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근로자 수 임시직.일용직 중심으로 22만5000명 감소

지난달 17일 한 시민이 서울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자리를 집어삼키고 있다. 특히 불안정한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들이 고용 벼락으로 내몰리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정부 통계 결과 2009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22만5000명 줄어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3월 사업체노동력 조사’를 발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수는 182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 줄었다. 지난해 연간 증가폭이 43만9000명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66만4000명이 사라진 셈이다. 16만3000명이 늘어 역대 최소 증가폭을 기록했던 전월과 비교해도 40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일자리를 비롯한 경제 상황에는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5000명이 감소했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앞서 발표된 3월 고용보험 피보험자 통계나 통계청 경활 조사 등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특히 취약계층인 임시일용직과 영세사업장 중심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설명대로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타격은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영세한 사업장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 근로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8000명(0.1%) 감소한 반면,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일용직은 12만4000명(7.0%)이나 줄었다. 일정한 급여 없이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거나 일을 배우기 위해 무급으로 일하는 기타 종사자도 9만3000명(7.9%) 급감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봐도 이같은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25만4000명(1.6%)가 감소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 소속 근로자는 오히려 2만9000명(1.0%) 늘었다.

업종별로는 대면 서비스가 불가피한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숙박음식업의 경우 근로자 15만3000명(12%)이 일자리를 잃었고, 학원 등이 포함된 교육서비스 10만7000명(6.7%), 공연업 등 예술·스포츠·여가 관련업은 3만9000명(11.9%)이 일터를 떠났다. 개학이 잇따라 연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된 데 따른 영향이 직접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입직은 줄었고 이직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입직자는 103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2만7000명(10.9%) 줄어든 반면 이직은 121만1000명으로 20만9000명(20.9%) 급증했다. 늘어난 이직자 중 20만5000명(98%)은 30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입직자 수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이 3만2000명(21.8%)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교육서비스업이 6만5000명, 숙박음식업이 4만3000명 채용을 줄였다.

무급휴직 급증도 통계로 확인됐다. 계약종료나 구조조정에 따른 해고 등 비자발적 이직은 지난달 58만7000명으로 7만4000명(14.5%) 늘었다. 전출이나 정년퇴직, 무급휴직 등을 포함하는 ‘기타 이직’은 26만5000명으로 11만6000명(78.1%) 폭증했다. 업종별로 보면 비자발적 이직 역시 음식숙박업 8만3000명,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 4만2000명으로 각각 2만2000명, 1만3000명이 증가했다.

권 실장은 “통상 전체 이직에서 기타 이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인데 지난달 50%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이는 통계상 이직으로 잡히는 일시적 무급휴직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18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한파에 대해 소견을 밝힌 바 있다. 김 차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월 중 취업자 수 감소는 상용직 등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임시·일용직과 영세 자영업자 중심으로 일어났다”며 “쏟아지는 실업의 대다수가 고용보험 제도 밖에서 일어나 실업급여로 커버가 되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우리의 정책적 어려움을 상징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번 충격은 오래갈 것이다. 코로나 이전 시대는 다시 오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면서 “우리 고용 시장의 취약한 단면에 대한 신속한 응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고용한파가 거세지자 문 대통령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초토화된 호텔 관광업계를 위해 긴급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호텔업계 노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고용안정에 10조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기업 안정에는 75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고용유지 자금융자와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비정규직인 호텔 사내하청업체 직원들도 혜택을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는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서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고, 황금연휴에 이어 이달 중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내수가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여러분이 보여준 ‘연대와 상생’의 힘이 전 업종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