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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제가 코로나19 저격수? “무리한 얘기”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아…정부, 코로나 백신 개발 지원책 발표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합동 회의에 앞서 연구시설에서 이홍근 선임연구원으로부터 화합물 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정부가 국내 연구진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하면서 2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국내에서 백신?치료제 개발이 현실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합동회의’에 참석해 치료제와 백신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의 R&D 투자와 승인 절차 단축 등이 뒷받침돼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신속한 임상 승인 절차 도입 ▲생물안전시설 민간 개방 ▲감염자 검체나 완치자 혈액 등 연구 자원 제공 등을 약속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2100억원을 투자하고, 추경에 반영한 치료제 개발 투자와 신종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치료제와 백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 2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긴급연구자금을 지원받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1500종을 포함한 2500여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 효과 검증 세포실험을 진행 중이다.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장은 동영상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세포에 약물을 투입했을 때 바이러스가 남아있는지의 여부를 설명했다. 김 팀장은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게 ‘시클레소니드’라는 천식약과 ‘니클로사마이드’라는 구충제”라며 “이런 약물이 거의 없으면 바이러스로 가득차 있지만 약물의 농도를 올려주면 바이러스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클레소니드는 이번주부터 연구자 임상에 들어갔고, 니콜로사마이드는 몸에 흡수가 잘 되지 않아 덴마크와 국내제약사들과 논의중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구충제와 항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자 김승택 팀장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거 메르스나 사스에서도 항바이러스 효과를 본 적이 있고, 다른 논문 리뷰를 보면 굉장히 광범위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이미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구충제로는 허가가 됐다”면서 “이 성분을 우리 폐에 전달할 수 있는 제형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산·학·연·병’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참여하는 상시적 협의 틀을 만들어 범정부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면서 “치료제·백신 개발만큼은 ‘끝을 보라’고 독려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개발을 완료해도 개발에 들였던 노력이나 비용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가19로 고통받고 있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며 “개발한 치료제나 백신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한 양을 다음을 위해서라도 비축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장에서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양을 구매해 비축함으로써 개발에 들인 노력이나 비용에 대해 100% 보상받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버멕틴, 효과성 주장에 일부 복용 체험도

앞서 호주연구팀은 지난 4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동물 구충제인 이버멕틴의 효과성이 입증됐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안에 소멸했다는 결과를 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알벤다졸, 플루벤다졸 등 구충제의 다양한 효능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유튜브를 중심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버멕틴의 항암작용, 틱장애 개선 등 효과를 언급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들은 해외논문에 이버멕틴의 항암 효과가 규명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알벤다졸 등 일반 구충제는 현재까지 약국에서 품귀현상을 보이며 소비자들의 대량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이버멕틴의 경우 해외구매대행 등을 통한 구매후기가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아직 임상적용에는 무리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일 뿐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결과가 아니고, 인체 안전성, 유효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슷한 입장이다.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만약 구충제가 효과가 있어도 흡수율이 낮아 용량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부작용 발생률도 함께 커진다”며 “아직 동물실험도 시작하지 않았으므로, 치료제로 개발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아직 효능이 분명하게 입증되지 않은 만큼, 복용체험기를 중심으로 한 일반인들의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험관실험만 가지고 인체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논할 수 없다”며 “치료제로 쓰이려면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및 효과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역시 구충제를 동물 구충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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