대신 왜가리 둥지 수는 감소하고 중대백로의 둥지 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종들 간의 번식둥지 경쟁으로 인한 자연현상이란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들은 “대체로 왜가리 산란은 매년 2~3월, 중대백로는 4~5월에 번식지에 도래한다”며 “늦게 도래한 중대백로가 둥지를 찾거나, 빠른 시일에 번식을 시작하기 위해 힘이 약한 새끼 왜가리들이 있는 둥지를 공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왜가리는 석포제련소 논쟁을 촉발한 주요 소재 중 하나였다. 일부 환경단체가 2017년 처음 문제를 제기한 뒤, 이듬해부터는 몇몇 지역 영풍문고 앞에 왜가리 사체를 전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세간의 관심을 유도한 바 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물고기와 새가 죽는 곳에 사람이 살 수는 없다”며 석포제련소 조업정지를 촉구했었다.

이번 조사결과로 석포제련소 쪽은 한시름 덜게 됐다. 그러나 문제가 말끔히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다. 해당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추가 발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서다. 낙동강 상류(석포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협의회 공동의장인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중대백로 영향이 있다고 해도 안동댐 상류의 왜가리 폐사율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김수동 의장은 “통상적으로 타 지역 왜가리 폐사율은 40%대에 머무르는 반면, 안동댐 왜가리의 폐사율은 70~78%에 이른다”며 “최대 2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인데 이번 조사의 경우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결과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추후에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작물 ‘안전’…오염토 정화가 문제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논란은 대기, 수질, 토양 등 전방위에 걸쳐 있다. 수질의 경우 무방류 공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 남은 것은 대기와 토양인데 대기의 경우 최근 유의미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장 4㎞ 반경 이내 농작물의 중금속 수치를 조사한 결과 전부 기준치 이내로 확인됐다.

이전부터 석포제련소는 굴뚝을 통해 유해 물질을 배출, 일대 토양이 중금속에 오염돼 농작물 역시 피해를 입혔다는 의혹에 휩싸여 왔다. 그러나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정부 의뢰를 받고 특별 전수조사에 나선 결과는 달랐다. 100여개 지점의 농작물 중금속이 전부 기준치 아래에 속했다.

정부기관이 석포제련소 주변 반경을 특정해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관원은 과다 측정된 여러 조사 결과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앞서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작년 2월 안동대 공동실험실습관에 의뢰해 관련 조사에 돌입했는데, 당시 결과는 사과와 무 등에서 중금속이 기준치를 최대 350배 초과한 것으로 나왔었다.

이에 대해 농관연 관계자는 “여러 조사결과와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특별조사를 처음 실시하게 됐다”며 “안동대 조사의 경우 결과 값의 단위를 잘못 해석한 데 따른 착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ppm과 ppb(1ppm의 1000분의 1)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까닭에 실제 결과가 부풀려졌었다는 뜻이다.

물론 이 같은 조사결과가 석포제련소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정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2공장 내부 지하수는 카드뮴의 농도가 지하수 공업용수 기준의 6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물의 아연 농도도 제련소를 지나며 5배 이상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영풍은 무방류 공정 등의 기술개발을 올해 중 끝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제련소 부지 내 오염토양은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각 건물을 부수지 않고는 활용가능한 정화공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정화공법 중 일부만 허용하고 있는 현행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것이다. 공장 바깥 부지 역시 토지 소유주와의 협의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아 난항이 예상된다.

조업정지를 둘러싼 갈등도 예고됐다. 지난해 4월 환경부는 석포제련소의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을 이유로 관할 지자체인 경북도에 ‘4개월’의 조업정지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경북도가 관련 처분이 적정한 지를 두고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영풍은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