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마스크는 품절…미착용자 지하철 탑승 제한 시행

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덴탈 마스크가 판매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더위가 시작됐음에도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질 않자 마스크가 다시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KF94, 80 공적마스크가 호흡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치과 등 병원에서 사용되는 덴탈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확진자를 낳고 있는 이태원발 감염 사태에도 개인의 자유와 불편함을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결국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지난 13일부터 지하철 혼잡 시 마스크를 미착용한 경우 탑승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설마’가 파고든 “나 하나쯤이야”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된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확산되면서 젊은이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는데도 ‘생활 속 거리두기’에 대한 경계가 지나치게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4일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태원 집단감염은 방문자 외에도 방문자를 접촉한 직장동료, 가족 등 전국적으로 2차, 3차 감염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생활 속 거리두기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태원을 시작으로 홍대 포차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밀집지역에서 무증상 전파가 확산되자 대규모 집단 감염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133명으로, 이태원 클럽 관련 진단검사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이태원 클럽을 통한 2차, 3차 추가감염이 20, 30대의 마스크 착용 기피 현상에 따른다는 지적이 일자 방역당국 역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윤 반장은 “날씨가 계속 더워지면서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하는 이들이 있는데 KF80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뿐만 아니라 면마스크도 올바르게 착용하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을 접촉하는 종교시설, 학원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마스크 착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답답하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반장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이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안정적인 방역관리체계를 만든 우리의 성과가 무너지지 않도록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위한 국민의 참여와 노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덥고 땀 차서” 덴탈마스크 품귀 현상

코로나19 재확산과 기온 상승 등으로 치과 등 병원에서 의사가 착용하는 덴탈 마스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하루 동안 덴탈 마스크가 200장 넘게 팔리고 있다”며 “날씨가 더워지면서 공적 마스크 재고는 남고 오히려 덴탈 마스크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린이용인 소형 덴탈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이 늘었지만, 생산량이 적어 구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최근에는 덴탈마스크에 대한 문의와 요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직으로 재직 중인 B씨는 “기존에는 200원도 안 하던 덴탈마스크가 요즘엔 장당 1200원 정도”라며 “그것마저 얼마 전까지 연구소는 구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을 키우는 학부모 C씨는 “국산 제품은 비싸서 엄두도 안나고 중국산이라도 구입하고 싶은데 가격이 만만찮다”며 “덴탈마스크 대란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밝혔다.

당초 지난 13일 개학을 준비하던 학부모들 사이에선 더워진 날씨를 대비해 소형 덴탈마스크를 구하는 모습이 속속 목격됐다. 한 학부모는 “개학을 대비해 급하게 덴탈마스크를 알아봤지만, 인터넷은 전부 품절이었고 구매가 가능한 제품은 36매에 7만원이어서 구입을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학부모는 “얼마 전까지 50개 덴탈 마스크 소형은 2만원, 대형은 1만원에 구매 가능했는데 며칠 사이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는 ‘덴탈 마스크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구매까지 이뤄지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서울·대구·부산, 지하철 혼잡시간대 마스크 필수

서울과 대구, 부산이 지하철 혼잡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서울 지하철이 혼잡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은 개찰구에서 진입이 제한돼 탑승할 수 없도록 하는 ‘대중교통 이용 생활 속 거리두기 대책’을 지난 13일부터 실시했다.

대구시도 같은 날인 지난 13일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경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놓았다. 앞서 대구시는 이날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 위반 시 최대 벌금 300만원이 부과되는 처벌 조항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예키로 했다.

부산교통공사는 마스크 착용 권고를 따르지 않는 승객에 대해 도시철도 탑승 등 시설 이용을 제한한다고 지난 14일 전했다. 공사에 따르면 객실이 혼잡할 경우 다음 열차를 이용하는 것 외에 직원의 마스크 착용 권고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역사 출입과 전동차 탑승 등 시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