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도시재생 사업 성과…진도군·진주시 등 마을기업 자생력 지원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한국 사회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않다. 마을을 파괴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가 있고,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이탈현상) 등의 우려도 큰 까닭에서다. 이에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게 파괴 대신 ‘보강’을 핵심으로 한 ‘도시재생’이다. 물론 이 역시 일부 비판은 있으나, 최소한 외지고 낙후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 사업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돈 안 되는’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지방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재생이 이뤄진 지방 소도시들은 실제 활력을 띤 모습이다.
진도아리랑 시네마.
‘소멸위험’ 진도군, 행복마을로 탈바꿈

지난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아찔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지방 소멸 2’라는 연구물이다. 이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소멸위험 지수가 0.5 미만인 지자체가 85곳에 달했다. 소멸지수가 0.5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1.5 이상이면 ‘소멸 저위험’, 1.0 이상 1.5 미만이면 ‘정상’, 0.5 이상~1.0 미만이면 ‘소멸 주의’로 분류된다.

소멸 위험 85곳 중에는 제주·거제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전남 진도군도 포함됐다. 특히 이 지역은 0.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23을 기록했다. 고용정보원이 “소멸위험군에 속하는 지자체는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만큼 진도군 역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진도군은 그러나 희망을 보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매년 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 2년 간 연중 580~700여명 정도가 진도군으로 내려 왔다고 한다. 이곳 지자체는 깨끗한 공기와 저렴한 물가 외에도 ‘탄탄한 기반시설’이 있기 때문으로 현상을 분석한다. 이곳에는 LH가 건립한 150호 규모의 임대주택 및 100세대 크기의 공공실버주택 등이 갖춰져 있다.

이런 가운데 LH는 지난달 진도 동외리에서 진행해온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 공모에 선정 돼 2016년 첫 삽을 뜬 사업인데, LH는 동외리에 국민임대 110세대와 영구임대 40세대를 건설, 그 주변에는 영화관과 벽화길 및 주민문화복지 시설 등을 다수 조성했다.

전부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사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LH가 짓고 지자체가 임대 유형을 제안하는 식의 콜라보도 이어졌다. 결과는 기대치를 상회했다. 임대주택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세대수 대비 3배에 달하는 467명이 신청했고, 계약률도 88%에 달했다. 통상 지방 아파트의 경우 계약률이 50%를 밑도는 경우도 허다한 게 현실인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LH의 이 사업은 사실 공사 단계에서도 분위기가 좋았다. 착공 이듬해에 주민의 기대감과 함께 ‘진도아리랑 시네마’가 설립되기도 했다. 1978년 옥천극장 폐관 이후 40년 만에 들어선 진도군 유일의 극장이다. 지난해 누적 관람객 10만 명을 넘어섰고, 이제는 진도군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도시재생은 사실 준공 이전부터 이뤄져 온 셈이다.

LH는 이번 사업으로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에 추진력을 얻었다. 향후에도 지자체 및 정부와 적극 협의해 여러 지역에서 보다 발전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성용 LH 균형발전본부장은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은 본궤도에 안착하게 됐다”며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하고 지역활력을 창출하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뜰마을사업이 진행된 경남 진주시 옥봉지구의 옹벽 모습.
사업 완료돼도 ‘자생력’이 과제

마을재생은 이렇듯 청신호를 가리키지만 진짜 문제는 사업을 완료한 다음이다. 활력의 지속가능성이 관건이다. 특히 지방 소도시의 경우 일자리 부족에 따른 인구감소, 그로 인한 수요축소가 다시 일자리 부재를 일으키는 식의 악순환에 빠질 여지가 크다. 결국 자본 창출의 원천이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LH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구한 대안이 ‘마을기업 육성’이다. 사회적 경제에 바탕을 둔 이들 기업의 성장을 도와 시민들의 수익창출 및 주민공동체 유지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LH는 지자체 및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에서 진행된 ‘진주옥봉 새뜰마을’ 사업도 그 일환이다. 앞서 LH는 본사를 진주시로 옮긴 것을 계기로 2016년 이 지역 옥봉동 달동네 변신에 나섰다. 원주민을 쫓겨내고 마을을 개발하는 대신 지자체, 주민과 협의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힘썼다. 결과적으로 산비탈 경사지와 좁은 골목길을 가득 메운 낡고 오래된 집들이 전부 수리 돼 새마을이 됐다.

사업이 끝났어도 LH는 여전히 이 동네에 있다. 경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민관협력형 사회적 경제조직 육성사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역 내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의 수익 창출과 주민 공동체 유지를 돕는 사업이다. 이들 중에는 목수 등 집수리 기술이 좋은 주민으로 구성된 ‘옥봉집수리단’이 있는데 고용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되기도 했다.

LH에 따르면 ‘옥봉 집수리단’ 외에도 마을식당인 ‘옥봉루’, 주민 돌봄사업을 진행하는 마을협동조합 등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특히 진주 사회적협동조합 1호 로컬푸드 식당인 옥봉루의 경우 옥봉마을 탐방로와 연계한 청년층의 유입을 유도, 지역의 활력을 높이고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도시재생의 다음 행선지는 충남 천안시다. 한때 천안시의 행정·경제·교통 중심지였으나, 시 외곽 신도심 조성으로 인구 유출 및 노후화가 진행된 천안역 일대를 재생시키는 LH 사업이다. 총 419억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어울림센터’를 건립, 그간 활용도가 낮았던 공영주차장에 지하 2층, 지상 18층 규모 연구·창업·일자리·주거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LH 관계자는 “원도심을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지자체의 의지와 지역주민의 관심, 공기업의 역할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며 “LH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사안들을 발굴하고 협력해 공공디벨로퍼로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