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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재판 ‘우르헨다 소송’ 한국이라면?

네덜란드 법원,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높여라”…같은 소송 세계적 확산
일상용품은 물론 바깥 공기를 통해서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시대. ‘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 그에 따른 갈등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환경 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알아두면 좋을 환경법은 무엇이 있을까. <주간한국>과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살펴봤다. 구성은 각 소송의 판례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했다. [편집자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2013년 네덜란드. 현지 환경 단체인 ‘우르헨다(Urgenda) 재단’은 기후변화의 위기를 뻔히 알고도 대응에 미온적인 정부가 못미더웠다. 온실가스 감축에 소홀할 경우 국민의 건강과 인권이 위협받을 게 분명한데, 네덜란드 정부는 어째서인지 노력에 소극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우르헨다는 정부를 상대로 ‘기후위기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음’을 들어 헤이그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참고로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소송이 전 세계에 퍼져가고 있으며, 올해는 한국에서도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우르헨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이 항소법원의 판결에 기뻐하고 있다.(사진=우르헨다 재단)
우르헨다 재단

"2007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선진국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5~40% 감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에 참가하고도 16~25% 감축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 같은 감축수준은 환경과 인권을 보호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최대 40%까지 상향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실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네덜란드 정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만의 노력만 갖고는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전 지구적 노력이 대체로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의 감축목표 상향 외에도 환경보호 등을 위해 시행 가능한 해결책이 여럿 있을 수 있으므로, 그와 관련한 노력에 만전을 기하고자 합니다. 우르헨다 측의 취지는 잘 알겠지만 현실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입니다."

헤이그 지방법원(2015년 6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본 재판부는 기후변화 피해의 성질과 규모, 그에 대한 지식과 예견 가능성, 기후변화의 실제 발생 가능성, 국가의 조치 및 행위에 따른 부담 등을 꼼꼼히 고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의 피해는 매우 직접적이고 심각하단 결론이 나왔습니다. 정부 역시 기후변화의 심각성 등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 비춰볼 때 기후변화 피해가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은 무척 높아 보입니다.

이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본다면 네덜란드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더 힘써야 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요구보다도 낮은 목표를 설정한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에 소홀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르헨다측 요구대로 40% 감축 목표는 당장 힘들더라도, 최소한 선진국으로서 감축해야 할 25% 수준의 목표는 설정하도록 하세요."

네덜란드 항소·대법원(2018년 10월~2019년 12월)

"유럽인권재판소에 따르면 각 정부는 국민을 환경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여기서 의무란 이미 발생한 환경피해는 예견된 위험 역시 방지해야 함을 뜻합니다. 정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면 사전조치는 필수입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 간 상관관계는 분명하더군요. 그런데 네덜란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피해를 줄이려면 기온 상승 수준을 1.5도에 맞춰야 하는데, 현재 온실가스 농도가 무려 401ppm에 이릅니다.

세계 각국의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25~40% 수준이란 점이 이런 현실들을 반영한 것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도 이 목표를 충분히 인지했지요? 감축목표 상향이 심각한 재정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재판부는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겠습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축하도록 하세요."

이승태 변호사

네덜란드 헤이그 대법원은 네덜란드 정부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명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청소년 및 환경단체가 자국에서 같은 소송을 진행 혹은 준비 중입니다. 한국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고려사항들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법령에 국민에게 정부로 하여금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요구할 명문규정은 없습니다.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규제와 관련된 근거규정, 관계규정 및 조리(일반사회인의 이성에 의하여 승인될 수 있는 객관적인 원리)로부터 신청권을 도출할 수 있을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이들 중 대기환경 관련 관계규정으로는 환경정책 기본법 및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법원은 대기오염으로 천식 등을 앓게 된 한 시민이 국가, 지자체, 자동차 회사 등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미세먼지 배출 금지를 청구한 사건에서 피고의 편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리에 근거한 신청권은 인정받을 수는 있을까요. 이전에 법원은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과 관련된 공유수면매립면허 및 시행인가처분과 관련,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안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공유수면매립면허의 취소를 구할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온실가스배출을 규제할 수 있는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긴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험이 발생하고, 개인으로서는 이러한 위험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 조리상 행정권의 발동을 요구하는 신청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판례가 일관된 입장을 취하지 않네요. 과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내릴지 관심이 뜨겁습니다.

chesco12@hankooki.com
  • ◇이승태 변호사=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의 대표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및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고문변호사 등을 역임 또는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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