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귀향은 줄고 온라인 성묘는 늘어날 듯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7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5%(3만8400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평소 자주 모이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지들이 명절에는 모두 모여 정을 나누던 것이 올해 설까지의 풍경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이번 추석에도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의 인구가 각 지역으로 모여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등 국가적으로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설령 추석 연휴 이전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된다 하더라도 자칫 추석 연휴가 또 다른 재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 이번 추석 명절을 정상적으로 즐기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 71.3%, 추석 연휴 이동제한 ‘찬성’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 비중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지난주까지의 모습을 살펴보면 안정세라고는 할 수 없지만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추가 확진자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음식점과 카페 등의 이용이 제한되면서 수도권 공원이나 강변 등 야외로 사람이 몰리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에서 종교 법회와 미사를 통해 확진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 방역당국은 법회와 미사 금지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추석 연휴에 어르신들 안전을 위해 고향이나 친지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며 “추석 명절 이전에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더라도 연휴를 계기로 다시 재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에는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코로나19 확산세를 더욱 빠르게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마침 국민 10명 중 7명이 추석 연휴 이동제한에 대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 연휴 기간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 적용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나온 결과라 큰 주목을 받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TBS 의뢰로 추석 연휴 이동제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는 추가확산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동제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1.3%로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해 파급효과가 커서 이동제한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18.9%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9.8%였다.

또 추석 연휴 이동제한에 대해 모든 지역에서 ‘찬성’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경북(찬성 84.0%, 반대 7.9%) 거주자 5명 중 4명 정도는 이동제한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경기·인천(찬성 75.3%, 반대 15.8%)과 서울(찬성 69.7%, 반대 19.6%), 광주·전라(찬성 69.0%, 반대 26.7%), 부산·울산·경남(찬성 67.9%, 반대 22.1%), 대전·세종·충청(찬성 66.1%, 반대 15.8%) 순으로 ‘찬성’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연휴 이동제한 찬반. (그래픽 주간한국 편집팀)
내수 경기 위축…추석 장바구니 물가 평균 20%↑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 내수 경기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우선 올해 추석 장바구니 물가가 지난해보다 평균 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장마, 태풍까지 빈번하게 한반도를 강타하는 가운데 ‘언택트 추석’ 분위기가 국가적으로 부각되고 있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차례상 품목 물가를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7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5%(3만8400원)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고 발표했다. 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 40만4730원이 들어 지난해 추석보다 8만270원(24.7%)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협회는 4인 가족 기준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23만9900원으로 지난해보다 9.5%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물가협회는 과실류와 견과류, 나물류 등 차례 용품 29개 품목을 대상으로 서울과 인천 등 전국 6대 도시 전통시장 8곳의 가격을 조사했는데 조사 품목 중 사과를 포함한 26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올해는 유례없는 긴 장마에 과일, 채소, 곡식류 등의 수확이 늦어지고 있다”며 “그만큼 좋은 품질 재료를 구하려면 평소보다 늦게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해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이번 추석에 한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농축수산 선물 상한액을 추석 명절에 한해 일시 상향키로 한 것.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도 전원위원회에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다음 달 4일까지 공직자들이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가공품 선물 가액 범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런 조치에 경제계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연휴 이동제한 우려 등으로 유통업계까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조치는 정부가 코로나19로 극심하게 침체되고 있는 내수 살리기에 적극 대응해 김영란법 적용을 유연하게 한 것으로 시의적절하다”며 “태풍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칫 위축될 수 있는 추석 경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전국상의가 함께하는 우리 농축수산품 구매 캠페인’, ‘중소기업 복지플랫폼 추석선물대전’ 등을 통해 농축수산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었던 대한상공회의소도 역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인천시 부평구 장사시설인 인천가족공원에서 공원 관계자들이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연합)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 예약 67.6% 증가

모니터 화면에 차례상이 나타난다. 가족들은 모니터 앞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놓은 채 돌아가신 분을 추모한다. 화면 속 차례상에 음식과 수저를 올려놓을 수도 있다. 헌화도 가능하다. 올해는 이 같은 온라인 성묘가 증가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족 대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기간 열차 이용객, 승용차 귀성객은 줄어들고, 대신 온라인 성묘와 추석 선물세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언택트 추석’이다.

올 추석은 먼 거리를 이동해 가족, 친지들을 만나기보다 선물을 보내거나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철도(코레일)는 8, 9일 이틀간 추석 명절 기간(9월 29일~10월 4일) 상·하행 기차표 예매를 진행했다. 판매된 좌석은 총 47만 석으로 지난해(85만석)의 55.5% 수준이다. 승용차 귀성객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티몬이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500명 중 47%가 ‘추석 연휴에 직계 가족끼리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의 30.8%가 ‘여행이나 외출을 삼가고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통계는 방역당국의 권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추석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손영래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6일 "이번 추석에는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주실 것을 권고드린다"며 "현재의 추세로는 3주 뒤인 추석 때까지 무증상·잠복감염을 완전히 통제하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성묘서비스와 벌초 대행서비스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가족공원은 추석 연휴 기간 화장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폐쇄할 예정이다. 대신 ‘온라인 성묘·차례 서비스’를 통해 인천가족공원을 찾는 성묘객들이 온라인으로 헌화와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도 오는 21일부터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으로 온라인 성묘서비스를 제공한다. 산림조합, 농협 등도 비대면 트렌드에 맞게 벌초 대행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유통업계는 이번 추석 특수에 사활을 걸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기간 동안 현대백화점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67.6% 늘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36%와 13.6% 증가했다. 가족과 친척들을 직접 찾아 뵙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물로나마 마음을 전해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 구매도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추석 기간 농축수산물 관련 선물 가액 범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한시 상향 조정했다. 귀성비가 절약된 것도 고가 선물 세트를 구매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상품군을 지난해 추석 대비 20% 이상 늘렸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와 비교해 40만원 이상 고가 선물 세트를 50%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도 20만원 이상의 고가 한우 세트 물량을 30% 확대하고, 30만원 이상 프리미엄 세트도 지난해 9개에서 올해 14가지로 늘렸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위생, 건강 등을 고려한 선물 세트가 등장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달 13일부터 31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116.0%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삼이나 면역 관련 상품 매출은 무려 302.7% 올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마스크ㆍ손세정제ㆍ손소독제 등으로 구성된 위생세트도 출시됐다. 애경산업과 LG생활건강은 손소독제와 손세정제, 마스크 등으로 구성된 선물 세트를 내놨다. 피죤도 핸드워시와 손소독겔로 구성된 선물 세트를 선보였다. 편의점 CU는 비접촉 체온계, 휴대용 살균기를 선물세트로 마련하기도 했다.

비대면 트렌드에 따라 온라인으로 추석 선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증가할 전망이다. SSG닷컴은 판매 상품 수를 최대 규모로 구성했고 G마켓과 옥션도 행사기간 동안 매일 할인 쿠폰을 제공할 방침이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와 달리 방역 당국은 비상이다. 추석 선물 구매량이 증가한 탓에 택배 물동량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와 추석 명절 특수 등으로 택배 물동량이 지난해보다 약 3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방역당국은 이달 7일부터 25일까지 3주간 유통·물류 시설, 택배 터미널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작업자의 밀접접촉이 늘어나면서 감염 위험도도 높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송철호 기자 ㆍ노유선 기자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