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기에 점검단 8명 파견…경북도 관계자 “환경부, 소통의지 없는 듯”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각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크고 작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영풍에겐 먼 나라 얘기다. 이곳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는 최근까지도 정부 압력에 시달렸다. 법정 소송과 시민단체 갈등은 물론 각종 괴담 속에서 쉼 없이 치여 온지도 벌써 6년째다. “기어코 폐쇄시키고 말겠다”는 쪽과 “제대로 된 진실을 밝히자”는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에서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할 지자체인 경상북도가 최근 “환경부의 제련소 조업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석포제련소 문제를 논할 때 이는 일종의 ‘사건’이다. 그간 석포제련소에 강도 높은 행정처분을 내려 온 경북도다. 이 사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지나친 공세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석포제련소 전경.
괴담 난무…실체 없었다

옛날에도 오지 중 오지였던 경북 봉화군 석포리에서 거대 공장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 때는 1970년이다. ‘영풍제련소’ 혹은 ‘석포제련소로’ 불리는 이 공장은 설립 초반만 해도 특별한 생산기술이 없어서 광석을 수출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세계 4위(국내 2위) 아연사업장으로 성장했다.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는 ‘산업 역군’이라며 박수를 받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면서 공장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2014년은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데, 그해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가 처음 수면에 떠올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제제기에 따라서다. 이때부터 석포제련소 이전 문제, 나아가 환경과 경제 사이의 딜레마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그 뒤로 제대로 된 논의는 한 발도 채 떼지 못했다. 오히려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해 불필요한 사회·행정 비용을 가중시켰다. 돌아보면 다소 황당한 전개가 많았다. 봉화군 상당수 주민의 일자리, 국내 아연 생산량의 90%를 책임지는 기업이 거짓소문에 옴짝달싹 못했다.

‘안동댐 왜가피 폐사 의혹’이 대표 사례다. 석포제련소 폐쇄를 외치는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안동댐의 왜가리 떼죽음이 석포제련소발 중금속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끔찍한 모습을 한 왜가리 시체를 일부 지역 영풍문고 앞에 전시하는 등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벌여 시민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의뢰로 조사에 나선 경북대 수의대 이영주 교수팀이 지난해 12월 실태보고서를 발표하면서다. 진실은 허무했다. 매년 4~5월쯤 안동댐에 날아드는 중대백로가 앞서 자리 잡은 왜가리와 생존경쟁을 벌인 게 원인으로 확인됐다.

이런 일이 빈번했다. 지난 2018년에는 한 환경단체가 “석포제련소 인근 토양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카드뮴이 기준치의 약 180배를 초과했다”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역시 사실과 달랐다. 조사를 시행한 연구기관이 “의뢰단체가 전달한 채취분만 조사했다”며 “대표성을 지닌 자료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석포제련소 현장조사 당시 모습.(노조 제공)
“환경부가 회사 죽이려는 것 같다”

사실 석포제련소에 대한 정부조사는 이미 이뤄진 적이 있다. 환경부 의뢰로 관련 실태를 살핀 환경공단이 지난 2016년 결과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과의 뼈대는 ▲공장 반경 4㎞ 밖 제련소의 환경오염 기여율은 약 3% 수준이며 ▲일부 토양 오염의 경우 자연원인에 기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사실만 갖고 석포제련소를 옹호할 수는 없다. 해당 사업장이 스스로 인정한 환경법 위반 혐의도 없지 않은데다, 엄밀히 말해 낙동강 근방에 제련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앞선 조사 결과가 없던 일이 된 것도 그래서다. “더 자세히 조사하라”는 일부 주장을 반영해 환경부는 현재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새로 돌입한 조사의 결과는 2021~2022년쯤 나온다. 아직 1~2년의 시간이 남은 상태지만 환경부는 여전히 석포제련소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논란이 큰 사업장인 만큼 정부의 정밀감시가 잘못된 일은 아니라지만, “환경부가 답을 정해놓고 움직인다”는 말이 업계에 파다해서 문제다.

이 같은 의심에 힘이 실린 발단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 4월, 환경부가 조사담당관실 기동단속반 인원 8명을 석포제련소에 급파했다. 점검기간이 열흘에 달했다. 통상 관리·감독 기관이 현지점검에 나설 때에는 파견 인력 4~5명, 기간은 길어야 이틀 정도가 보통이다.

석포제련소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환경부가 느닷없이 기동단속반을 출동시켜 회사 곳곳을 먼지털이식 환경단속을 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회사를 죽이기 위한 것 같다”,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노조의 문제제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5년여 간 행정처분만 50여 차례 받았다. 이전부터 업계에선 “환경부가 쥐 잡듯이 나서는데 재간이 있겠냐”는 시각이 만연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석포제련소가 대외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대개 ‘무방류 공정시스템 개발’ 등 대책 마련에 주력했었다.

환경부 세종청사.
“그냥 따르라”는 환경부…지쳐버린 지역사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018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석포제련소 폐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석포제련소에 대한 조업정지 120일을 처분했다. 정부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발언과 조치가 나온 것이다. 최근까지도 고강도 조사가 이뤄지면서 이제는 지역사회도 지친 모습을 하고 있다.

수년 간 환경부와 덩달아 석포제련소를 압박했던 경북도가 환경부에 맞서기로 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대법원에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이행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경북도 측은 환경부 처분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당초에는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했으나 뜻대로 안 됐다고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환경부가 조업정지를 요청하긴 했어도, 향후 행정소송 등의 여파는 직접처분 기관인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며 “따라서 도(道) 입장에서는 행정처분의 당위성 등을 보다 엄격히 따질 수밖에 없는데, 석포제련소 조업정지는 적정 처분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자체 내부에서는 환경부를 향해 “우리가 게으르다는 것이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는 경북도에 내려진 ‘환경부 직무이행명령’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해당 명령은 지자체의 장이 국가위임사무나 시·도위임사무의 집행 등을 게을리 하는 경우에 이뤄지는 조치다. 환경부 조치대로라면 ‘석포제련소 조업정지를 안 하는 것은 게으른 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북도 관계자는 “환경부와 의견 차이가 발생한 만큼, 이를 좁혀보고자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더니 2주 만에 직무이행명령이 날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협의 자체를 안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냥 따르라’는 뜻이겠지만 지자체로서는 힘든 일”이라며 난감함을 표했다.

한편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한 정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오는 10일 개최된다. 이 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이 다른 경우 이를 협의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국무총리실 소속으로서 위원장과 장관급 당연직 4명, 인간위촉직 4명 등 관련기관장 및 단체장이 참여한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