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석포제련소에 오염물질 통합허가제 적용 만지작…”논란의 오염 측정, 해외기관에 맡기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환경부가 낙동강 유역 오염물질 통합허가제 조기적용 대상에 석포제련소(경북 봉화군 석포면) 이름을 올렸다. 이 공장이 실제로 일대 환경을 심각할 정도로 오염시켰는지 확인된 바 없지만, 정부는 혹시 모를 피해를 줄이고자 이 같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두고는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에 둔 사실규명이 진전을 못 이뤘는데, 기업 규제부터 가하는 게 타당하냐는 시각에서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역학조사 등을 해외 전문기관에 맡겨보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석포제련소 전경.
6년째 제 자리 걸음

2014년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석포제련소는 6년째 도마에 오른 상태다. 이 공장이 내뿜는 굴뚝 연기와 폐수 등 때문에 낙동강 상류 일대의 나무가 죽고, 물이 오염됐으며, 땅은 중금속으로 물든 데다, 심지어 사업장과 80㎞ 떨어진 안동댐에서도 왜가리 집단폐사 등 생태교란이 심하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매년 ‘주장’만 반복된다. 이를 입증할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최근 발표된 일부 자료들은 석포제련소와 환경오염 간 연관성을 부정한다. 대표 사례가 안동댐 왜가리 폐사다. 환경부 의뢰로 조사를 벌인 경북대 수의대 이영주 교수팀은 작년 12월 실태보고서에 “이곳 왜가리 폐사는 중대백로와의 서식지 경쟁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의심이 기업에는 실질적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왜가리 사례만 갖고도 석포제련소는 큰 타격을 받았다. 한 환경단체는 안동댐에서 폐사한 왜가리 사체를 각 지역 영풍문고 앞에 전시한 채 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수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영풍이 시민들에 환경오염 주범으로 낙인찍힌 주요배경 중 하나다.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정권교체와 함께 연구결과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앞서 환경부는 2015~2016년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를 벌였다. 당시 석포제련소의 토양 등 환경오염 기여도는 10% 수준으로 나왔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가 부실조사 및 재조사를 요구했다. 현 정부의 환경부는 이를 반영했다. 석포제련소는 전면 재조사를 또 받고 있다.

석포제련소, 대규모 환경오염원?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지난 5일 '낙동강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용역' 중간보고 자료를 내놓았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를 오염물질 관리용 '통합허가제'의 조기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자료에서 환경부는 석포제련소를 ‘대규모 환경오염원’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 및 공장 환경개선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이 또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석포제련소의 주변 환경오염 여부는 ‘의심’일뿐 ‘사실’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제련소를 대규모 환경오염원으로 규정, 오염물질 배출 규제 및 환경개선을 유도할 대상으로 지정한 데 대한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물론 환경부도 근거가 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조성한 ‘낙동강(영풍제련소∼안동댐 상류) 환경관리 협의회’의 중간 연구결과에 발표에 따르면, 낙동강 하천 중금속 농도가 제련소를 기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 하류의 중금속 농도가 상류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이 지역 하천물 등의 카드뮴, 아연의 농도는 제련소를 지나며 상승했다. 제련소 상류 하천물의 카드뮴 농도는 0.20㎍/ℓ, 하류에서는 5.56㎍/ℓ가 검출됐다. 아연 농도도 제련소 상류에서 26㎍/ℓ, 하류 지점에서는 171㎍/ℓ로 높아졌다. 하천물의 중금속 농도가 제련소 앞을 통과하면서 오른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결과는 그간 거듭한 논쟁을 반복하게 했다. `고농도 중금속의 발원지가 그래서 어디냐’는 것이다. 낙동강상류 주변의 중금속 발생지는 석포제련소 외에도 폐광산 및 대규모 농축산업 시설 등이 일찍이 거론돼 왔다. 환경 업계에서는 “중금속 검출 여부만 확인할 게 아니라, 성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석포제련소 입장에선 ‘가능성’ 때문에 더한 규제를 받게 된 셈이다. 오염물질 관리용 '통합허가제'가 적용되면, 기업은 중금속 등 오염물질에 대한 별도의 배출기준 안에서 조업해야 한다. 그간 낙동강 상류 및 안동댐 상류 등지의 오염과 관련한 의혹이 돌연 낙동강 본류로 확장한 것이다.

과학자 중심 논의해야…해외기관 조사 요구도

이런 상황에 ㈜영풍 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역력하다. 과학적 근거로써 일부 오해를 풀고, 미흡한 지점은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로 개선하려 해도 소위 ‘낙인효과’가 기업을 고강도 규제의 굴레 안에 가둔다는 인상 때문이다. 실제 석포제련소가 환경개선을 위해 당장 확정한 투자규모는 2000억 원을 넘는다.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와 포스코 및 대우조선해양 등 다수의 국내 제조업체들은 현재 석포제련소에서 아연을 공급받고 있다. 각 기업별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까닭에 이들은 대체재를 구하기도 어렵다. 석포제련소의 불안정성이 기업 단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제련소 일대 중금속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등 핵심 연구를 해외에 맡기자고 제안한다. 중금속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자는 게 취지다. 이는 국내 기술력 한계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서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등에 대한 조사를 수행 중인 일부 기관은 이미 북미 등지에 관련 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석포제련소 문제는 기업의 생사가 걸린 사안임에도, 현재는 과학적 분석을 통한 진실규명 대신 환경단체 목소리에 무게중심이 기운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지금처럼 해결책 대신 논란만 키운다면 환경부도 끝에서는 역량과 진정성을 동시에 의심받는 등 악수(惡手)가 지적될 것”이라며 “국내외를 불문한 과학자 중심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